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반년 만에 턴어라운드…현금흐름 정상화는 '미완'
양극재 판매·ESS 수요 증가에 수익성 회복세
단기성부채 과중…이자비용도 500억원 넘어
공개 2025-09-0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9일 17:1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대표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086520)가 올해 상반기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연간 적자를 기록했던 회사가 불과 반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고객사 재고조정 종료와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 효과, 그리고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 확대가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지난해 연간 적자를 기록한 탓에 영업활동 대신 재무활동을 통해 현금을 유입하면서 단기성부채 부담이 적지 않아 회사가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에코프로)
 
양극재 판매 호조…전기차 ‘캐즘’ 돌파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올 상반기 17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845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양극재 판매 확대다. 주요 고객사들이 진행하던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출하량이 회복됐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상반기부터 신차 출시를 본격화하면서 수요가 늘었다.
 
특히 ESS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에 불을 지폈다.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의 2분기 매출은 81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두 배나 증가했다. ESS용 NCA는 기존 전기차 중심의 매출 구조를 보완하며 회사의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NCA 소재는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소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20~30% 높아 고에너지·고성능 배터리에 적합하다. 기술 난도가 높아 진입장벽이 크지만, 에코프로는 이를 국산화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ESS용 양극재 판매량은 전년 대비 6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양극재 호조 외에도 에코프로는 전구체 및 광물 트레이딩 사업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에코프로의 전구체 자회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분기 매출 781억원, 영업손실 288억원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신규 외부 고객사 출하가 시작된 만큼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제련소 투자가 가시화되고 있다. 에코프로는 현지 합작사 QMB, 메이밍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린에코니켈(GEN)의 자회사 편입도 완료했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 원재료를 직접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안정성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광물 무역 사업 매출을 확대하는 전략도 펼 수 있게 됐다. 실제 올 상반기 회사는 565억원의 투자이익을 실현했으며, 향후 5년간 연평균 1800억원의 투자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또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전압미드니켈(HVM), 리튬망간리치(LMR),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셀 메이커·자동차 OEM과 수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미 3000톤 규모의 LFP 양산 라인을 확보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5000톤 규모로 증설할 계획이다.
 
 
 
현금흐름은 여전히 ‘빨간불’
 
이처럼 에코프로가 전방산업 업황 악화를 뚫고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고 있지만, 현금흐름과 재무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올 상반기 에코프로는 영업이익 흑자에도 불과하고 당기순적자가 발생해 –2104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금융원가가 2000억원(1954억원) 가까이 발생한 데다 매출채권이 전년 동기 77억원에서 올 상반기 369억원으로 큰 폭 늘어난 영향이 컸다.
 
여기에 투자활동으로 7283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자금 유출 규모가 컸다. 이를 메우기 위해 차입에 의존한 점도 부담이다. 올 상반기 재무활동을 통해 8190억원이 유입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4358억원)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제품 판매가 많이 이뤄졌지만 매출채권이 잡히면서 현금 회수까지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성부채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차입금 1조8807억원, 기타유동금융부채 1659억원, 기타유동부채 48억원을 합쳐 에코프로의 단기성부채는 총 2조514억원에 달한다. 반면 현금및현금성자산 8214억원, 단기금융상품 648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1145억원, 기타유동자산 1461억원 등 현금성자산은 총 1조1468억원에 불과하다. 단기성부채가 현금성자산의 두 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자 비용도 무겁다. 올 상반기에만 550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해 영업이익을 잠식했다.
 
이에 대해 에코프로 관계자는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이 적지 않기 때문에 차입금과 이자비용을 감당하기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코프로는 최근 SK온과 ‘배터리 순환 생태계 업무협약’ 및 블랙파우더(BlackPowder)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블랙파우더는 이차전지 스크랩(불량품)과 폐배터리를 파쇄해 만들어지는 검은색 가루로 이차전지 내 주요 금속 성분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농축된 상태로 있어 '배터리의 원유'로 평가받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에코프로 그룹 내에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씨엔지는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로부터 폐배터리 스크랩 기반 블랙파우더를 공급받는다. 공급 물량은 월 기준 약 200톤으로 계약기간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총 5년간이다. 회사는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SKBA에서 나오는 블랙파우더를 공급받아 포항에서 양극재를 만든 뒤 SKBA에 재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에코프로씨엔지는 원료 공급처를 미국으로 확대하게 됐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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