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에 따라 보험업 진출 무산 위기전 회장 부당대출 사건에 보험사 인수 미보고 등 '눈 밖'우리투자증권에도 영향…본인가, 회원사 등록 모두 지연
지난 8일 1월 중 발표 예정이던 '2024년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의 검사 결과'가 2월 초로 또 미뤄졌다. 벌써 두번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해 말 ‘매운맛’을 예고했기에 발표를 기다리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의 속이 타들어간다. 정기검사에 이어 발표될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3등급 이하로 나오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어 더 그렇다.
사진=연합
경영실태평가는 금융회사의 경영부실위험을 적기에 파악하고 조치하기 위해 경영상태 전반을 확인하는 것이다. 전체 5등급 중 우리금융은 2등급이다. 금융지주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적어도 2등급 이상은 받아야 한다.
2등급을 유지해도 문제다. 오는 8월까지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인수 가격(1조5493억원)의 10%에 해당하는 약 155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잃게 된다. 12개월 내로 인수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요즘 분위기라면 8월 인수도 어려워 보인다.
금융당국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권고치 12%도 걸림돌이다. 우리금융 CET1이 지난해 3분기 기준 12%를 밑도는 상황에서 인수자금으로 1조5500억원을 쓰기에는 부담스럽다. CET1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CET1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위기 대응력을 보여준다.
우리금융 측에서는 보험사 인수로 하락하는 CET1이 0.06%p 정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인수 후 매년 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해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에 제대로 찍혔다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 원장은 우리금융에 대해 유독 발언 수위가 높다. ‘매운맛’ 외에도 ‘나눠먹기 문화 팽배’ 등 우리금융을 직접 겨냥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지난해 8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터진 상황에서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발표한 게 화근이 됐다.
당시 이 원장은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라며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고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는 숙원사업이던 증권업 진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투자증권은 출범한 지 다섯달이 다 되도록 본인가는 물론이고 한국거래소 회원사 등록도 못했다. 기업금융(IB) 업무는커녕 본업인 주식 위탁매매업무도 불가능하다. 관련 인력도 잔뜩 뽑아놨지만 손가락만 빨고 있는 상태다. 밸류업은 커녕 보험과 증권업 진출 모두 제동이 걸렸다.
결국 이 원장 눈 밖에 난 탓이다. 관의 입김이 절대적인 국내 금융시장에서 금융당국과의 불협화음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말 그대로 찍히면 죽는다.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관치금융의 전형이다. 금융기관장들이 수시로 여의도를 들락거린 이유다. 이 원장은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았지만 ‘레임덕’은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이럴 때는 그저 납작 엎드리는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정부에서 밸류업하라며 등떠밀어놓고 발목을 잡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잘못에 대한 처벌은 마땅히 받아야겠지만, 그렇다고 밥그릇까지 깰 필요는 없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