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넘기지만, 일반주주에게는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팔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일반주주의 투자금 회수 기회가 온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인수자가 먼저 확보한 지분 규모에 따라 추가로 공개매수해야 할 물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실제 경영권 거래 사례를 통해 주주 간 매각 기회의 격차를 짚고,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실효성과 보완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주식을 팔 기회가 생겨도 일반주주가 원하는 물량을 모두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주주는 별도 계약을 통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지만, 일반주주는 공개매수에 응모하고도 매수 한도에 막혀 일부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일반주주의 실질적인 출구가 되려면 주당 가격뿐 아니라 실제로 팔 수 있는 수량과 남은 주식의 회수 문제까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AI제작·IB토마토)
응모 주식 모두 산 세 거래…상장폐지 위한 지분 확보 목적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2023년 1~2월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주당 19만원에 공개매수했다. 최대 약 1118만주를 사겠다고 제시했으며, 실제 응모한 약 952만주를 모두 매수했다. 최소 매수 조건을 충족했고, 신청 물량도 최대 매수예정수량을 밑돌았다.
루트로닉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한앤코23호는 같은 해 6~7월 보통주 약 2093만주를 주당 3만 6700원에 매수하겠다고 공고했다. 전환우선주를 제외한 보통주 기준으로, 실제 주주들이 내놓은 보통주 약 1714만주가 전부 매수됐다.
제이시스메디칼은 2024년 6~7월 진행된 1차 공개매수에서 응모 물량이 모두 매수됐다. 시러큐스서브코는 주당 1만 3000원에 최대 약 5572만주를 사겠다고 제시했고, 실제 응모한 약 4250만주를 전부 사들였다.
세 거래의 공개매수가격은 기존 대주주 측과 계약한 주당 인수가격과 같았다. 인수자가 제시한 최대 목표 수량을 모두 채운 것은 아니지만, 공개매수에 참여한 주주들은 내놓은 주식을 전부 팔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일반적인 경영권 거래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는 자발적 상장폐지 추진 계획이 담겼고, 루트로닉과 제이시스메디칼도 상장폐지와 완전자회사화를 추진했다. 인수자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머지 주주들의 지분까지 사들일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인수자가 일정 지분만 확보하고 상장을 유지하려 한다면 일반주주의 주식을 모두 살 필요가 없을 수 있다. 공개매수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도 인수자가 정한 매수 한도에 따라 실제 매각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세 사례에서 전량 매각이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자발적 공개매수가 일반주주의 회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한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진=IB토마토)
대주주는 별도 계약으로 매각…일반주주는 매수 한도 안에서 안분
국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된 의무공개매수 도입안에서도 매수 수량은 핵심 쟁점이다. 개정안은 일정 요건의 인수자가 대주주에게서 먼저 산 지분 등을 포함해 '50%+1주' 이상을 확보하도록 한다.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이 매수예정수량보다 많으면, 신청 물량에 비례해 일부만 사들이는 안분매수가 적용된다.
가령 다른 보유 지분이 없는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 40%를 먼저 샀다면, 최소 요건을 채우기 위해 추가로 사야 하는 물량은 10%+1주다. 나머지 60%를 가진 주주가 모두 응모하고 인수자가 최소 물량만 산다면, 일반주주는 내놓은 주식의 약 6분의 1만 팔 수 있다. 대주주는 계약 물량을 모두 넘겼지만 일반주주는 대부분을 계속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처음부터 같은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수량 제한을 함께 부담한다. 매도 신청이 매수 한도를 넘을 때 대주주 역시 같은 비율로 일부만 팔게 된다. 모든 주주의 전량 매각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일반주주만 제한된 물량을 나눠 파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공개매수 이후에도 남는다. 주식을 모두 넘긴 대주주는 해당 주식의 가격 변동에서 벗어나지만, 일부만 판 일반주주는 남은 주식을 언제 얼마에 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 남은 물량은 공개매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거래에서는 남은 주식을 사들이는 후속 절차가 마련되기도 한다. 루트로닉은 1차 공개매수 이후 잔여 주식을 대상으로 2023년 7월17일부터 8월8일까지 2차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보통주 가격은 1차와 같은 3만 6700원이었다. 추가 매각 기회는 열렸지만, 기다린 주주에게 더 높은 가격이 제시된 거래는 아니었다.
이들처럼 응모 주식을 전부 매수한 거래에서 남은 주식과, 안분매수 때문에 팔지 못한 주식은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은 물량 등이지만, 후자는 주주가 팔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매수 한도에 막힌 물량이다. 추가 매수 계획이 없다면 해당 주주는 시장에서 다시 매각 기회를 찾아야 한다.
추가 매수 기회가 있더라도 가격과 지급 시점은 따져봐야 한다. 특히 경영권을 확보한 뒤 상장폐지를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단계에서는 인수자가 가격을 높여줄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
한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미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상장폐지를 전제로 공개매수하는 경우에는 인수자가 높은 가격을 제시할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지배권을 가져오는 거래에 적용하는 의무공개매수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반주주에게 중요한 것은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실제로 팔 수 있는 물량과 남은 주식의 처분 조건이다. 대주주는 먼저 계약 물량을 모두 팔고 일반주주만 수량 제한을 받는다면, 같은 가격을 적용해도 투자금 회수 기회의 격차는 남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이고 나머지 주식만 안분비례로 매수하면, 대주주는 계약 물량을 모두 팔지만 일반주주는 일부만 매각하게 될 수 있다"며 "이러한 구조를 제도화하면 자발적으로 전체 주식을 사주거나 주주들에게 비례적으로 매각 기회를 제공하려는 움직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