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자산운용 이탈 후폭풍…BDC로 새 활로 모색
자회사 하나자산운용, 지주 계열사 이관…사업 축소 우려
기업금융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 속 전통 IB 성적표 부진
발행어음 관건 '모험자본 투자', BDC 참여 반전 카드 될까
공개 2025-10-1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3일 17:5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가 하나증권의 사업 운영에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하나증권의 기업금융(IB) 실적이 부진한 데다 자회사인 하나자산운용마저 하나금융지주(086790)이 가져가면서 관련 사업 축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BDC로 참여로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는 한편,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기업 자금조달 딜 수임도 기대하고 있다. 
 
모기업 지분 매각…사업 축소 '불가피'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증권 보유 하나자산운용 지분을 전량(100%) 매입한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지주는 기존 하나증권의 자회사인 하나자산운용을 그룹 계열사로 격상해 퇴직연금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진=하나증권)
 
하나증권은 지난 2023년 UBS AG로부터 하나자산운용의 지분 51%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과 ETF 시장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이번 지분 인수 결정으로 하나증권의 향후 운영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하나증권에는 사업 운영에 필요한 현금이 마련된다. 2023년 UBS AG의 지분 인수 가격은 1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지분 매각으로 받게 될 현금은 단순 계산해도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반면 하나증권의 사업영역 축소는 불가피하다. 주요 사업영역인 자산관리(WM)에서 협업해왔기 때문이다. 하나자산운용의 지난 상반기 기준 영업수익과 순이익은 각각 168억원, 24억원이다. 
 
하나자산운용은 하나금융지주로 편입 이후 하나대체투자운용과 합병될 전망이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하나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핵심 자회사다. 하나금융그룹의 해외부동산 투자를 비롯한 부동산 금융을 맡고 있다. 지주 산하 자산운용사 간 합병이 진행된다면 그룹 내 부동산금융과 자산운용 상품 운영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그외 기업금융을 하나증권이 맡은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의 더딘 IB확대 발행어음이 관건
 
지주 차원에서 사업영역 조정이 결정됨에 따라 하나증권의 미래는 올 하반기 예정된 발행어음 인가에 달렸다. 하나증권은 지난 7월 초대형IB 진출을 공식화하고 현재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전사 차원의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하고 소싱·운용·판매·내부통제 전 부문에 대한 계획안 작성에 돌입했다. 하나증권이 내세우는 강점은 모험자본 투자 역량이다. 금융당국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이상 증권사의 모험자본 투자 비율 의무화를 추진 중인 데 따른 전략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오는 2028년까지 의무 모험자본 투자비율은 발행어음 조달 금액의 25%다.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첫해부터 이를 준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증권이 밝힌 모험자본 투자 잔액은 2023년 1조1550억원에서 2024년 1조580억원으로 다소 감소했다가 올해 상반기 기준 1조4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하나증권의 자기자본 6조527억원의 17.19%에 달하는 수치로 하나증권은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투자액을 조기에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하나증권의 계획과는 별개로 IB 부문은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모험자본 투자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투자 역량은 좀처럼 증명되지 않고 있다.
 
<IB토마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주식자본시장(ECM) 실적에서 IPO는 2건을 주관하는 데 그쳤다. 올 초 진행한 LG(003550)씨앤에스와 스팩(SPAC) 상장 한 건이 전부다. 최근 증시 활황으로 주목받은 유상증자 시장에서도 실적을 쌓지 못했다.
 
채권자본시장(DCM)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주관과 인수실적 모두 9위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A등급 이상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주관해 올 3분기까지 모험자본으로 분류되는 BBB+이하 등급 채권 주관이나 인수는 한 건도 없다.
 
하나증권, BDC로 IB 도약 기대감
 
시장에서도 하나증권은 금융지주 계열사로 모험자본 투자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저금리 시기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IB를 확대했으나 최근 들어 금리가 오르면서 IB 축소라는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증권은 IB 확대 발판으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기대를 거는 중이다. BDC는 개인투자 공모 자금을 비상장 기업에 조달토록 설계된 공모펀드다. 하나증권은 BDC를 통한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는 한편 IPO를 비롯한 기업 자금 조달 딜도 수임도 노리고 있다. 
 
현재 BDC 운용 주체는 운용사로 한정돼 있다. 이에 업계에선 증권사의 BDC 참여를 요구하는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8일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8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증권사 대표들은 “증권사의 BDC 참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일부 언론에서 BDC의 증권사 배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BDC의 최소 모집 규모는 500억원이다. 이에 최근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화된 투자 집단과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한 증권사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하나증권처럼 IB 확대를 노리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경우 지주 네트워크 활용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혜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IB토마토>에 “BDC의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라며 “증권사의 경우 공개 정보가 제한된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갖춰졌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존 IB 사업은 제한적인 조달 조건으로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발행어음 인가가 마무리된다면 이 같은 조달 조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 이후 BDC 제도 승인과 함께 모험자본 선순환 구조 구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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