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애니메이션 '뽀로로' 제작사 아이코닉스의 기업가치가 상장 기대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추산되면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회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E&F와 코너스톤이 투자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가운데 절반이 조기 상환됐고, 나머지 사채 만기는 1년 연장됐다. 상장 추진 당시 거론된 밸류에이션과 최근 외부 주주의 지분 평가액 사이에도 간극이 나타나는 가운데 영업실적까지 둔화하면서 잔여 투자금의 회수 경로에 관심이 쏠린다.
뽀로로 등 아이코닉스 주요 IP(사진=아이코닉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이코닉스는 2025년 E&F·코너스톤 측이 보유한 BW 원금 200억원 중 100억원을 조기 상환했다. 상환 프리미엄을 포함한 현금 유출액은 약 112억원이다. 남은 원금 100억원의 만기는 2026년 3월에서 2027년 3월로 1년 연장됐다. 지난 2024년 만기를 한차례 늦춘 데 이어 추가 연장한 것이다.
E&F와 코너스톤은 2020년 3월 아이코닉스 BW에 총 2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거래에서 거론된 기업가치는 약 1000억원이다. 이후 2021년 IPO 추진 과정에서는 3000억~4000억원의 상장 밸류가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아이코닉스는 2024년 5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이후 같은 해 11월 자진 철회했다. 상장이 무산되면서 FI의 회수 경로도 IPO나 구주 매각에서 BW 상환으로 옮겨갔다.
2024년 정점 찍은 EBITDA, 2025년 31% 감소
아이코닉스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942억원, 2022년 1053억원, 2023년 1176억원으로 완만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6억원, 92억원, 87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114억원, 122억원, 119억원으로 100억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상장을 준비하던 2024년에는 실적이 크게 뛰었다. 매출은 1930억원으로 전년보다 64% 늘었고, 영업이익은 199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EBITDA도 229억원으로 약 92% 확대됐다. 그러나 성장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2025년 매출은 1843억원으로 4.5% 줄었고, 영업이익은 127억원으로 36% 감소했다. EBITDA도 157억원으로 약 31% 낮아졌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2024년 102억원에서 2025년 151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BW에 붙은 신주인수권의 공정가치가 떨어지면서 대규모 평가이익이 생긴 영향이다. 신주인수권 파생부채 공정가치는 2024년 말 126억원에서 2025년 말 73억원으로 약 42% 감소했다. 행사기간 만료가 임박한 데다 평가에 반영된 주당가치도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파생부채의 공정가치가 낮아지면 장부상 부채 감소분은 평가이익으로 인식된다. 아이코닉스는 신주인수권과 조기상환권을 합쳐 파생부채 평가이익 약 56억원을 거뒀다. 전년 36억원 평가손실에서 큰 폭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 결과 영업이익이 36% 줄어든 가운데 파생부채 평가이익이 순이익을 떠받쳤다. 여기에 법인세비용도 50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면서 순이익 증가 폭이 커졌다.
상장 기대 밸류와 벌어진 간극…IPO 대신 'BW 회수'
2025년 EBITDA 157억원에 애니메이션·캐릭터 업계의 실질적인 상장 밸류에이션 배수를 적용하면 아이코닉스의 가치는 당초 시장의 기대치와 큰 간극을 보인다. 최근 상장한
더핑크퐁컴퍼니(403850)가 IPO 당시 비교기업 평균이었던 EV/EBITDA 19.87배를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는 약 3119억~432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순현금 236억원을 더한 지분가치는 최대 4500억원을 상회하게 된다.
그러나 시장에서 바라보는 아이코닉스의 실질 몸값은 이보다 훨씬 엄격할 것이란 추정이다. 1세대 애니메이션 기업인
SAMG엔터(419530)는 최근 주가와 2025년 실적을 기반으로 EV/EBITDA 3배 안팎의 평가를 받으며 거래되고 있고, 더핑크퐁컴퍼니는 약 1.5배 수준에 불과하다.
단순하게 2025년 EBITDA 157억원를 기준으로 EV/EBITDA를 5배로 적용하더라도 아이코닉스의 기업가치는 약 800억원대 수준이다. 여기에 순현금 236억원을 더한 지분가치는 1000억원을 겨우 넘어선다. 2021년 상장 추진 당시 기대된 3000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특히 아이코닉스는 뽀로로의 저력에도 고마진 IP 매출이 줄면서 향후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2025년 매출 구성에서 늘어난 건 상품 매출뿐이다. 상품 매출은 1400억원에서 1426억원으로 1.9% 늘었지만, 라이선스 매출은 260억원에서 206억원으로 21% 줄었고, 방송·비디오 매출은 125억원에서 109억원으로 12%, 기타 매출은 145억원에서 102억원으로 30% 줄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BW 상환은 FI의 회수 전략이 IPO나 구주 매각에서 채권 회수 쪽으로 이동했다는 평가다. 아이코닉스는 상장예심 철회 이후 실적을 회복해 밸류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전체적인 외형 성장이 둔화세에 직면하면서 재차 상장 추진에도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캐릭터 회사의 가치는 라이선스 같은 고마진 IP 매출에서 나오는데, 그 부분이 약해지고 유통 성격의 매출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 밸류 측면에서 불리하다"며 "최근 동종업계 기업인 더핑크퐁컴퍼니의 경우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있어 상장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