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시그널
에스알, 차입 부담 커져도…SRT 독점이 버팀목
신규 고속열차 투자로 적자기록·차입 증가 불가피
수서발 독점 운영에 EBITDA 마진 양호한 수준
정부가 최대주주·공기업 지위 막강…신용도 방어 카드
공개 2025-12-10 16:26:58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0일 16: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수서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에스알(SR)이 신규 고속열차(EMU-320) 도입 등 투자를 확대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 적자와 순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모습이다. 다만 수서발 고속철도 독점 운영에 따른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재무안정성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어 신용도 훼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에스알(SR) 홈페이지)
10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에스알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464억원으로 전년 동기(3526억원) 대비 소폭 줄었고, 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이 –0.2%까지 떨어졌다. 영업적자 전환에는 신규 고속열차 도입을 위한 설비투자 부담이 본격화된 영향도 있었다.
 
에스알은 2024년부터 고속열차 112량(14편성) 구매를 시작했으며, 구매 대금 지급과 관련 수선·정비 준비 비용이 순차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24년 말 이후 동해선·경전선·전라선 신규 노선 운영으로 운행률이 높아지면서 차량 고장이 잦아졌고, 정비 대상이 늘어나 주말 2개 편성을 축소하면서 주당 공급 좌석이 1만2000석 감소했다. 투자비용 증가와 운송공급 감소가 동시에 발생한 셈이다. 전력 단가 상승과 수선비 증가까지 겹치며 단기적 비용 압박이 확대됐다.
 

  (표=한국기업평가)
 
그럼에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40억원으로 매출 대비 6.9% 수준을 유지했다. 비용 부담으로 회계상 영업이익은 적자지만, 수서발 고속철도 노선을 단독 운영하는 독과점적 지위와 수서·동탄·평택지제 등 수도권 남부 핵심 배후 수요에 힘입어 기본적인 현금창출력은 방어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은 1조 765억원, 총차입금 3460억원, 순차입금 3310억원, 부채비율 184.8%, 차입금의존도 32.1%로, 2023년 말 2020억원이던 순차입금이 2년 사이 3000억원을 넘길 만큼 레버리지는 높아졌지만, 신규 고속열차 112량(14편성) 도입을 위한 확장적 설비투자에 따른 불가피한 차입 확대라는 점에서 재무구조 자체는 아직 관리 가능한 구간으로 평가된다.
 
에스알의 재무안정성이 우호적인 배경에는 사업 구조와 지배구조가 있다. 에스알은 수서발 고속철도 5개 노선을 단독 운영하는 고속철도 중심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비수익 노선까지 떠안는 한국철도공사와 달리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지배구조 역시 신용도 방어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2023년 7월 3590억원 규모 현물출자를 통해 보통주 58.95%를 취득하며 최대주주가 됐고, 한국철도공사가 2대주주(지분 41.05%)로 남아 차량 임대·정비 위수탁 등을 맡고 있어, 정책·사업 측면에서 철도 인프라 체계 안에 깊이 편입돼 있다.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으로 정부 출자기업 범위에 포함된 점도 고속철도 노선 확대 등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 여건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동성 부담은 표면상 크지만, 정부 지원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대응 여력이 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 중 50.7%가 단기성 차입금(기업어음 1396억원, 유동성 리스부채 359억원)으로 구성돼 있으나, 2대주주인 한국철도공사가 보유한 상환우선주부채 2259억원은 2033년 만기 장기성 자금이다. 보유현금(150억원)과 EBITDA(연간 594억원)만으로는 단기만기 상환이 어렵지만, 정부 지원 가능성에 기반해 유동성 대응능력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민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2027년 이후 신규 고속열차(EMU-320) 14편성이 투입돼 운송능력이 확대되고 외형·현금창출력이 회복되는 시점에는 현재의 차입 증가도 점진적 부담 완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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