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한퓨얼셀, 130억 CB '선제 상환'…지분가치 방어 나섰다
1년 만에 전액 상환…전환가 대비 주가 두 배 높아
200억원 신규 CB 발행으로 상환 재원 마련
해외 수주 확대 등 사업 확장 국면서 선제 대응
공개 2025-11-1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4일 15: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범한퓨얼셀(382900)이 1년 전 발행한 13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조기 상환하며 지분율 희석 리스크를 선제 차단했다. 단순한 부채 구조 개선을 넘어, 향후 방산·수소 인프라 중심의 성장 전략을 본격화하기 위한 ‘지분가치 방어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주가가 전환가액의 두 배를 넘어선 상황에서 회사가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채권을 현금으로 되사온 것은, 단기 유동성보다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으로 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범한퓨얼셀 홈페이지 갈무리)
 
130억원 규모 CB 조기상환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범한퓨얼셀은 지난해 11월12일 발행한 제1회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 전액을 발행 1년 만에 조기상환했다. 상환금액은 총 132억6195만원으로, 원금 130억원과 조기상환이자를 포함한 규모다.
 
이날 기준 범한퓨얼셀의 종가는 3만1700원으로 해당 CB의 전환가액(1만4098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주가 상승으로 전환청구 시 대량의 신주가 발행될 수 있었지만, 회사가 콜옵션을 통해 선제적으로 상환을 단행하면서 주식 희석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다.
 
신주 발행은 발행주식수 증가로 주당순이익(EPS)과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떨어뜨린다. 특히 대주주 지분율과 경영권 희석 위험, 배당 기반 약화 등 장기적 주주가치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회사는 콜옵션을 통해 채권을 현금으로 상환해 이 같은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막았다.
 
앞서 범한퓨얼셀은 지난달 200억원 규모의 제2회 전환사채를 발행하며 재무구조 재정비에 나섰다. 조달 자금 중 70억원은 운영자금, 130억원은 이번 제1회 CB 상환에 투입됐다. 회사는 신규 CB 발행으로 유동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단기 부채를 줄이는 이중 효과를 얻은 셈이다.
 
범한퓨얼셀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콜옵션으로 130억원 규모의 CB를 조기 상환함으로써 주주가치 희석 방지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해외 수주 앞두고 재무안정성 다지기
 
이번 조기상환은 단순한 차입 구조 개선을 넘어, 향후 방산 및 수소 인프라 사업 확장 국면에서 지분 희석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제거한 의미가 크다. 특히 최근 캐나다·폴란드 등 해외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 참여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자본 구조는 수주 경쟁력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범한퓨얼셀은 현재 캐나다의 60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사업 제안서에 독점 공급업체로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개발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P, Air Independent Propulsion)가 적용되며, 잠수함 1척당 약 300억원 규모의 공급이 예상된다. 캐나다가 최대 12척을 발주할 경우 총 36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수출 계약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IP는 잠수함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 장시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기존 디젤 잠수함은 일정 시간마다 공기를 공급받기 위해 부상해야 하지만, AIP는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전력을 생성함으로써 장시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범한퓨얼셀은 해당 시스템을 독자 기술로 상용화했으며, 이미 대한민국 해군의 장보고-III급 잠수함에 연료전지를 납품하며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범한퓨얼셀은 이러한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그리스 등 다수 국가의 해군으로부터 협력 제안을 받고 있다. 범한퓨얼셀의 핵심 경쟁력은 이 같은 군수용 AIP를 비롯해 수소 인프라와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 분야로 확장되는 기술 응용력이다. 회사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85억원 규모의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 중이며, 내년 초 상업 운전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 충전소는 국내 최초 대용량 액화수소 충전 인프라로, 향후 수소 상용차 시장의 거점으로 활용된다.
 
또 SK플러그하이버스와 676억원 규모의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될 예정이다. 건물용 연료전지 부문에서도 10KW급 신제품의 설계 단순화 및 부품 대체를 통해 제조원가 절감과 수익성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범한퓨얼셀이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상황에서 이번 CB 상환은 재무안정성 제고뿐 아니라 향후 대형 수주 및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한 사전 포석 작업으로 해석된다. 특히 회사는 2030년까지 글로벌 해군 AIP 시장 점유율 5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 인프라, 발전용 및 모빌리티용 연료전지 등 민수 시장으로의 확장도 병행해 에너지전환 시대의 핵심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범한퓨얼셀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잠수함용 연료전지 공급 건은 이미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해외 수주는 빠르면 연내 계약 체결될 경우 내년 상반기 안에는 매출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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