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PF 대부분 브릿지·본PF 전환 극소수…'전환 가뭄'부산 파크시티 보증 재연장도 '브릿지 고착화' 모습GS건설 "착공 일정 고려…리스크 확대 해석 과도"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GS건설(006360)의 기타사업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브릿지론 고착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 3조원대 보증 포트폴리오 상당수가 여전히 단기 브릿지 단계에 머문 채 만기 연장을 반복하고, 본PF 전환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구조는 금융비용과 보증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GS건설은 착공까지 시간이 남은 사업이 많아 본PF 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시장 상황과 사업 단계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 시민공원주변재정비촉진1구역 조감도(사진=부산시)
파크시티 보증 1년 연장…브릿지론 현장도 대부분 '미착공'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GS건설의 기타사업 PF 보증한도는 총 3조1740억원이며, 이 중 실제 보증금액은 2조9538억원, 현재 실행된 대출잔액은 2조6124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장별 세부 내역을 보면 충북 음성군 라온도시개발, 충남 아산시 하이스용화공원, 대구 제이비스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공동주택 브릿지론(ABCP·ABSTB·단기 Loan 등)' 유형에 머물러 있다.
3조원대 기타 PF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브릿지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전체 17여 개 사업장 중 본PF로 전환된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즉 본PF 전환 비중이 약 18%에 그치고, 나머지 80% 이상이 여전히 브릿지론 구조라는 얘기다. 대출기간도 대부분 6~12개월짜리 단기 구간에 몰려 있어 만기 때마다 연장 협상을 반복해야 하는 구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본PF로 넘어간 사업이 1곳뿐이어서, 전환 흐름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본PF처럼 장기자금이 한꺼번에 투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브릿지론 경우 단기 대출을 계속 갈아타며 버티는 구조여서 안정성이 떨어지고 금융비용도 빠르게 누적된다. 단기 대출은 금리가 높고 만기마다 재승인과 약정 변경을 거쳐야 해, 시장이 흔들리면 연장이 막히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즉시 표면화된다. 이런 이유로 브릿지 비중이 높을수록 건설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브릿지 단계가 길어질수록 사업 전체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최근 공시된 '파크시티' 보증 연장도 이러한 우려를 다시 확인시킨 사례다. GS건설은 지난달 17일 부산시민공원 촉진1구역 시행사인 파크시티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2300억원에 대해 보증을 1년 추가 연장했다. 공시에도 '기존 PF 약정의 만기연장에 따른 신규 보증'이라고 명시돼 있어 단기 PF가 한 차례 더 이어진 모습이다.
파크시티는 최근 3년 연속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시행사로, 사업 지연에 따라 금융비용 부담이 누적되며 본PF 전환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보증이 다시 연장된 ABCP 역시 단기 구조로 확인돼, 파크시티가 GS건설 기타 PF 포트폴리오에서 '브릿지 중심 구조'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부산시민공원 촉진1구역은 공공성·층수·용적률,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을 둘러싼 시와 주민 사이의 갈등이 길어지며 착공이 수년째 밀린 것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업계에 따르면 브리지론 사용 기간만 8년을 넘어섰으며 그사이 수백억원의 이자비용이 출혈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처럼 파크시티를 포함해 브릿지 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업 상당수는 인허가 일정, 행정 절차 지연, 조합 의사결정 부담, 시행사 자금 사정 등 복합적인 변수로 인해 본PF 전환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곳이 많다.
GS건설 기타PF 사업 중 오산시 내삼미동 공동주택 신축사업 역시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상태다. 지난 2023년 9월 착공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도시관리계획이 지난해 2월에서야 결정되면서 착공 일정이 밀려나기도 했다. 천안 백석5지구도 2015년 인가 이후 각종 개발계획·시행 지연, 조합 비리와 소송 등이 겹치며 사업이 장기간 표류 중이다. 안산 홈플러스 개발(시행사 화이트코리아)은 안산시의 용적률 규제와 인허가 절차가 길어지면서 착공이 지연됐고, 부천영상문화산업단지는 환경영향평가와 사업성 논란 등으로 10년 가까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진척이 더딘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브릿지론은 본PF에 비해 금리가 높고 만기가 짧다. 연장을 반복하게 되면 이자비용이 누적되고 시공사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되는데 PF 시장이 보수적으로 바뀐 현 상황에서 브릿지 상태가 길어진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로 해석되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결국 사업장별 상황을 봐야 하는데, 대형사들은 브릿지론이 편중됐다고 해도 감당 수준으로 보인다"라고 답변했다.
GS건설 "본PF는 일정대로 전환"
이 과정에서 브릿지 만기 연장이 이어지는 사업도 적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대규모 개발사업 특성상 착공 전까지 인허가와 각종 협의가 길어지며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는 흔하다는 시각도 병존한다. GS건설 역시 현재 브릿지 단계에 있는 사업들 상당수가 아직 착공 시점에 이르지 않은 구간이며, 본PF 전환은 사업 진행 속도에 맞춰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 본PF로 전환된 라온도시개발·하이스용화공원·제이비스 등은 이미 장기 약정을 맺고 인허가를 확보한 뒤 공정이 진행 중인 사업들이다. 대출 만기도 2026~2027년까지 1~3년에 걸쳐 이어지는 구조여서, 본PF의 장기 안정성 범주에 가까운 사례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이들 사업이 단기대출·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Loan·ABSTB)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브릿지 성격이 일부 남아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다만 장기 약정·인허가 확보·공정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를 단순한 브릿지론으로 보긴 어렵다는 반론이 더 힘을 얻는 모습이다.
실제 라온도시개발이 추진 중인 ‘음성자이 센트럴시티’는 본PF 전환 이후 장기 약정을 맺고 분양 준비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대구 달서구 본리동 공동주택 개발사업(시행사 제이비스)은 올해 7월 GS건설이 2200억원 규모 PF 대출에 연대보증을 제공하며 본PF 조달이 이뤄진 사업으로, 현재는 공사가 실제로 진행돼 공정도 상당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온수역 복합개발' 사업장은 올해 GS건설이 서해종합건설과 공동 시공사로 합류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동안 착공 지연으로 브릿지론 만기를 1년 단위로 연명해오던 가운데, 8800억원 규모의 PF 자금조달이 최근 마무리되며 서해종합건설은 단기 자금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해당 사업은 럭비구장 부지 이전 문제와 금리 상승 여파로 2023년 예정됐던 착공이 밀리며 수년째 브릿지론으로 버텨왔고, 매년 1년씩 롤오버(만기 재연장)가 반복돼 왔다. 당초 온수역세권 개발은 서해종합건설이 100% 지분을 가진 케이엘산업이 2020년부터 추진해 온 프로젝트였다.
GS건설은 대부분의 현장에서 착공 전에는 브릿지론을 포함한 단기 조달을 사용하고, 착공이 임박하면 본PF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GS건설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타 PF의 브릿지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사업상 문제가 있어 본PF 전환이 막힌 것이 아니라 예정된 인허가 절차를 밟는 과정"이라며 "이 중 '파크시티'도 착공 목표가 2028년 전후인 만큼 지금은 브릿지 유지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단계"라고 답변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