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쌍용C&E 상폐 후 인건비 손질 착수…매각 전초전?
3월부터 임금체계 개편 위한 협의 진행 중…'통상임금' 판결 영향
일정 시간 '특근' 보장하던 기존 임금체계 개편하는 방식
지난해 주식 공개매수 이후 자진 상장폐지…'비용 절감' 행보 가능성
공개 2025-04-22 11:25:58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11:2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쌍용C&E가 인건비 조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급등한 임직원 급여를 조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지난해 공개매수를 통해 쌍용C&E 지분 100%를 확보한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시멘트업계 주요 기업에서 이 같은 방식의 임금 조정 사례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일각에서는 한앤코의 매각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도 의왕시 소재 쌍용C&E 시멘트 출하 공장.(사진=뉴시스)
 
대법 ‘통상임금’ 판결 후속조치…임금구조 개편 '협의 중'
 
22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쌍용C&E는 지난달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구조 현실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관련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과 명절 상여금, 휴가비, 각종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토록 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당 판결 영향으로 통상임금을 판단하는 법리가 대폭 변경되면서 경영계는 올 들어 이에 따른 경착륙을 대비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시멘트업계에서는 임금 조정에 관한 노사 협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현재 쌍용C&E 이외 업체들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쌍용C&E 직원들의 임금이 대폭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려오고 있다. 회사 측이 제시한 새로운 임금체계가 도입된다면 현장직 차장급 직원의 연봉은 1000만원 이상, 사원급은 약 700만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쌍용C&E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시멘트 산업 특성상 기존 임금 체계에서 일정 시간의 ‘특근’을 보장하는 방식의 포괄임금제를 채택했다”면서 “직원들에게 제시한 임금안에서는 특근 시간을 줄이는 대신 시간당 임금을 올렸다. 이전 대비 임금 수준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쌍용C&E 소속 근로자 수는 총 1157명(남성 1114명, 여성 43명)이다. 이 가운데 강원 동해시와 영월군 소재 생산공장을 비롯한 전국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전체의 60~70% 수준으로 추산된다. 회사 측의 이번 임금체계 개편안에 담긴 ‘특근 축소’ 내용이 결국 임금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 것이다.
 
상장폐지 뒤 ‘공교로운’ 임금체계 개편…한앤코 의지 있었나
 
한앤코는 지난 2016년 한앤코시멘트홀딩스를 통해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46.1%와 태평양시멘트가 보유한 지분 32.4% 등 쌍용C&E(당시 쌍용양회) 지분의 총 78.5%를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앞서 2012년에도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쌍용양회 지분 9.3%를 인수한 바 있다.
 
인수 이후 쌍용머티리얼, 쌍용에너텍, 쌍용정보통신 등 비핵심 자회사를 매각하고, 2017년 한앤코로부터 대한시멘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18년부터는 순환자원 등 유연탄 대체연료 설비투자, 폐열발전설비 가동, 환경 기업 인수 등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구조 변화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쌍용C&E의 주식 1억25만4756주(20.1%)의 공개매수를 완료했다. 또한 같은 해 7월에는 쌍용C&E의 상장폐지가 이뤄졌다. 당시 자본시장에서는 ‘기업가치 보전’을 위한 한앤코의 선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상장폐지가 완료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쌍용C&E의 임금체계 개편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한앤코의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쌍용C&E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인건비 총액은 계약 연봉을 토대로 사실상 고정돼 있는 것”이라며 “성과급 수준에 따라 총 급여가 결정되기 때문에 최근의 임금체계 개편은 한앤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IB토마토>는 이에 대한 한앤코의 입장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쌍용C&E가 한앤코에 인수된 이후인 2017년부터 지난 2023년까지 7년간 지급한 배당금은 연평균 약 1900억원, 총 1조3000억원 수준이다.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100%를 확보한 지난해의 경우 전년(1392억원) 대비 59.3% 많은 2218억원 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한편, 지난해 쌍용C&E의 인건비는 큰 폭으로 늘어난 바 있다. 지난해 남성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전년(9000만원) 대비 600만원 오른 9600만원을, 여성 직원의 경우 같은 기간 6200만원에서 66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종업원 급여 비용은 1년 새 1815억원에서 1959억원으로, 복리후생비는 213억원에서 291억원으로 늘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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