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패션그룹형지가 의류 시장 침체와 경쟁 심화로 실적 부진을 이어가면서 재무안정성 역시 불안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브랜드력 강화와 유통망 효율화가 절실하지만 회복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형지는 지난해 매출액 287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7%(174억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0억원에서 –523억원으로 적자폭이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452억원에서 -876억원으로 커졌다.
실적 부진으로 장기신용등급도 떨어졌다. NICE신용평가는 정기평가에서 형지의 장기신용등급을 B+로 하향 조정했다.
형지는 크로커다일레이디부터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 여성복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종속기업을 통해 까스텔바작 브랜드 사업도 전개 중이다.
오랜 업력과 다수 대리점 영업 기반으로 주력 브랜드들의 인지도는 양호한 편이지만 시장 경쟁 심화와 의류 시장 경기둔화로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져 최근 매출액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까지는 양호한 영업이익 추세를 나타냈지만 2018년 이후 주력 브랜드의 매출 감소, 관계사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상각비 규모 확대, 브랜드 철수 비용, 네오패션형지의 비용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부진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실 유통망을 정리하면서 회사 외형이 이전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 회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유통망 효율화 등 비용 절감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개선 효과는 불투명한 상태다.
재무안정성 역시 불안정하다. 리스부채 인식과 송도 신사옥 건설 자금 소요 등으로 총차입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총차입금이 3045억원으로 2020년(1408억원)에 비해 116.3%(1637억원) 늘었다.
당기순손실도 계속 누적됐는데, 특히 지난해 중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 설정(판매관리비 371억원, 영업외비용 103억원) 영향으로 대규모 당기순손실(923억원)이 발생한 바 있다.
브랜드 경쟁력 저하로 영업현금창출력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중단기적으로는 자체 현금창출력 회복을 통한 재무안정성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창수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형지는 올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유입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재무구조 일부 개선은 가능할 전망이나 브랜드력 저하로 열위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2020년 이전 수준의 재무안정성 회복에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진단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