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지주 수입원 지각변동…올리브영, 새 '캐시카우' 부상
로열티 납부 4년새 2배 증가…제일제당은 제자리
수년 내 그룹 내 계열사 위상 재편 가능성도 거론
공개 2025-12-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3일 10: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CJ그룹 지주사 수입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오랜 기간 그룹 현금흐름을 떠받쳐온 CJ제일제당(097950)CJ대한통운(000120)의 기여도가 둔화되는 사이, CJ올리브영이 브랜드 사용료와 배당을 앞세워 새로운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수년 내 그룹 내 계열사 위상이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향후 지배구조와 경영 전략 측면에서도 올리브영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성장 계열사의 존재감 확대라는 긍정적 신호와 함께 지주 수입원의 구조적 편중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사진=CJ)
 
로열티 증가율 1위 올리브영…주요 계열사 중 독보적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주사 CJ(001040)는 올리브영이 내년도에 지급할 브랜드 사용료를 247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앞서 지난 2022년(119억원) 대비 107.56% 증가한 수준이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4조7934억원을 기록하며 브랜드 사용료 역시 221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지주사에 공급한 바 있다. 올해 매출이 5조원 돌파가 유력한 만큼 브랜드 사용료 추정치가 이 보다 크게 잡힐 가능성이 높다.
 
CJ는 순수 지주회사로 주요 수입원은 △브랜드(로열티) 수익 △임대료 수익 △배당금 수익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최근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브랜드 사용료 수익이다. 브랜드 사용료는 계열사가 'CJ'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주사에 지급하는 비용으로, CJ는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차감한 금액의 0.4%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결국 계열사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이 곧 지주사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 구조인 셈이다.
 
 
CJ올리브영은 CJ그룹 내 계열사 가운데서도 매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브랜드 로열티 증가를 주도하는 주력 계열사로 부상했다. 증가 속도 역시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도 확연히 두드러진다.
 
올리브영의 로열티 급증은 실적 호조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 CJ올리브영은 매출 4조793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3.91%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30% 이상 증가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올리브영 매출이 5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점포 수 확대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 온라인 매출 성장에 힘입어 순이익 역시 15% 늘어난 549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브랜드 사용료 증가로 직결됐다. 올리브영은 최근 2년 연속 매출이 기존 예상치를 20% 이상 상회하면서 브랜드 사용료 역시 잠정 금액보다 상향 조정됐다. 현재의 성장 추이를 감안하면 시기상 그룹 내 지주 수입 기여도에서 최상위 계열사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그동안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 매출은 최근 3년간 30조원 안팎에 머물러 있고, 순이익은 2022년 8924억원을 정점으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수 소비 침체와 원가 부담이 수익성을 압박한 결과다. CJ대한통운 역시 택배와 이커머스 부문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하는 등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22년 당시 브랜드 사용료도 642억원을 지급했지만 이듬해에는 412억원으로 감소했다. CJ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브랜드 사용료 역시 400억원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도 브랜드 사용료 규모가 몇년 째 400억원 초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 지주사 로열티 산정 과정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CJ그룹은 예상 매출을 기준으로 2023년 CJ제일제당의 브랜드 사용료를 490억원으로 산정했으나, 실적이 추정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최종 금액은 390억원으로 20% 이상 하향 조정됐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이 외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관광 외국인 증가와 온라인 채널 성장에 힘입어 CJ올리브영이 수익성 개선과 EBIT(이자와 세금 차감 전 이익)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J 측은 <IB토마토>에 "해당 수익 부분은 계열사 별 잠정 매출을 기반으로 산정돼 지급되는 구조"라며 "일부 추정치와 연매출이 나왔을 때 실제 지급되는 로열티 부분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 의존도 커지는 CJ
 
CJ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3조646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외형 확대와 달리 실질적인 이익 창출력은 약화되는 상황이다. 매출 증가율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고, 순이익 증가율은 2022년 -14.89%로 역성장한 데 이어 2023년 -23.61% 지난해 -71.18%까지 하락 폭이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본업 수익성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공백을 메운 계열사가 CJ올리브영이다. CJ올리브영은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를 합쳐 지난해 CJ제일제당에 이어 지주사에 두 번째로 많은 현금을 공급한 계열사로 올라섰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여전히 최대 계열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지주사에 대한 기여도는 감소하는 추세다. 그룹 안팎에서는 사실상 캐시카우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CJ는 계열사로부터 받는 브랜드 사용료와 배당금을 그룹 전략 투자와 신사업 육성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로열티 기여도가 높아질수록 지주사의 재무 유연성은 개선되는 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리브영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중장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등 기존 주력 계열사의 수익성 회복 없이 올리브영 성장에만 기대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리브영 중심의 지주 수입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현금 유입을 제공하지만 유통 플랫폼 사업 특성상 경쟁 심화와 소비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함께 안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주사 입장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계열사의 기여 확대가 긍정적이지만 수입원이 특정 사업에 편중될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의 실적 회복 없이는 지주 수입 구조의 안정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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