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국내 자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쇼크'다.
코스피는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석 달 만에 2500선이 붕괴됐고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연일 하락 소식을 전하고 있다. 야당이 장고 끝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활기가 도는 듯했으나, 미국 대선 결과에 날개가 꺾였다. 변동성이 커진 탓에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사실 그동안 국내 증시에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미국 중앙은행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등 호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증시 하락을 막지도 못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 나가고 개미 투자자들마저 해외 주식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코스피가 나흘째 급락세를 보인 13일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
채권시장도 불안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규모 재정 지출과 감세 정책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금리 인하 기조와 맞부딪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미국 재정 지출에 따른 적자가 늘어나면 국채 발행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 투자 확대를 꺼리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고환율로 수입물가마저 뛸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 ‘신3고’ 위기가 다시 찾아올 조짐이 보인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비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공약이 현실화하면 내년 한국 경제는 2% 성장도 어렵다.
정작 문제는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한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데 있다. 높은 대외 의존도와 반도체·2차전지·자동차 편중 등 구조적 취약점이다. 전문가들은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대외 의존도가 높고 특정 산업에 편중된 한국 기업의 전망이 어둡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위축돼 구조적 침체 가능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악화나 수출 둔화에 의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내수도 빈약하다.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소비심리마저 위축됐다. 주도산업 다변화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구조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실 금융기관이나 기업에는 조심하라는 말이 전부다. 가능한 준비는 하고 있을 터다. 나머지는 정부 몫이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입을 촉진하는 정책을 통해 주가 안정성을 강화하고, 자본시장 안정을 위한 세제 지원,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시장의 불안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구조 개혁으로 기업의 성장성을 회복시키고,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방어력도 키워야 한다.
‘관치금융’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관리 감독이라는 명분 하에 수시로 간섭한 만큼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제야 말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다. 지금까지 참견했다가 위기 때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될이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