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금호타이어(073240)가 올해 상반기 예상 밖의 실적 개선을 이어가며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광주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늘렸기 때문이다. 다만, 차입금 규모가 여전히 부담스러울 만큼 커 재무건전성은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사진=금호타이어)
2분기 영업이익률14.3%…역대 두 번째 최고치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2조4275억원, 영업이익 32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5%, 영업이익은 8.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588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14.3%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4분기 16.2%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글로벌 원가 부담과 환율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타이어의 이 같은 성장 배경으로는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의 고른 판매 확대와 전기차(EV) 전용 타이어 브랜드 ‘이노뷔(EnnoV)’ 출시가 꼽힌다. 신차용(OE) 비중이 커지고, 전기차 교체용(RE)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호타이어는 지난 5월 광주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원재료 투입이 지연되며 생산이 일부 차질을 빚어진 바 있다. 그럼에도 금호타이어는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해 충격을 최소화했다. 다만 이로 인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3054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재고자산 증가에는 화재 영향뿐 아니라 원재료 가격 인상도 작용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재고자산회전율은 6.2회로,
한국타이어앤(161390)테크놀로지(4.8회),
넥센타이어(002350)(3.5회)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보유 재고가 빠르게 판매돼 현금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호타이어는 외형 성장을 위한 글로벌 시장 확대를 강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금호타이어의 북미 매출은 7952억원, 유럽 매출은 6802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시장 합산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9%에 달해 글로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유럽 현지 공장 건설을 차기 성장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다. 현재는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생산기지에서 제품을 배로 실어 나르고 있어 운송비 부담이 큰 상태다. 유럽 현지 생산기지가 마련될 경우 물류비용 절감과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져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검토 중인 후보지는 폴란드, 포르투갈, 세르비아 등이며 초기 생산능력은 600만개, 장기적으로는 1200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8000억~9000억원 규모로, 회사는 투자금의 절반가량을 현지 및 국내 금융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현금성자산 4배 넘는 단기성부채
신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월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이노뷔를 출시했다. 해당 브랜드는 사계절용 ‘이노뷔 프리미엄’, 겨울용 ‘이노뷔 윈터’, 롱마일리지용 ‘이노뷔 수퍼마일’ 등 3개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특히 세계 최초로 전 규격에 HLC(High Load Capacity) 기술을 적용해 전기차와 같은 고하중 차량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했다.
금호타이어는 신차용 전기차 타이어 판매 비중을 2023년 7% 수준에서 2027년까지 30~3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실제 완성차 업체와의 공급 계약에 따라 이미 확정된 물량이라는 점에서 높은 수익성이 확보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전략은 전기차 교체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춘 포석으로 풀이된다. 타이어 교체 주기가 평균 3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2020~2021년에 장착된 전기차 타이어가 지난해부터 교체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수요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처럼 신사업을 벌이고 생산능력(CAPA) 확장을 계획하는 동안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다. 올 상반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2450억원, 단기금융상품 141억원, 기타유동자산 483억원 등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총 3074억원 수준에 그친다.
반면 단기성부채는 무려 1조3048억원에 육박한다. 세부적으로는 단기차입금이 1조1055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이 1600억원, 기타유동부채가 393억원이다. 보유 현금성자산이 단기부채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높은 차입금 규모는 이자비용으로 직결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올 상반기 이자 비용은 507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6분의 1 수준이다. 실적이 개선에도 이익 상당 부분을 금융비용으로 소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에서 CAPA확장이 계획대로 이뤄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장기차입금이었던 것이 만기가 1년 이내로 돌아오면서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바뀌어 단기성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없던 부분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고 기존 장기차입금에서 전환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