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화비전이 글로벌 영상보안 시장의 독보적인 지위를 발판 삼아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 산업용 장비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로부터 인적분할과 흡수합병이라는 지배구조 개편을 거치며 독자 경영의 닻을 올린 가운데, 주력인 시큐리티 부문의 견고한 수익성을 동력으로 삼아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장비인 반도체 본더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사진=한화비전)
26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한화비전의 핵심 수익원인 시큐리티 부문은 전 세계적인 보안 수요 확대와 맞물려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2024년 기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영상보안 시장에서 5위, 미국 시장에서는 3위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중상위권의 시장지위를 확고히 다졌다.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중국 제품 배제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한화비전의 시장 점유율은 반사 이익을 얻으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시큐리티 부문의 미국향 매출액은 약 5609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사 매출 단순 합산액의 약 41.7%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또 AI 카메라와 같은 고사양 장비의 매출 확대와 유리한 환율 여건이 더해지며 양호한 영업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용 장비 부문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주력 제품인 SMT 칩마운터는 글로벌 시장 5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산업 발전에 따른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해 반도체 전·후공정 장비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후공정 핵심 장비인 TC본더의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적자 폭이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한국기업평가가 발표한 최근 한화비전의 신용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돼, 향후 반도체 장비 부문의 매출 기여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반도체 장비 사업 초기 단계에서 연구개발비 부담이 존재하지만, 글로벌 시장 환경이 우호적인 만큼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료=한국기업평가)
한화비전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 3317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9.9%로 집계됐다. 시큐리티 부문의 우수한 채산성이 전사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동기간 약 202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는데, 이는 실제 사업 경쟁력 약화보다는 회계상의 일시적 요인이 크다. 임직원에 대한 현금결제형 주식기준보상거래와 관련하여 약 1523억원의 기타금융부채 평가손실이 반영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향후 한화비전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관세 부담이다. 현재 한화비전의 미국 수출 물량은 베트남 생산 비중이 90%, 국내 위탁 비중이 10%로 구성돼 있으며, 이에 적용되는 복합 관세율은 약 19% 수준으로 추정된다. 향후 관세 부담이 본격화될 경우 연간 약 600억원 내외의 비용 발생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화비전은 미국 현지 법인의 재고 수준을 약 4개월분까지 확충하여 단기적인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또 향후 판가 조정 여력이 내재되어 있어 가격 정책을 통한 수익성 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 위축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재무적 측면에서는 대규모 자금 소요가 예정돼 있다. 한화비전은 근무 공간 확충 및 사업부 간 시너지 제고를 위해 2800억원 규모의 '휴맥스빌리지' 사옥 매입을 결정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로 인해 올상반기 중 차입 규모가 일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신중학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한화비전 관련 신용평가보고서에서 "연간 1600억원이 넘는 EBITDA 창출 능력과 우수한 유동성 대응 능력을 고려할 때, 이러한 투자 부담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한화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 역시 중요한 변수다. 최대주주인
한화(000880)는 오는 7월을 기점으로 방산·에너지 등 존속 부문과 테크 솔루션 등 신설 부문으로 인적분할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화비전의 최대주주도 변경될 예정이다. 다만 한화비전이 그룹 내에서 시큐리티 중심의 핵심 사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그 전략적 위상은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