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카카오뱅크(323410)가 해외진출 가속 페달을 밟는다.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글로벌 역량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태국까지 보폭을 넓힌다. 특히 태국은 우리나라 은행이 아직 발을 붙이지 못한 곳으로 양국 금융산업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진=카카오뱅크
태국 가상은행 시장 정조준
9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의 이용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슈퍼뱅크는 카카오뱅크가 지분 10%를 투자한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은행으로, 지난 6월 공식 론칭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바탕으로 태국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태국 금융지주사인 SCBx, 중국의 위뱅크와 협업해 태국 내 가상은행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월 태국 중앙은행에 가상은행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새해 상반기 내에 낙찰 여부가 공개될 예정이며, 태국 금융당국은 서비스 출시를 위해 1년의 준비 기간을 줄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이에 앞서 글로벌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비롯한 현지 인력을 충원 중이다. 금융당국의 인가 이후 가상은행 시스템은 카카오뱅크가 설계와 개발을 맡는다. 본격적인 구축은 새해 중반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시그니처 상품과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선별하고 있다. 현지화도 추진 중이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국내에서 실현하고 있는 외연확장에 대한 콘셉트도 가져가 태국 온·오프라인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진행할 계획이다.
태국 가상은행은 인니 슈퍼뱅크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슈퍼뱅크는 마지막 단계에 참여해 지분을 투자한 형태라면, 태국의 가상은행 건은 현지 지주와 협력해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다. 앱 개발과 서비스 구축 등 다양한 방면에서 협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에도 SCBx의 경영진이 카카오뱅크를 방문해 가상은행 합작 인가 추진 현황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당시 양 사는 태국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 향상, 디지털 금융 생태계 발전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등 금융 취약계층 대상 서비스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태국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포함해 가상은행 인가를 신청한 금융사는 5곳으로, 최종 3곳을 선택해 인가할 예정이다. 현지 증권사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유력 후보로 꼽기도 했다.
27년간 국내 은행 법인 없어…은행권에서도 '관심'
태국 금융당국의 가상은행 인가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카카오뱅크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은행 중 태국에 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활발하게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KB프라삭뱅크, 신한인도네시아은행, 인도네시아우리소다라은행, PT뱅크KEB하나 등이 인도네시아 내에서 영업 중이다.
우리나라 은행 법인이 태국에 없는 이유는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태국에 위치한 한국 은행들이 모두 철수를 결정하면서 재진출이 힘들어졌다. 당시 태국 정부는 우리 금융사를 상대로 차환 요청을 했으나, 거절 후 태국에서 떠나며 발을 디딜 수 없게 됐다.
만약 카카오뱅크가 컨소시엄 형태로 가상은행을 만들어 진출한다면 한국 은행으로서는 27년 만에 다시 문을 연 셈이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은행에서도 인가 여부를 눈여겨보고 있다"라며 "태국 진출이 법적으로 막힌 것은 아니다 보니 아직 계획이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글로벌 진출을 세 단계에 걸쳐 확장할 계획이다. 첫 단계인 스마트마이너리티 전략은 가장 리스크가 적어 안정적이다. 현지 시장에 대한 파악이 핵심으로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지분 투자가 대표적이다. 다음은 컨소시어파트너십 단계로 현재 카카오뱅크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 단계는 해외 법인에 대한 인수합병과 신규 라이선스 취득으로, 재무적 이익도 취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에서 지분 투자를 단행한 후 서비스와 상품, 디자인 등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역량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슈퍼뱅크는 아직 실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상황이다 보니 투자 회수는 시일이 걸린다. 올 3분기 지분법 적용 손실은 16억1500만원이다. 전체 실적에 기여하기에는 미미하다. 이번 손실로 3분기 기준 슈퍼뱅크 지분 10%의 장부가액은 1139억2400만원에서 1107억4100만원으로 하락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글로벌 역량을 단계적으로 높여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후 단독 글로벌 진출 범위를 확장시켜 재무적 이익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