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가 올 상반기에도 뚜렷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파워트레인(P/T)과 시트 부문에서 해외 생산거점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며 외형 확장에 기여했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와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 이를 어떻게 돌파해나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본사 전경. (사진=현대트랜시스)
3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7조39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6조3683억원 대비 16.2% 늘어난 수치다. P/T 부문에서는 그룹 외 고객사 물량 확대가 가동률 개선으로 이어졌고, 시트 부문 역시 미국 서베너 공장 양산 개시와 체코 법인의 제품 믹스 개선 효과가 반영됐다. 특히 시트와 P/T 법인의 합산 매출은 2조102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829억원) 대비 41.7%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또 지난해 현대차그룹 중국 북경·산동 법인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한 효과도 외형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이를 통해 회사의 글로벌 매출 기반이 다변화되면서 올 상반기에는 폭스바겐을 중심으로 그룹 외 물량 비중이 15.5%까지 확대됐다.
수익성도 회복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626억원으로 전년 동기(1343억원)보다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2%로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개선됐다. P/T 부문 영업이익률은 2.8%(전년 동기 2.5%), 시트 부문은 2.7%(전년 동기 1.6%)를 기록하며 모두 개선세를 보였다.
다만 수익성 회복 속도는 관세 부담으로 제한적인 상황이다. 지난 5월부터 미국 정부가 자동차부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원가 상승 압력이 가중됐다. 한미 무역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대통령 행정명령 절차가 지연되면서 실제 인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트랜시스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사용하는 주요 원재료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CKD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관세 장기화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이 다시 위축될 수 있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대트랜시스가 경상적인 수익성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발 관세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현재의 실적 회복 속도는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온 공격적인 투자 기조도 재무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1년 이후 미국 조지아 P/T 공장과 서베너 시트 공장 신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II) 양산을 위한 설비 구축, 전동화 프로젝트 관련 연구개발 지출이 집중됐다. 2024년 한 해 자본적지출(CAPEX)은 7589억원에 달했고, 잉여현금흐름(FCF)은 –347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3486억원의 자본적지출이 집행됐고, FCF는 –1339억원으로 여전히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21년말 1조8355억원에서 2025년 6월말 3조540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차입금 역시 같은 기간 8589억원에서 1조6479억원으로 불어났다.
(사진=한국기업평가)
한편 현대트랜시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P/T와 시트로 나뉜다. P/T 부문은 변속기와 차축, 전기차 감속기 등을 생산하며, 시트 부문은 완성차 탑승자의 편의성과 직결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맡고 있다. 두 부문 모두 그룹 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안정적인 물량을 보장받고 있다. 매출의 90% 이상이 현대차·기아 등 그룹 내 완성차 계열사로부터 발생한다.
하지만 회사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신규 수주를 확보하면서 거래처 다변화도 시도 중이다. 2021년 96.8%에 달했던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은 2025년 상반기 84.5%까지 낮아졌다. 특히 폭스바겐 등 해외 고객사 물량이 확대되면서 그룹 의존도를 점차 줄여가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발 관세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법인 수익성 저하와 공급망 재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영업현금창출력 개선이 얼마나 빠르게 나타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