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대대적 리밸런싱에 SK온 운명 가른다
계속된 지원에 신용등급마저 위태
신사업 부진도 부진, 계열사 매각 고심
공개 2025-06-2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3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지난달 SK이노베이션(096770) 총괄사장으로 부임한 장용호 대표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며 향후 계열사들의 사업 조정을 강력히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에 업계에선 올해 신속한 SK그룹 에너지 사업의 구조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SK온의 배터리 사업 조기 정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온은 2021년 말 배터리 사업을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하여 출범한 이후 지속적인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2025년 1분기까지 1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는 약 1조1000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손실 폭이 확대됐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성장 정체와 낮은 공장 가동률,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고정비 증가 등의 영향이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사진=SK온)
 
SK온 지원 여력 한계…신용등급 '흔들'
 
SK그룹 차원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차세대 사업으로 낙점한 이후, SK온은 그간 특별 대우를 받으며 몸집을 불려왔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지원과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등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기초 체력 보충을 위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합병하며 재무 안정성도 개선했다. 3사 간 합병으로 SK온은 기존 13조원이었던 매출 규모를 62조원으로 대폭 늘렸고, 자산 규모는 33조원에서 40조원으로 키웠다.
 
그러나 문제는 지원 여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정제와 화학, 윤활유 등 전통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며 SK온을 포함한 신사업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탄탄한 정유사업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그러나 SK온에 대한 투자가 막대하게 불어나다 보니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약 31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9조원 급증했다. 이 중 약 20조원이 SK온 연결부문의 차입금으로, SK온에 대한 투자 부담이 전체 부채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79%에서 올해 1분기 207%로 상승하면서 영구채 발행 등 단기 처방에만 기댈 수도 없는 상황까지 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모채 시장에도 쉽게 문을 두드리지도 못하고 있다. SK온은 업황 불안에 따른 실적 악화에 공모 시장에서 부진한 평가를 받는 대신 사모채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SK온이 올해 사모채 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총 1200억원으로, 3차례에 걸쳐 단기 운영자금을 끌어모았다. 발행된 사모채는 모두 3년 만기에 금리는 4%대 초반이다. 사모채는 통상 3년물, 5년물, 10년물로 발행되는 공모채와 비교해 금리가 높고 상환 기간도 짧다.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SK온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온의 부채비율은 2023년 190%에서 지난해 2024년 198%, 올해 1분기엔 251%를 기록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관리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차입금 규모도 2022년 약 16조원에서 지난해 말 약 20조원으로 증가했다. 
 
(사진=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034950)는 SK온 하향 트리거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4배 초과, 영업자산 대비 EBITDA 8% 미만으로 제시하고 있다. EBITDA/영업자산은 2022년 12.6%에서 2023년 7.1%, 지난해엔 3.6%까지 낮아졌고, 순차입금/EBITDA는 같은 기간 2.8배, 4.4배, 11.2배로 악화했다.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 조건은 이미 충족된 상황이다.
 
김경률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투자 조절, 합병으로 추가된 사업부의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력 등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부문의 실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재무안정성 제어를 위한 적극적인 자구 계획이 필요하다”며 “최대주주의 지원, 자산 매각, IPO 등을 통한 자본조달로 재무안정성이 제어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유·화학 위기 속 신사업 부진…계열사 매각 속도
 
이처럼 SK온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지원 단행에도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장용호 대표의 전략적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그룹의 전통적인 화석연료 사업이 수십 년간 SK의 현금창출을 책임져온 주력 분야지만, 최근 구조적 불황에 직면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 중이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석유 수요 성장세는 둔화되고 정제 마진은 악화되는 추세 속에서 신사업도 흔들리고 있으니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이에 업계에선 중장기적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매물로 내놓은 SK 계열사들의 매각 작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이미 SK실트론,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부(리뉴어스·리뉴원), SK오션플랜트 매각 등으로 유동성 확보할 계획이지만, 사실상 흥행에 참패하며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SK실트론의 경우 이번달까지 예비입찰의향서를 제출한 사모펀드는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리뉴어스·리뉴원 인수전에도 SK의 기대치에 부합한 곳은 KKR 한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오션플랜트의 경우에도 연간 설비투자(CAPEX)가 막대해 불안정한 현금 흐름 문제로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 등 전략적투자자(SI)가 인수하지 않는 이상 재무적투자자(FI)의 인수는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에 SK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수합병 소식에 대해선 기존 보도에 나와있는 내용이 전부”라며 말을 아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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