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회사채 '개점휴업'…자금조달 시계 늦춰진다
BMSI 지수 100 하회…새해 채권 발행 전망 '흐림'
주요 기업 회사채 일정 조정 움직임…1,2월 넘겨
4월 편입 예정 WGBI지수, 채권시장 변수로 떠올라
공개 2025-12-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6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높아진 금리와 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새해 자금조달 랠리 지연이 예고된다. 12월 채권 투자심리 악화에 이어 2026년 1,2월 모두 회사채 발행 움직임도 둔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내년 4월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변수가 될 전망이라 자금조달 랠리는 한 템포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새해 채권시장 전망 '흐림'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6년 1월 채권시장지표(BMSI)'는 99.9로 전월 103.2 대비 3.3p 하락했다. BMSI 지표는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업계 리더그룹을 선정해 채권시장 전망을 계량한 지표다. BMSI는 100을 기준으로 웃돌면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을, 밑돌면 채권 가격 하락(금리 인상)을 예측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협회 측은 “연초 회사채 발행 확대에 따른 수급 부담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채권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채권 발행 금리는 오름세다.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4일 오전 3년물 국고채 금리는 2.924%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보다 소폭 감소한 수준이지만, 올해 중순 2.4%대에서 금리가 결정된 것을 고려하면 0.5%p 높은 수준이고 연 최고치인 3.101%에 준하는 수준이다. 회사채 금리도 AA-급 3년물 금리는 3.469%, BBB-급 3년물은 9.301%로 연중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채권 발행 금리 상승으로 올 연말과 새해 초 발행이 예견됐던 회사채는 속속 일정을 미루고 있다. 24일 기준 1월 회사채 발행 계획을 밝힌 기업은 3곳에 그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포스코퓨처엠(003670), 삼양사(145990)다. 
 
작년 연말 채권 시장을 찾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회사채 발행을 내년 1분기로 미뤘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산하 리츠인 허브리츠 950억원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작년 12월 회사채 발행을 진행한 SK텔레콤(017670)은 최근 시중은행 차입으로 자금 조달 전략 선회를 검토 중이다. 이는 최근 높아진 채권 발행금리에 비해 은행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단행 이후 지속 낮은 상태를 유지 중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업들의 연초 회사채 발행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라며 “연초 발행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현재 금리 레벨에서는 발행 시기를 이연하는 물량이 상당 부문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채권발행 지연 두드러져…WGBI 편입 이후 몰릴 듯
 
기업들의 불확실성 회피 기조로 인한 채권 발행 일정 지연은 실제 올해 채권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특히 올해는 연초까지 이어진 국내외 정치 이슈로 발행이 집중되는 1월과 2월이 지나 비수기 3월과 4월에 회사채 발행이 몰렸다.
 
하나은행 딜링룸(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23조2905억원, 27조5635억원을 기록한 한편 3월과 4월 발행 규모는 21조3478억원, 30조4285억원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통상적으로 3월부터 4월까지는 결산과 주주총회 준비 등을 이유로 기업들의 신규 회사채 발행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올해 채권 발행 시장에선 불확실성 회피 심리가 작용해 발행시기가 비수기까지 밀린 것이다.
 
한편으로는 새해 4월 WGBI가 변곡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WGBI는 앞서 올해 11월 한국 국채 편입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작년 12.3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정이 밀렸다. 
 
WGBI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추종하는 채권지수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산하 FTSE 러셀 그룹이 관리하는 투자 지수로, 미국·중국·일본·영국 등 선진 24개국 채권을 포괄한다. 한국이 WGB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 수준으로 편입시 500억~525억 달러의 자금 규모가 우리나라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과 4월이 시장의 변곡점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사실상 종료된 시점에서 시장 발행 금리 인하를 이끌 거의 유일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WGBI 편입을 전후로 채권 시장의 바로미터가 되는 국고채 금리 인하가 전망된다”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종료된 지금 시점에서 선제적인 자금 조달 보다는 금리 안정이 예상되는 3월 이후 시점까지 기다리는 물량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