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의료 로봇 기업인
큐렉소(060280)가 올해 역성장을 맞으면서 3분기 누적 기준 3년 만에 영업손실로 전환했다. 국내 의료계 파업과 인도 카피 제품 출시 여파로 매출이 쪼그라든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면서 영업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큐렉소는 수출 비중이 적었던 만큼, 인도와 미국 등 해외 영토 확장을 이뤄 실적 반등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사진=큐렉소 홈페이지)
의료 파업·인도 카피 제품 여파로 외형 감소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큐렉소의 매출액은 407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557억원)와 비교해 26.93% 줄어든 수치다. 장기전으로 치달은 국내 의료 파업과 주요 매출 지역인 인도에서 카피 제품이 출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큐렉소는 지난 1992년 설립된 수술·재활용 로봇 개발 기업이다. 병원과 국내·외 대리점들을 대상으로 의료로봇 사업, 임플란트 사업, 무역 사업 등을 영위해 왔다. 다양한 사업 영역을 기반으로 지난 2021년 매출액 428억원에서 2022년(650억원)과 지난해(729억원)를 거쳐 외형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올해는 국내 의료 파업으로 인한 외형감소를 겪었다. 큐렉소는 의료용 로봇 등을 판매하는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기업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22%(81억원)가 병원에서 발생했다. 의료 파업으로 병원에서 수요가 줄면서 매출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대 매출처인 인도 시장에서도 복병이 생겼다. 큐렉소는 지난해 의료 로봇 사업에 대한 매출 중 57%(195억원)가 인도 임플란트 기업을 대상으로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 인도 현지에서 큐렉소 제품의 유통을 담당하던 메릴 헬스케어가 큐렉소의 카피 제품을 내놓았고, 이에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매출이 꺾이자 수익성도 직격탄을 맞았다. 큐렉소는 올해 3분기 43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매출 규모가 더 컸던 지난해 3분기에는 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역성장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2022년 흑자로 전환한 이후 3년 만에 연간 적자를 눈앞에 두고 있고,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3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비용 방어에 실패한 영향도 있다. 앞서 올해 3분기 매출원가(율)은 302억원(74.33%)으로, 직전연도 동기(416억원, 74.62%)보다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판매비와 관리비(율)이 122억원(21.95%)에서 148억원(36.36%)로 확대됐다.
다행히 판매비와 관리비가 확대된 가장 큰 이유는 R&D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큐렉소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로봇의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과 로봇의 신규 개발 등을 위해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지난해 3분기 55억원(비율 9.79%) 수준이던 연구개발비가 올해 70억원(17.26%)으로 확대됐다.
미국·인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강화 '방점'
큐렉소는 매출 감소를 방어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외 판매 확장을 택했다. 올해 3분기에는 의료 로봇 사업의 매출액 중 81.96%(334억원)가 내수에서 발생했다. 큐렉소는 국내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기 때문에 신규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결정했다.
새롭게 주력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앞서 큐렉소는 척추 수술 로봇인 '큐비스-스파인'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료기기 인증(CE)으로부터 인허가를 모두 획득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판매 대수는 3대에 그쳤기 때문에 이외 제품들의 판매 확장도 필요했다.
이에 큐렉소는 주력 제품인 '큐비스-조인트'를 미국 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했다. 업계 최초로 미국 FDA에 인허가를 신청하면서다. 큐비스-조인트는 인공관절 수술 시 보다 정확히 삽입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술로봇 시스템이다. 지난해 기준 큐비스-조인트의 판매대수 73대 중 55대를 인도에 공급됐던 만큼, 모든 제품 중에서 가장 수요가 높다.
카피 제품으로 인해 주춤했던 인도 시장에서도 점유율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큐렉소에 따르면 최근 인도 시장 내 대리점 추가 확보와 법인 설립을 결정하면서다. 앞서 큐렉소는 메릴 헬스케어와 인공관절 대리점 체제를 맺고 판매를 해왔다. 그러나 메릴 헬스케어가 큐렉소의 카피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에 법인 설립을 통한 '큐비스-조인트'의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인도와 미국 진출 작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유동성 자금도 넉넉하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큐렉소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및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 포함)은 373억원이다. 기업의 신용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도 1270%에 달하기 때문에 사업 자금으로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
더욱이 실적 악화에도 현금창출력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큐렉소는 지난 2022년까지는 영업활동으로 131억원의 현금이 유출됐지만, 지난해(51억원) 양수(+)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에도 영업활동으로 33억원이 유입되면서 지난해 동기(39억원)와 유사한 수치가 나타났다.
큐렉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의료 파업뿐만 아니라 메릴 헬스케어의 카피품으로 인해 큐렉소 제품의 수입을 줄이면서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라며 "인도와 이외 국가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제품에 대한) 인허가 진행을 하면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