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바닥?)④V자 아닌 L자…K-배터리 장기 캐즘 기로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보다 저렴
단기 캐즘은 '바닥 다지기' 과정 평가
"기술 주도권 쥔 기업이 최후 승자 될 것"
공개 2026-01-19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1월 15일 10:3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가 지난해 상반기 정점을 찍고 하반기 일부 회복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올해는 수요 둔화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들은 이러한 전망을 증명하듯 전기차 생산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국내 배터리사와의 대규모 계약을 해지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견고하다. 중장기 성장성을 믿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IB토마토>는 올해 전기차와 관련 산업 전반의 업황을 짚고, 향후 흐름을 전망·분석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등 전방산업 악화로 2년 이상 이어진 주가 및 실적 조정을 거치며 시장에서는 '이제는 바닥'이라는 저점 매수론과 '수요 회복 시그널이 아직 없다'는 신중론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과거 급성장기로 즉각 회귀한다는 'V자 반등론'보다는 낮은 성장률이 길게 이어지는 'L자형' 정체 구간, 즉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다만 올해를 기점으로 한 희망적인 글로벌 지표들도 속속 나오고 있어 전기차와 배터리 업황 반등 시점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전기차도 내연기관차만큼 경제성 긍정 평가
 
전기차와 더불어 배터리 수요 회복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경제성(TCO·배터리 단가)' 개선이다. 15일 골드만삭스 등에 따르면 올해 리튬이온 배터리 팩 평균 가격이 2023년 (140달러) 대비 올해 약 40~50% 하락해 킬로와트시(kWh)당 약 80달러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보조금 없이도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 기준 가격 차이가 크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TCO란 차량 구매가뿐만 아니라 타는 동안 드는 연료비, 정비비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배터리 가격 하락과 높은 유가, 그리고 내연기관 대비 현저히 낮은 정비비 절감 효과가 합산되면서 올해부터는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차를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확신이 드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경제성이 역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책과 규제 역시 수요 회복을 뒷받침하는 핵심 변수다.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향후 탄소배출 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벌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연합(EU)이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목표를 유지하고, 중국 역시 NEV(신에너지차) 크레딧제 강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가정하고 EV 판매 전망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현행 정책 기준으로 전 세계 신차 4대 중 1대가 전기차가 될 것이며, 2030년에는 전체 차량 가운데 전기차의 비중이 40%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판매량 매년 '사상 최고치' 경신
 
판매량 지표 또한 단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우상향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NEF(BNEF)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합친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약 22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성장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BNEF는 이 같은 수치를 두고 “성장률은 둔화됐지만, 전기차 판매가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라며 “전기차 시장은 더 높은 기반 위에서 성장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전기차와 배터리가 '지하실'로 추락하는 과정이라기보다, 다음 상승 사이클을 위해 '바닥'을 단단히 다지는 구간으로 해석된다. IEA의 공표정책(APS) 시나리오 등에서도 2030년 전기차 누적 대수가 2.4억~3억대 수준으로 늘어나고 판매 비중이 상승하는 흐름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장기 수요는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BNEF도 “전기차 업계에 단기적인 전망 하향 조정이 잇따랐지만, 2035년 기준 EV 판매 비중 56%라는 장기 시나리오는 유지하고 있다”며 “단기 조정과 장기적 성장성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역시 “K-배터리의 설비 가동률과 라인 전환이 안정되는 2027년 이후에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동반 성장으로 다시 두 자릿수 성장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배터리 단가 하락과 전기차 규제 강화 등 배터리 업계를 둘러싼 여러 요소들이 동시에 개선되는 시점이자,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의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며 "단기적인 업황 부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중장기적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는 기업이 반등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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