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늪에 빠진 SK…알짜까지 파는 '전면 리밸런싱'
자산 유동화로 재무 부담 상당 부분 완화
자회사 실적 개선…SK온 사업 전망 '먹구름'
공개 2026-01-26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2일 11:2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SK그룹이 배터리 사업 확장과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례 없는 속도로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재편을 밀어붙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배터리를 3대 핵심 축으로 낙점한 SK(003600)는 알짜 자산들까지 과감히 매각 리스트에 올리면서 리밸런싱에 나서고 있다. 다만 배터리 사업 실적이 올해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뒤따르고 있어, 올해 SK실트론 매각 등 굵직한 건들을 완료하고, 대한송유관공사 지분을 비롯해 비핵심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뒤따른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약 4조원의 자금을 확충한 것으로 파악된다. SK스페셜티(2.6조원), 판교 데이터센터(5068억원), 보령LNG터미널(5600억원)을 비롯해 올해 초 기체 분리막 전문 기업 에어레인 지분을 전량 처분해 약 106억원을 회수했다.
 
SK 서린사옥(사진=SK)
 
지난해 자산 매각으로 4조원 확보…채무 상환에 주력한 한 해
 
지난해 이어진 대대적인 자산 유동화를 통해 SK그룹은 배터리 사업 확대 과정에서 불거졌던 재무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말 연결 기준 11조원에 달했던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조4159억원으로 낮아졌고, 이에 따라 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40.5%에서 37%까지 떨어졌다.
 
SK는 지난해 전체적으로 CAPEX 규모를 줄이고 채무 상환을 통한 신용도 방어에 나서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SK는 2024년 10조279억원에 달했던 CAPEX 규모를 지난해 6.5조원까지 줄이고, 7조3271억원에 달했던 재무활동현금흐름을 1조2616억원까지 줄이면서 채무 상환에 주력했다.
 
지난해 SK가 비핵심 자산 매각에 주력한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의 신용도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앞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SK의 신용등급 검토 요인으로 ‘별도 차입금의존도 40% 초과’를 지적했다. 올해 초만 해도 이 지표가 40%대를 기록하면서 등급 하방 리스크가 부각됐으나, 자산 매각 등의 재무 개선이 진행되면서 차입 부담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특히 SK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096770)의 대규모 자본 투입 시점에서도 자금유출 규모를 통제하기 위해 주가연계증권(PRS) 방식을 도입하는 등 재무 부담을 완화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 합병을 발표하며 5조원의 자본 확충을 진행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2조원), 영구채(7000억원) 발행과 SK온(2조원), SK IET(3000억원)에 관한 유상증자다. 이 과정에서 SK는 SK이노베이션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4000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나머지 1조6000억원은 PRS 계약을 체결하면서 부담을 줄였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주식의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금융회사와 교환하는 파생상품이다. 보유 주식의 실질적인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주가 변동에 따른 차익만을 교환해 현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아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여전히 적자인 배터리 사업…자산 매각으로 영업 손실만 메꿀 판
 
SK이노베이션은 2024년 SK E&S 합병에 이어 지난해 SK엔무브 지분 확보, SK온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합병 등을 통해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이 가운데 SK엔무브는 매년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는 그룹 내 최고의 효자 기업으로, SK엔무브의 편입을 통해 실적 개선이 얼마나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밖에도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통합 법인을 출범시켰다.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트레이딩 부문과 탱크 터미널 사업을 통합해 마진 개선에 나선 것이다.
 
다만 배터리 사업 핵심인 SK온의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SK온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배터리 부문의 4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324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규모가 1996억원 가량 확대될 것이란 게 증권가 컨센서스다.
 
 
 
나아가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0조2000억원, 284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50%까지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올해에도 배터리 부문은 1.6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사업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올해도 여전히 배터리 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면서, 자금 조달과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 전략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SK그룹은 최근 보령LNG터미널 지분을 정리한데 이어 올해 대한송유관공사 지분과 광양·여주·하남·위례 발전소 액화천연가스(LNG)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의 배터리 수요 둔화는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고정비 부담을 키워 적자를 심화시키는 구조"라며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이 생산 효율화나 기술 격차 확보에 투입되기도 전에 적자를 메우는 데 소진될 수 있어 향후 SK의 재무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