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주가 동반 불안…기업 조달시장 '먹구름'
관세 전쟁 영향에 유상증자 시장서 희비 교차
채권 발행 금리 하락 주춤…공급 수요 불균형
높아진 변동성에도 기대감 '여전'…내년 준비 중
공개 2025-10-1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4일 17:4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미국발 관세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주식자본시장(ECM)에선 미국발 관세폭탄으로 인해 커진 주가 변동성이 기업상장(IPO) 발행가액에 영향을 미쳤다. 채권자본시장(DCM)은 한국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확정이 금리를 소폭 끌어내렸지만 높은 환율에 금리 인하는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러한 변수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자금조달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관세 전쟁, 트럼프 말 한마디에 시장 '출렁'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투자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안을 감당할 수 있느냐"라는 질의에 "1년 내 가용 외환보유고는 150억에서 200억 달러"라며 "이 같은 상황을 미국에 충분히 설득했다"라고 답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난항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과 미국 간 관세협상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준다. 한미 양국은 현재 관세 협상 과정에서 3500억달러 투자금을 두고 지불 방식을 놓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정부는 투자 조건으로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필요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한미 통화스와프를 비롯한 관세 협상은 15일에서야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구 부총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관세전쟁 장기화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본조달 시장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상장 기업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상증자 시장에선 불과 며칠 사이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13일 콘텐츠 솔루션 기업 포바이포는 1차 유상증자 목표 주당 발행가액인 9630원보다 19.6% 낮은 7750원으로 정해졌다. 포바이포는 기준 주가인 1만2840원에 25%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올해 상반기 거래되던 1만4000원보다 낮은 수준에 기준 주가가 결정된 것으로 주가 하락이 자금 조달에 발목을 잡았다.
 
반면 시장 9월 중순에 발행가액을 확정한 기업은 기대 이상의 조달에 성공했다. 이노스페이스(462350)는 지난 9월24일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1만127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목표 발행가액인 1만950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기술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발행가액 산정 기간 중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어 9월26일 로보티즈(108490)도 10만6800원에 발행가액을 확정했다. 당초 로보티즈의 목표 발행가액은 7만4100원이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계획인 ‘마스터플랜4’를 공개하면서 주가가 치솟아 조달 금액은 목표치보다 44.1% 증가한 1441억원에 정해졌다.
 
높아진 환율에 금리 인하 미뤄져…채권시장에도 영향
 
시장의 높아진 변동성은 채권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예정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전망이다. 이유는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다. 
 
앞서 지난 9월까지 한국은행이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가 시작됐고 경기 지표하락 우려가 커져 내년까지 인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채권 발행금리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연휴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금융통화위원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0월10일 기준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5bp 오른 2.964%를 기록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채 금리에선 AA-급 3년물 회사채 금리가 0.7bp 오른 3.043%, BBB-급 3년물 회사채 금리도 0.7bp 오른 8.888%를 기록해 연중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을 보였다.
 
다만 13일엔 금융당국 금리 결정 이외 다른 변수가 시장에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의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확정 발표가 있어 내년 4월 편입을 확인하면서 채권 금리는 소폭 하락 전환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라며 “앞서 금리 하락 기대감이 채권 공급 증가를 이끌어 수요공급 불균형이 발생했다”라며 “현재의 시장은 금리의 추세적인 하락보다는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시장 변동성에도 기대감 '여전'…IPO 시장 활기
 
변동성이 커진 시장이지만, 기대감은 여전하다. 10월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3분기까지 이어진 부진을 깨고 오랜만에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기업부터 콘텐츠, 위성 산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신규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기업은 총 8곳이다. 가장 큰 규모는 더핑크퐁컴퍼니다. 신주 발행규모는 공모가 하단 기준 640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037620)삼성증권(016360)이 주관에 나섰다.
 
큐리오시스는 올해 마지막 기술특례 상장을 노린다. 키움증권(039490)이 단독 대표 주관사를 맡았고 공모가 하단 기준 240억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8월 상장된 지투지바이오(456160)의 경우와 같은 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권 발행시장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카지노 기업 파라다이스가 5년 만에 이름을 내밀었다. 앞서 빙그레(005180)도 23년 만에 공모채 시장을 통한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채권 발행금리 하락 기조가 이어진다면 이 같은 신규 딜도 계속될 전망이다.
 
주관시장에선 올해를 마무리하며 현재 남아 있는 대외 변수 이후를 준비 중이다. 가장 가깝게는 관세 협상 결과와 금리 방향이 나오는 대로 인사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연초와는 달리 올해 2분기부터 시장 회복으로 자금 조달이 늘어 실무 인원 수요가 늘었다”라며 "현재로서는 관세 협상과 같은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결과에 따라 연말 조직개편에 맞춰 인원 확충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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