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스코홀딩스, 본업 침체에 니켈 카드 꺼냈지만…사업성 '우려'
니켈 사업, 기술 한계로 사업성 증명 어려워…가격 변동성도 리스크
EVMDC와 현재 구두 계약만…"구체적 사업성 정식 계약시 산정"
건설경기 침체·中 철강재 유입에 1Q 매출 반토막
공개 2023-07-25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1일 08:4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제이스코홀딩스(023440)가 연강선재 시장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니켈 광산 채굴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이스코홀딩스가 투자한 필리핀산 니켈은 대부분 순도가 낮아 수익성이 높은 베터리 양극재로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업계에서는 니켈의 가격 변동성이 높다는 점과 아직 정식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구체적인 사업 진척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제이스코홀딩스는 연이은 신사업 진출에 따른 차입금 부담이 가중되며 단기차입금이 늘어나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회사는 당장 투입되는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을 진행하고 있다.
 
 
제이스코홀딩스의 니켈 카드, 시장성·가격 리스크·구체적 사업성에서 우려
 
제이스코홀딩스의 니켈 사업의 골자는 제이스코홀딩스의 필리핀 현지 자회사(JSCO PH CORP)가 필리핀 광산 업체 EVMDC(EV Mining & Development Corporation)의 지분 10%를 49억원에 인수해 필리핀 니켈 노천광산 개발에 나선다는 것이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언론을 통해 오는 2024년에는 연간 990만톤, 액수로는 1조원 이상의 니켈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원광 선적을 통해 2차 전지 밸류 체인에서 원소재 공급 축을 담당하겠다는 것이 제이스코홀딩스의 설명이다.
 
부가적으로 EVMDC는 7월 필리핀 국토부 산하의 국영회사인 PMDC 소유의 부지 2700헥타르에 대한 개발운영권을 새롭게 획득하고, 8월 중 2차 드릴링이 시작될 예정이다. 제이스코홀딩스는 "내년 초 채굴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국영 부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게 제이스코홀딩스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먼저 필리핀산 니켈의 시장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니켈은 주로 라테라이트(산화광) 광석에서 추출된다. 라테라이트 니켈은 순도가 99.8% 이하이기 때문에 습식제련이 수반되지 않으면 배터리 양극재로 쓰기엔 무리가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의 니켈은 주로 페로니켈, 니켈선철(NPI) 등으로 제련돼 스테인리스강, 합금 소재로 사용된다. 
 
라테라이트 니켈을 순도 99.8% 이상인 양극재용 소재로 만드는 게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직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2021년 세계 최대 스테인리스강 생산 업체인 중국 칭샨이 건식제련을 통해 저순도 니켈로부터 고순도 니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생산에 성공했지만, 현재까지 양산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도 현재 페로니켈을 이용해 고순도 니켈 2만톤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즉, 라테라이트 니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 양극재 시장의 충분한 공급자로 나서기에는 아직 기술 발전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산 문제와 함께 환경오염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이스코홀딩스 측은 <IB토마토>에게 "정확한 니켈 순도는 드릴링을 해야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제이스코홀딩스는 필리핀 광업국의 자료를 인용, 사전 채굴 결과 대략 1~2% 순도의 니켈이 매장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답변했다.
 
제련 공정은 제이스코홀딩스의 사업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이스코홀딩스는 "당사와 EVMD가 채굴한 니켈 원광을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며, 습식 공정과 같은 제련은 수입처에서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널뛰는 니켈 가격이 수익성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니켈 가격은 올해 2월 1톤당 3만달러에서 7월 현재 2만달러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게다가 니켈 가격은 거래량이 적어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
 
필리핀 등에서 생산되는 니켈 가격도 LME 가격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니켈 가격이 예상과 다를 경우 기대 이익에도 차이가 나게 된다. 지난해 1분기 중국의 칭샨 그룹이 니켈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한 니켈 공매도 손실액이 10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로 니켈의 높은 가격 변동성은 니켈 제품 제조사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포스코의 페로니켈 제련사인 에스엔엔씨(SNNC)는 지난해 원가율이 98%를 기록, 2021년 85.6%보다 크게 높아졌다. 당시 니켈 관련 업계는 니켈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이어가며 원료 구매에 애를 먹은 바 있다.
 
니켈 가격 리스크에 대해 제이스코홀딩스 측은 "사업구조상 사업 진행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고, 매출액 기준 일정 부분의 순이익을 받는 구조"라며 "니켈 가격의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한 영업 이익은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리스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제이스코홀딩스는 현재 EVMD와 구두 계약을 마쳤지만, 아직 문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구체적인 정식 계약 시기는 미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제이스코홀딩스는 구체적인 니켈 사업의 예상 수익 및 독점판매권 계약 규모는 정식 계약 시기가 도래하면 산정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건설 경기 침체에 중국산 선재까지…'더블 악재'
 
제이스코홀딩스의 니켈 사업 진출의 배경에는 본래 주력 사업인 연강선재 사업의 부진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이스코홀딩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4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70억원)보다 46% 감소했다. 
 
우선 치솟은 원자재 가격이 제이스코홀딩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악화시켰다. 건자재 물가가 오른 탓에 제이스코홀딩스의 1분기 매출 원가율은 98.4%에 달했다. 높은 원가율 탓에 지난해(62억원 적자)에 이어 영업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높은 원자재 가격 등에 연강선재의 주 수요처인 건설 시장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내 선재사들이 판매한 연·경강 선재 물량은 11만147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만5856톤)에 비해 73.8%나 대폭 감소했다. 
 
게다가 저렴한 중국산 연강선재까지 국내 시장에 유입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산 선재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총 27만톤이 수입됐다. 수입산 선재의 점유율은 70.8%로 뛰었다. 지난해 수입산 선재 점유율(35.6%)의 두 배 수준이다.
 
 
공격적 투자 위한 '실탄 장전' 이어져
 
본 사업을 유지하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이스코홀딩스의 자금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이스코홀딩스의 올해 1분기 결손금 누적액은 1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강선재 사업으로는 수익보다 손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제이스코홀딩스는 전환사채 발행, 전환사채 재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1차 전환사채 만기일을 앞둔 지난 4월과 5월, 주가 상승을 고려한 사채 재매각도 활발히 이뤄졌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지난 5월 다섯 차례의 1차 전환사채 재매각을 통해 106억원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전환사채를 털어냈다.
 
제이스코홀딩스는 기존 전환사채 재매각과 동시에 지난 4월27일 400억원 규모의 3차 전환채권을 발행해 새로운 자금을 마련했다. 새로 마련된 전환채권 중 110억원은 운영자금, 290억원은 채무 상환에 사용된다. 
 
기업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순차입금의존도도 커지고 있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직접 대출보다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유동성전환사채 계정에 부채가 많이 잡혀 있다. 유동성전환사채는 통상 단기차입금에 포함된다. 이를 고려하면 순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18.36%에서 2023년 1분기 36.94%로 2배 이상 상승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