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노리는 무신사, 5000억 RCPS가 'IPO 몸값' 가른다
발목 잡는 RCPS, 부채로 분류돼 재무부담 커
RCPS 조정 효과와 성장성 프리미엄 '관건'
공개 2025-12-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3일 10:3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꼽히는 무신사가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가운데, 과거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처리 문제가 몸값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에선 RCPS에 대한 처리 방식에 따라 무신사의 밸류에이션과 투자자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의 RCPS 발행 규모는 5428억원이다. 지난 2019년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2021년 시리즈B, 2023년 시리즈C 등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RCPS를 발행했다.
 
(사진=무신사)
 
5000억 넘는 RCPS, 상장 앞두고 FI와의 조율 '관건'
 
RCPS는 벤처캐피탈(VC) 업계서 자주 활용되는 주요 투자수단 중 하나다. 일정 기간 후 기업의 상태에 따라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Redemption Right)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Conversion Right)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상환권이다. 회계 기준상 상환 의무가 강하게 부여된 RCPS는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은 RCPS를 매 분기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하며, 가치 변동분이 손익계산서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영업 실적과 무관하게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현금이 빠져나간 것은 아니지만, 회계상 순손실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왜곡돼 보이는 것이다. IPO를 준비하는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IPO 직전 RCPS의 보통주 전환을 통해 자본으로 귀속시키거나, 상환권 제거를 추진한다. RCPS가 보통주나 전환우선주(CPS)로 바뀌면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돼 평가손실 인식이 중단되고, 이자 부담도 사라진다. 일례로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상장 준비 과정에서 기존 RCPS에 대해 상환권을 제거한 CPS로 변경하면서 자본으로 편입시켰다.
 
무신사가 발행한 RCPS 규모와 통상 RCPS의 연간 이자율이 8~10% 수준임을 감안하면, 평가손실 규모를 제외하더라도 연간 이자 비용만 400억~500억원에 이른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규모가 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고려하면 RCPS 처리 방식에 따라 조정된 순이익 규모는 크게 불어날 수 있다.
 
VC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거래소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영업이익,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매출 성장성 등 기업의 본질적인 사업 성과와 RCPS 평가손실처럼 회계 기준에 따른 일시적 손익 변동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라며 “거래소, 주관사와의 협의를 통해 RCPS 평가손실을 제외한 실적 지표를 함께 제시해 투자자에게 왜곡되지 않은 사업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보조 지표로 제시한다”라고 설명했다.
 
 
  
PER 평가 유력…RCPS 조정·성장 프리미엄 중
 
무신사를 둘러싼 기업가치 논란의 핵심에는 줄곧 수익성 문제가 자리해 왔다. 매출 외형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당기순이익 적자가 이어지면서 기업가치 10조원 평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올해 3분기 145억원의 당기순손실 규모를 RCPS를 부채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자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이를 배제한 영입이익 규모만 따지면 20% 이상 증가하는 등 성장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업계에선 무신사가 상장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한 상대가치평가 방식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단순 거래액(GMV)이나 매출 규모를 앞세운 플랫폼 기업보다는, 실제 이익 창출이 가능한 수익형 커머스 모델에 가깝다는 점에서 PER를 활용한 평가가 투자자 설득력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RCPS 조정 효과와 성장성 프리미엄을 얼마나 반영받을 수 있느냐다. 일반적으로 IPO 공모가는 비교기업 평균 PER 대비 20~30% 수준의 할인율이 적용되지만,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할인 폭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비교기업 평균 이상의 PER가 적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사례로는 달바글로벌(483650)이 거론된다. 달바글로벌은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비교기업 평균 PER 20.99배를 적용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빠르게 재평가되며 PER가 100배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 5월 공모가 6만6300원에서 24만원대까지 치솟은 달바글로벌의 주가는 최근 15만원선이다. IPO 공모가는 보수적으로 책정되더라도, 성장 스토리가 시장에서 입증될 경우 상장 후 밸류에이션은 얼마든지 재조정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IPO 시장에선 상장 직후 주가 급등 흐름이 나타나면서 공모가를 과도하게 낮게 잡기보다는, 성장성과 실적 가시성이 확보된 기업에 대해서는 할인율을 최소화하는 흐름”이라며 “RCPS 정리 이후 실적 정상화가 확인될 경우, 과거처럼 지나치게 보수적인 공모가가 적용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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