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롯데캐피탈이 영업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기업금융 구성을 대폭 조정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을 크게 줄이고 기업일반대출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이 과정에서 롯데 그룹 계열사 물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신용도가 우수한 차주 구성으로 자산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지난해부터 계열사 취급을 빠르게 늘린 결과, 신용공여 한도는 거의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PF 줄이고 일반대출 늘리고…계열사 취급 확대
22일 여신전문금융 업계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은 지난해 부동산 PF 대출 자산이 9706억원으로 전년도 1조5202억원 대비 36.2%(5496억원) 감소했다. PF 규모는 지난 2022년 1조6523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는데 2023년 8.0%(1321억원) 줄었다가 이번에 대폭 축소됐다. 영업자산에서 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7.8%에서 13.1%까지 하락했다.
반면 기업일반대출은 크게 늘었다. 해당 자산은 8892억원에서 1조6750억원으로 88.4%(7858억원) 증가했다. PF 부문에서 줄어든 자산 이상의 규모를 일반대출에서 채워 넣은 셈이다. 그 결과, 기업금융 자산은 2조6456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9.6%(2311억원) 성장했다.
기업일반대출은 기업금융 가운데 PF를 제외한 것으로 인수금융, 운전자금대출, 설비자금대출, 부동산담보대출 등이 있다. 소비자금융(가계신용대출) 대비 운용수익률이 낮지만 대기업 취급 비중을 늘리거나 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신용도가 우량한 차주를 확보하면 그만큼 부실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
롯데캐피탈이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분야는 운영자금대출과 사모사채 인수, 부동산 담보대출 등이다. 운영자금대출은 기업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을 지원해주는 금융서비스다. 롯데캐피탈은 일반적인 대출 외에 증권사와 연계한 자산담보부대출(ABL) 형태로도 다루면서 상품 영역을 넓혔다. 사모사채는 자금조달 목적의 채권을 공개모집 절차 없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물류센터 관련 건인데 대부분 우량기업 임차인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일반대출을 확대하면서 롯데 그룹의 계열사 물량도 빠르게 늘었다. 계열사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2023년 3745억원에서 지난해 6027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신용공여 건으로는 ▲롯데건설 1600억원(운영자금대출) ▲롯데바이오로직스 1000억원(한도대출이며 258억원 실행) ▲부산롯데호텔 200억원(사모사채 인수) ▲롯데컬처웍스 200억원(신종자본증권 인수) ▲코리아세븐 200억원(사모사채 인수) 등이 있었다.
이 외에 ‘프로젝트샬롯’ 1500억원도 있는데, 이는 롯데건설 보증부 사모사채를 매입하는 해당 회사에 대해 롯데캐피탈이 자금을 대여하는 것으로 사실상 특수관계인 거래 성격을 지닌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 계열사 운영자금대출로 ▲
롯데케미칼(011170) 1500억원 ▲롯데지에스화학 500억원 두 건이 시행됐다.
"저위험 자산으로 리스크 줄여야"…계열사 취급 한도 ‘임박’
롯데캐피탈은 그룹 특성상 영업자산 내 소비자금융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해당 자산은 2조7237억원으로 36.9%를 차지한다. 소비자금융은 대부분 가계신용대출 구성인데, 다른 자산에 비해 운용수익률이 높지만 부실 위험성 역시 큰 편이다.
소비자금융 비중이 높다는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자동차금융과 기업일반대출이다. 자산 포트폴리오 전체적인 측면에서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이다. 다만 자동차금융은 지난해 8527억원으로 규모가 점점 축소되고 있으며 비중도 11.5%로 하락했다. 기업금융을 저위한 자산 중심으로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큰 이유다.
(사진=롯데캐피탈)
건전성 개선 효과는 긍정적이다.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이 3.6%로 전년도 대비 0.8%p 하락했고, 1개월 이상 연체율도 1.7%로 0.1%p 떨어졌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3773억원으로 고정이하여신 대비 커버리지 비율이 84.2%다. 지난해 채권 상각·매각액이 2772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당금도 적정하게 유지 중이다.
롯데캐피탈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보수적인 영업자산 취급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금융과 기업일반대출 부문은 늘리고, 부동산 PF와 자동차금융, 일반 할부·리스, 투자자산 등은 축소하는 방향이다.
기업일반대출에서 계열사 물량에 대한 한도는 거의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계열사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50% 이내로 제한된다. 롯데캐피탈은 지난해 자기자본이 1조5750억원으로 그 절반은 7875억원이다. 지난 3월 건까지 고려하면 한도에 임박한 것으로 계산된다. 계열사 물량 외에 다른 일반대출 건으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신용평가 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계열사 신용공여는 자회사 입장에서 수행에 대한 의무감이나 압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법적 한도가 부여된 것이고, 계열사 익스포저가 계속 증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며 “다만 롯데캐피탈은 현재 신용에 영향을 미치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