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순이익 1106억원에서 2602억원으로 급증영업현금흐름 4075억원 유입에서 979억원 유출로 전환계약부채 감소로 현금 유출 심화…신규 수주 확대 필요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현대로템(064350)이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오히려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계약부채의 감소가 꼽힌다. 이는 미리 받은 계약금을 활용해 제품을 제작하고 이를 매출로 인식한 결과로, 그동안 수주를 많이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재고자산 증가와 미지급비용 확대가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추가적인 부담을 더했다. 현대로템은 향후 신규 수주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현대로템)
운전자본 부담에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출 확대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60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106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당기순이익부터 시작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로템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79억원 유출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4075억원의 자금이 영업현금흐름으로 유입된 것과 대조적이다.
영업현금흐름이 유출로 전환된 원인은 운전자본 증가가 원인으로 파악된다. 실제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 부채의 변동으로 총 4778억원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계약부채의 감소로 3854억원이 유출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는 계약부채가 늘어나며 1272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부채는 발주처로부터 향후 납품 등 공급 계약 이행을 조건으로 미리 받은 자금을 의미한다. 자금을 미리 받고 향후 납품 의무를 이행하기 때문에 부채로 분류된다. 다만, 미리 자금을 받고 나중에 재화나 용역으로 이를 대체하기 때문에 원래 회사가 보유했던 현금이 유출된 것은 아니다. 미리 받은 현금이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면 사라진다는 의미다.
또한 계약부채는 계약시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신규 수주가 늘어나면 계약 부채가 함께 늘어나게 된다. 계약부채는 이후 제작이 진행되면서 현금 유출이 발생하고, 이는 곧 바로 매출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올해 3분기 매출액은 2조935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2조5982억원) 대비 13% 크게 증가했다.
아울러 미지급 비용도 현금흐름 감소에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 3분기 현대로템의 미지급 비용이 줄면서 1157억원의 현금 지출이 발생했다. 지급하지 않은 비용을 지급하면서 현금이 줄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3분기 미지급 비용이 늘면서 357억원의 현금 유입 효과가 나타난 것과 대조적이다.
보통 수주 사업은 사업 마무리 단계에서 미지급 비용 등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대로템의 철도 차량 사업 수주 33건 중 11건이 올해 말까지 납기일이 예정돼 있었던 탓에 비용 지출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신규 수주 확대로 현금흐름 확대 필요
계약부채는 신규 수주 증가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향후 계약부채 확대로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신규 수주의 확보가 중요하다. 올해 3분기 현대로템의 총 수주잔고는 18조9933억원으로 지난해 말(17조5003억원)보다 8.5%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수주잔고가 2022년 말(13조890억원) 대비 33.7%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수주 증가 속도가 둔화된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현대로템의 철도 차량 사업 신규 수주액은 5조2120억원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신규 수주액은 3조1100억원으로 40%가량 감소했다. 2022년 5조65억원의 신규 수주를 이끌어냈던 방산 부문의 신규 수주도 올해 3분기 4378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로템의 신규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K2 전차가 해외 수출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뿐 아니라 루마니아 등에 전차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수주 금액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조 단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철도 부문의 신규 수주 증가 속도가 둔화됐지만 방산 부문에서의 신규 수주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편, 현대로템은 철도 부문의 흑자 전환도 예상된다. 이에 향후 추가적인 영업활동현금흐름 개선 동력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0년대 철도 차량 업계의 경쟁 심화로 저가 수주 현상이 나타나자 재무악화 우려가 커진 바 있다.
현대로템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수주 현황에 대해 “현재 철도 사업 등은 해외에서 수주 잔고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