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선박 한국 비중 높아…화물선 등 일반 선박은 중국이 석권중소형 화물선 주력 중견 조선소 수주 감소 등 직격탄대형 조선사도 중국 성장에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한국 조선산업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은 매년 수주 잔고를 쌓으며 수익성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고공행진 중인 선박 가격도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중견 조선사들은 대형 조선사에 비해 수익성 확대 속도가 더디고 안정적인 매출을 뒷받침할 수주 잔고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는 중국 조선업계의 거센 추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화물선을 중심으로 조선 산업을 성장시키며, 이는 국내 중견 조선사의 주력 선종과 겹쳐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조선사의 시장 확장세는 대형 조선사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하고 있다. <IB토마토>는 한국 중견 조선사의 어려움을 분석하고, 이들의 생존 전략과 한국 조선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중국 조선산업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전 세계 화물선 신규 수주를 석권하며 한국 조선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국영 해운사의 탄탄한 수요와 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조선산업을 확대한 결과다. 이에 중국 조선산업과 주력 선종이 겹치는 국내 중견 조선소들이 중국과의 전쟁에 밀리는 모습이다. 아울러 중국 조선산업은 친환경 선박, 초대형 선박 등 한국 조선산업의 주력 선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국내 대형 조선소들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벌크선(사진=CSSC)
중국 조선산업 굴기…중형 화물선 수주 석권
8일 글로벌 조선산업 리서치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전 세계 선박 신규 수주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6.6%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연도 60.2%에서 6.4%포인트 증가한 점유율이다. 그에 반해 한국의 글로벌 신규 수주 비중은 같은 시기 19.1%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연도 전체(23.4%)보다 4.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부문에서는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소형 화물선 등 보통 선박 부문에서는 중국의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중국 선박 가격은 한국산에 비해 1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고, 낮은 가격이 높은 점유율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낮은 인건비와 수직 계열화 구축에 따른 낮은 제조비용,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가격 경쟁력의 근원으로 꼽힌다. 중국 조선산업 1위인 CSSC(중국 선박 그룹)는 선박 그룹 내 기술 연구소, 기자재 제조, 금융사 등 조선의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중국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은 화물선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다목적선, 벌크선 등 화물선 분야에서 중국의 글로벌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문제는 화물선이 국내 중견 조선소들의 주력 생산 선박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에 국내 중견 조선소들의 경쟁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국내 중견 조선소인 대선조선의 수주 잔고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억5605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직전 연도 같은 시기(3억4166만달러)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HJ중공업(097230)도 지난해 4분기 대거 수주를 따내며 수주 잔고를 늘리는데 성공했지만 3분기까지는 수주 잔고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주요 중견 조선소 중 눈에 띄게 수주 잔고가 늘어난 곳은 케이조선이 유일했다. 케이조선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주 잔고는 13억1252만달러로 직전 연도(8억107만달러)보다 64% 늘었다.
조선소는 막대한 고정비 등이 투입되는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꾸준히 수주 잔고가 증가해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조선산업이 회복 추세에 올라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중국의 무더기 수주로 인해 국내 중견 조선소들은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친환경 선박 수주 증가…대형 조선소도 바짝 추격
중견 조선소들과 달리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아직 중국 조선업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국내 대형 조선소들의 주력 선종이 친환경 선박, 초대형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 조선산업이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중국보다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형 조선소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하며 수익성 극대화 전략을 펴고 있다.
대형 조선소들의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주요 매출은 중국과 경쟁이 적은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329180)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회사의 연간 누적 수주 잔고는 160척으로 그 중 LNG선, LPG선, VLAC(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 잔고는 77%에 달했다. 반면 중국이 잡고 있는 탱커선, 컨테이너선 등 화물선의 수주 비중은 23%에 불과했다.
한화오션(042660)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수주 잔고 108척 중 LNG선, 암모니아선 등 고수익 선박의 수주 잔고 비중은 78.7%를 기록했다. 탱커선과 컨테이너선의 비중은 21.3%를 기록했다.
다만, 중국이 친환경 선박, 초대형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도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대형 조선소들도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중국의 친환경 선박 건조 비중은 전체 선박 건조의 30% 내외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75%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중국의 조선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글로벌 조선산업 종합 경쟁력에서 중국은 한국을 추월하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우위를 차지한 분야는 연구개발과 설계 등 기술력 분야에 불과했다.
한편 바짝 추격하는 중국 조선업계에 대해 국내 조선업계는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중견 조선소들도 친환경 선박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HJ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초대형 친환경 암모니아 운반선에 대한 설계 개념 승인을 받는 등 친환경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각 조선소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