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여신전문금융사가 발행하는 공모 회사채인 여신전문금융사채(여전채) 발행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신용등급이 높은 카드업계는 금리가 3.0%까지 내려가면서 2%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비상계엄 관련 정치적 이슈는 영향력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며, 오히려 새해 기준금리 추가 하락 기대감이 높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AA급 이상 신용카드사 발행금리 3.0%로 떨어져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AA급 이상인 여전채 발행금리가 3%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3% 중반에서 형성되고 있었는데 이달 들어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신용등급이 AA+급인 신한카드는 이달 발행한 무보증사채 개별 회차 7건 모두 금리가 3.0%에서 결정됐다. 미상환사채 잔액 기준 공모사채 금리가 3.0%에서 형성된 것은 지난 2022년 3월이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같은 신용등급인
삼성카드(029780)도 여전채 발행금리가 3.0%다. 삼성카드 역시 공모사채 금리가 3.0% 수준에서 결정된 것은 2022년 2월이 마지막이다. 지난 9월 신용등급이 AA+급으로 한 단계 상승한 현대카드도 발행금리가 3.0%로 내려갔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이달 발행한 공모사채가 아직 없다.
신용등급이 AA+급인 여전채는 개별민평 대비 0.01%~0.02%p 정도 낮게 발행되고 있다. 개별민평은 민간채권평가사 네 곳(키스자산평가, 한국자산평가, 나이스피앤아이, 에프앤자산평가 등)에서 제시하는 금리다. 이보다 낮게 발행하면 그만큼 채권 발행 여건이 우호적이라는 뜻이다.
AA급에 속하는 우리카드는 발행금리가 3.0%~3.1%다. AA+급 대비 0.05%p에서 0.10%p 정도 높게 책정되고 있다. 같은 등급인 하나카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AA-급인 롯데카드는 3.3%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AA급은 AA+급보다 발행금리가 높지만 민평금리 대비 더 높은 폭으로 언더발행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기본적으로 신용등급이 우수한 만큼 발행금리의 개별 차이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정치보다 신용 이슈가 영향력 높아”
최근 대통령 비상계염 관련 정치적 이슈가 증시와 환율 변동성을 높이는 등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여전채 발행은 여기서 한발 물러나 있다는 평가다. 여신전문금융사는 수신 기능 없이 여신을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하는데, 여전채는 대부분 국내 기관투자자와 거래한다.
여전채 공급 측면에서 카드사·캐피탈사가 발행하는 연간 물량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수요 측면에서도 투자 필요성에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 대상이 아닌 만큼 정형화된 면도 있다. 자본시장 내 다른 분야 대비 정치적 이슈에 영향을 덜 받는 이유다.
최성종
NH투자증권(005940) 크레딧 전략 애널리스트는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정치적 이벤트보다는 신용 이벤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라면서 “새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채권 전략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 비상계엄 사태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시장금리 변동성이 확대됐다”라면서도 “다만 금리는 펀더멘털이 더 중요하기에 정치 이슈가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카드업계와 달리 신용등급 격차가 큰 캐피탈 업권도 발행금리 하락 효과는 뚜렷하다. 하나캐피탈이나 KB캐피탈과 같이 업계 상위권 업체의 신용등급은 현재 AA-급인데, 최근 발행금리가 3.1%로 내려갔다. 같은 등급인 신한캐피탈도 금리가 3.1%에서 결정됐다.
그 이하 등급의 경우 A급인 애큐온캐피탈이 전날 공모사채를 4.6%~4.7%로 발행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금리가 5%대였다. 애큐온캐피탈도 미상환사채 잔액 기준 발행금리가 4.6%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2년 5월 사모사채가 마지막이다.
한 크레딧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캐피탈 업계의 경우 신용등급이 AA+부터 BBB까지 폭이 넓고 개별 업체의 여건도 크게 다른 특성이 있다”라면서 “새해 상반기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고무적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곳은 영향 관계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