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삼중고)②PF 사업장 정리 압박…회수 손실 '불가피'
'PF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적용으로 경·공매 기준 강화
중·후순위 대출 비중 높으면 '위험'…충당금 적립 부담도
공개 2024-12-06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4일 14:4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새해 캐피탈사 영업이 ‘삼중고’에 처할 위기다. 여전히 높은 조달금리와 지속되는 부동산금융 리스크, 레버리지배율 규제 강화 등 부정적 요인이 산재했다. 영업자산 재원 확보부터 운용, 관리까지 프로세스 전반에서 위험이 감지된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형 캐피탈사는 재무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IB토마토>는 캐피탈 업계 새해 전망을 조달·프로젝트파이낸싱(PF)·자본 세 가지 측면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한 사업장 정리가 내년 캐피탈사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브릿지론은 그동안 이뤄져 왔던 만기연장에서 토지 경·공매로 방향 전환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보유 자산 가운데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은 곳은 회수 과정에서 손실 인식이 불가피하다.
 
PF 모범규준 개정안 적용…브리지론 경·공매 가속화
 
4일 여신금융·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캐피탈사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고 있다. 부실한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기준을 더욱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경·공매 대상이 되는 연체 채권 기준이 6개월 이상에서 3개월 이상으로 줄었다. 연체 기간 3개월이 도래하는 달까지 경·공매에 착수해야 하며 해당 기한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응찰을 개시해야 한다. 완료 기한은 공매 응찰일로부터 6개월 이내다.
 
 
기존과 달리 특별히 부각되는 점은 채권이 3개월 연체되는 즉시 경·공매 작업에 나서도록 하고, 완료 기한도 명시해 뒀다는 것이다. 그만큼 부실 사업장을 빠르고 확실하게 털어내도록 압박한 셈이다.
 
예외가 적용되는 사유에는 ▲주택금융공사 등으로부터 보증을 받은 사업장 ▲본PF 사업장 ▲시행사나 시공사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사업장 ▲사업성이 아직 양호하거나 사업 진행이 곤란하지 않은 사업장 ▲채권 상각으로 정리하는 경우 등이 있다.
 
PF 대출 가운데 브릿지론이 핵심 대상으로 평가된다. 브릿지론은 공사 전단계 토지대에 대한 대출로 위험도가 본PF 대비 높은 편이다. 차입금으로 토지를 취득했지만 착공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해당 토지 매각을 통해서만 차입금 상환이 가능하다. 그동안 캐피탈 업계는 브릿지론 만기를 1년 수준 단위로 짧게 연장하며 버텨왔던 상황이다.
 
부실 사업장 정리는 결국 경·공매를 통한 매각이나 상각 방식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서 특히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채권 정리 압박에 따라 비교적 단기간 내 많은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경·공매 시장에서 대출자산 회수율이 떨어져 손실 인식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중·후순위 높은 곳 '리스크'…충당금 부담도 '가중'
 
캐피탈사의 브릿지론 자산은 질적 측면에서 다른 금융권 대비 열위한 상태다. 특히 중소형사는 변제순위가 중·후순위에 해당하는 대출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국신용평가 자료에 의하면 신용등급 A급 이하 8개사의 브릿지론 내 중·후순위 비중은 53%에 달한다.
 
이는 경·공매 과정에서 낙찰 상황에 따라 대출금이 전액 손실 처리될 가능성도 내재돼 있음을 뜻한다. 중소형사는 대출금 일부만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최종 손실률 자체는 신용등급이 우수한 다른 캐피탈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연합뉴스)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도 함께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경·공매 회수율이 낮아 손실로 잡히는 금액이 늘어나면 먼저 대손충당금으로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산건전성 저하가 오랜 기간 지속됐기 때문에 캐피탈 업계의 충당금 적립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충당금 적립 부담도 늘어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대출채권이 100억원이고 기존에 충당금 20억원을 쌓아둔 상태에서 80억원이 회수됐다면 추가적인 손실 없이 최종적으로 충당금 20억원만 손실 처리된다. 만약 70억원이 회수됐다면 경·공매 매각으로 1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제2금융권 종합해서 경·공매 현황은 아파트 기준으로 9월 말 경락률이 83%로 나타나 17% 정도의 손실이 있었다”라며 “나대지(토지) 기준으로는 경락률이 58%로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경·공매는 물건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라면서 “결국 변제순위가 중요한데, 같은 사업장이라도 순위에 따라 손실률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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