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사업성 탓 대주단 '만기 연장 불가' 통보…신세계그룹 극적 등판하이퍼청담PFV 지분 50% 신세계프라퍼티가 매입…신세계청담PFV로 사명 변경서울시 '역세권 활성화 사업' 덕 용적률 800% 이상 확보 가능
뜨거웠던 서울 호텔 부지 개발사업이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펜데믹 이후 경영난을 겪은 호텔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면서 부동산 개발업계는 서울 알짜 부지 ‘저점 매수’에 나선 바 있다. 고급주택 등이 포함된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을 위해서다. 그러나 분양 성적에 따라 이들 사업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백억원대 분양가에도 ‘완판’에 성공하며 사업이 순항하는 반면, 수익성 확보에 실패해 위기에 처한 사업지들도 목격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서울 주요 지역에서 진행 중인 호텔 부지 개발 사업들의 현황을 살펴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올해 청담동 프리마호텔 개발사업 ‘구원투수’로 등장한
신세계(004170)그룹이 사업 재구조화에 집중하고 있다.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던 기존 사업을 뒤엎고 서울시와 협력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내년 브릿지론 만기 시점까지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고삐를 당길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네이버지도 캡처)
EOD 위기에서 ‘십년감수’…‘제2의 조선팰리스’ 개발 기대
13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청담 프리마호텔 개발사업의 시행사 신세계청담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는 현재 사업계획안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이 개발사업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52-3·52-7번지 일원 프리마호텔이 있던 부지에 고급 호텔 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시행사 미래인은 르피에드청담PFV를 통해 지난 2021년 12월 프리마호텔을 약 41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새마을금고중앙회와 롯데카드 등 대주단으로부터 4640억원 규모 브릿지론을 조달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올해 5월 브릿지론 만기를 앞두고 청담 프리마호텔 개발사업 대주단은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에 제동을 걸었다. 사업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문 탓이었다.
그러다 올해 5월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가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구원투수가 필요했던 시행사 미래인과 서울 주요 지역 호텔 용지를 찾고 있던 신세계프라퍼티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다. 이에 따라 당초 르피에드청담PFV였던 시행자의 이름은 올해 1월 하이퍼청담PFV로 바뀌었다가, 신세계프라퍼티가 PFV의 지분 50%를 매입하면서 6월 신세계청담PFV로 최종 변경됐다.
하이퍼청담PFV의 지난해 말 기준 주주 구성을 보면 △데몬스 84.99% △무궁화신탁 5% △미래개발3 0.01% △기타 주주 10% 등이다. 데몬스와 미래개발3은 미래인의 특수관계자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분을 매입하며 새롭게 출범한 신세계프라퍼티의 주주 구성 현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신세계청담PFV는 올해 6월 대주단 협의회에서 사업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2차 특별약정 체결에 따라 브릿지론 만기일을 오는 2025년 11월16일까지로 연장했다.
개발계획 큰 틀 변화 조짐…인·허가까지 ‘속도’
신세계청담PFV는 신세계프라퍼티를 주축으로 현재 개발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사업 참여 당시 지상 47층 규모 호텔과 레지던스, 근린생활시설 등을 짓는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프리마호텔 개발사업이 지난해 서울시 ‘도시건축 창의혁신’ 디자인시범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되면서 최대 용적률 599%를 적용받은 것을 토대로 세운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해 9월 이 사업을 ‘역세권 활성화 사업’ 신규 사업대상지로도 선정했다. 지난 3월 기존 역세권에 국한됐던 대상지를 주요 간선도로변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운영기준이 개정됨에 따른 것이다. 또 관광숙박시설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1.2배 이하 범위에서 용적률을 가산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프리마호텔 부지는 일반상업지역의 최대 용적률인 800% 이상을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서울시에 879%의 용적률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 프리마호텔 개발사업 위치도.(사진=서울시)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자체적인 사업계획을 준비중이다. 이후 서울시, 강남구와 함께 최종 사업계획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이후 지구단위계획 지정, 교통·환경영향평가, 건축심의 등 인·허가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의 사업 참여 당시 최대 용적률이 599%에서 최근 800% 이상으로 상향되면서 기존의 부지 개발계획은 사실상 의미가 옅어진 셈이다. 특히 해당 부지가 한류관광 문화 산업 벨트에 속한 만큼, 서울시가 목표로 삼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관광도시’에 걸맞은 호텔 중심의 개발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새로운 사업계획 관련 인·허가 절차가 브릿지론 만기 시점인 내년 11월 이전까지 완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세계청담PFV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인·허가는 서울시 소관이기에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에 사업계획 수립을 완료할 방침이지만, 브릿지론 만기와 인·허가 완료는 별개의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