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자 점검)④SK, AI·반도체에 쏟아붓는다…관건은 자금줄
2028년까지 국내만 AI·반도체 128조 투자 계획
용인 클러스터 중심 600조 투자 청사진 눈길
하이닉스 실적이 버팀목…현금·차입으로 한계
공개 2026-01-0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9일 15:5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간 면담 이후 삼성·SK·현대차·LG 등 대기업들이 연달아 수백조 단위의 투자 계획과 대규모 채용안을 내놓고 있다. 외형 확장과 미래 전략 확보라는 명분이 깔려 있지만, 각 그룹의 실적과 재무여력에 비해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업의 견조한 현금 창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와 채용은 지속될 수 없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그룹의 투자 능력과 본업 성과,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재원 마련 역량을 점검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그룹이 오는 2028년까지 국내에서 10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AI·반도체 중심의 성장 전략을 본격화했다. 여기에 더해 2050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600조원에 달하는 장기 투자 구상도 동시에 제시했다. 투자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확대되면서 재원 조달 구조의 편중과 재무 부담 관리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의 공격적 투자 드라이브가 실제 집행 단계에서도 실행력과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점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이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주도로 AI·반도체 사업 공격 투자
 
2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국내에 128조원을 투자해 AI 사업 확장과 글로벌 메모리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며 그룹의 미래 성장 경쟁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SK(003600) 측은 <IB토마토>에 “SK그룹은 AI,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사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고용을 이어가며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며 “2028년까지 국내에 128조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투자 방향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000660)가 주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있다.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은 2027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기 팹이 완전 가동되는 2030년에는 월 약 35만 장의 웨이퍼가 추가돼 전체 생산능력이 월 90만 장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SK그룹은 용인 지역에 초대형 반도체 팹 4기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고 고용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물량 확대를 넘어 AI 반도체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오는 2050년까지 집행될 누적 투자 규모는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AI 메모리 수요 증가와 최첨단 공정 비중 확대에 따라 당초 계획 대비 투자비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앞서 최태원 회장도 지난 16일 “원래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으나 투자 예상 비용이 점차 늘고 있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 측은 <IB토마토>에 “시장 수요에 따라 팹 건설 속도는 조절하겠지만, 청주 M15X의 빠른 램프업 속도를 고려해 용인 클러스터 1기 팹도 당초 계획보다 이른 시기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AI 수요로 고성능·고부가 공정 비중이 늘면서 첨단 설비 투자가 급증한 것이 투자 규모 확대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자금 조달 방식 한계"…금산분리 논의 배경도 재원 부담과 맞물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창출하는 현금과 외부 차입을 병행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최근 2년간 강도 높은 리밸런싱을 통해 재무 건전성 회복에 집중해 온 SK그룹으로서는 기존 자금 조달 방식만으로는 무리라는 판단이 자리한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이 최근 자본 투자 유치와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를 언급하는 배경 역시 투자 재원 부담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초대형·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AI·반도체 산업 환경에서 기존 차입이나 증자 중심의 재원 조달만으로는 투자 시기와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프로젝트 단위로 외부 자본을 유치해 초기 투자 부담을 분산하고, 재무 레버리지 확대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8조36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2.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48.4%로 전년 말 62.2% 대비 10%포인트 이상 낮아졌고, 순차입금 역시 4조원에 가까운 순현금 구조로 전환됐다. 
 
그러나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재무 여력은 빠듯한 상황이다. 지주사인 SK는 최근 3개년 잉여현금흐름(FCF)이 2022년 마이너스(-)6조3223억원, 2023년 -7조5613억원, 2024년 -7조5632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 1조252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연간 적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오 계열 또한 생산 인프라 확충과 연구개발 투자 부담이 지속되면서 단기간 내 그룹 투자 재원을 보완할 수준의 현금 창출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차입 확대가 다운턴 등 외부 충격 발생 시 재무 리스크를 키울 수 있고, 부채비율 등 주요 재무 지표 악화로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역시 기존 주주 가치 희석에 따른 주가 변동성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AI 수요 확대에 대응한 선단 공정 투자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설비투자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되는 국면에서도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병행될 경우 잉여현금흐름의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한몫한다.
 
이에 SK하이닉스 측은 <IB토마토>에 “공정 미세화 한계 극복을 위한 첨단 기술 도입으로 투자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기업 자체 자금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자본 투자 유치는 경우에 따라 차입 대비 조달 비용이 높을 수 있지만, 부채비율을 낮추고 초기 대규모 투자 부담을 줄이는 등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현금흐름에 연동한 수익 구조 설계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캐시플로우 구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재무 건전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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