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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테라닉스, 감자인데 자본금이 그대로?
무상감자와 달리 자본금에 변동 없어
자사주 소각, 향후 IPO·투자유치 목적
공개 2025-11-14 17:32:12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4일 17:3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영풍(000670)그룹 계열사 테라닉스가 자기주식 이익소각 방식의 감자를 결정했다. 자본금을 줄이는 일반적인 감자와 달리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한 단순 자사주 소각이다. 재무 리스크 요인은 없지만 주식 수 감소를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가 기대되는 구조다. 다만 영풍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자사주 소각이라는 점에서 주주환원 보단 지배구조 개선이나 향후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사전 정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테라닉스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통주 16만200주를 감자하기로 했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2.38% 규모다. 감자 후 발행주식 수는 감자 전 672만주에서 655만9800주로 감소한다. 소각 대상은 자사주 전량으로, 외부 주주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는 구조다.
  
(사진=테라닉스)
 
이번 감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본금 변동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테라닉스의 자본금은 감자 전후 동일하게 336억원을 유지한다. 이는 일반적인 결손보전 목적의 감자와 구별되는 요소다.
 
이처럼 자사주 소각은 자본금 축소가 없다는 점에서 무상감자와 달리 주주가치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된다. 자본금을 줄여 재무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무상감자가 진행된다면, 이번 조치는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재무적인 전략이다.
 
테라닉스는 이번 감자를 ‘자기주식 이익소각’ 방식으로 결정했다. 이 방식은 회사가 이미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므로 신규 자금 소요가 없고, 자본잠식 해소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감자와 달리 회사의 영업·재무 리스크를 동반하지 않는다.
 
나아가 이익소각은 법적으로 주주총회와 채권자 이의제출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실행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이번 감자는 별도 주주총회 개최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확정됐다. 이 때문에 감자 일정 중 ‘주주총회 예정일’이나 ‘채권자 이의제출 기간’은 별도로 기재되지 않았다.
 
(출처=전자공시시스템)
 
다만 이번 감자의 경우, 영풍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의 자사주 소각이라는 점에서 주주환원 기능보단 지배구조와 관련한 성격이 짙다. 하지만 영풍과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 지분 합계가 94%를 넘어 지배력 강화로 보기도 어렵다. 이 경우 향후 IPO·투자유치·지배구조 정비를 위해 자기주식을 미세 조정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자기주식이 존재하면 주식교환 비율 산정 시 번거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중견 그룹 계열사들은 금융당국의 압박 아래 자사주 활용도를 높이고 소각을 병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풍그룹이 최근 몇 년간 계열사 전반에서 지배구조 정비, 자본 효율화, 사업 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감자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은 주식 수 감소를 통해 주당순이익(EPS) 개선,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 주가 안정성 강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기업가치 대비 발행주식 수가 많은 기업이 소규모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경우 유통주식수 관리 목적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비상장사는 주가가 존재하지 않아 이러한 환원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비상장 기업의 자사주 소각은 대체로 총 주식 수 감소에 따른 대주주의 지분율 상승, 자기주식 계정 정리로 인한 재무제표 간소화, 그룹 내부 지배구조 안정성 제고 등 내부적 목적이 중심이 된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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