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대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따른 대형 거래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경기 둔화 속에서 주요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사모펀드(PEF)가 주도하는 ‘빅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올해 성사 가능성이 높은 주요 대형 M&A 거래들을 조망하고, 그 배경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SK에코플랜트의 환경사업부(리뉴어스·리뉴원)와
SK오션플랜트(100090) 매각이 3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의 지분 매각까지 논의되면서 그룹 재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003600)는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70.6%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몸값은 5조원대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매각 대상으로 올린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부와 SK오션플랜트 매각까지 성사된다면 SK는 약 7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부는 1.5~2조원, SK오션플랜트의 몸값은 5000억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부, 수익성 악화에 '몸값 하락' 우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원 재원을 확보해 AI·반도체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반도체 특수가스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SK스페셜티 매각을 통해 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딜이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고, 최근 매물로 등장한 계열사들의 추가적인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의 환경사업부 매각은 그룹 재편의 핵심이다. 매각 대상은 폐기물 소각·매립 업체 리뉴원(지분 100%)과 수처리·폐기물 처리 기업 리뉴어스(지분 75%)로, 당초 희망 매각가는 2.5조 원이었으나 최근 1.5~2조원으로 조정됐다. 최근 국내 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인수전에 참전키로 하면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등 글로벌 PEF 운용사와의 3파전으로 좁혀졌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전반적인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적자폭이 커지면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9조3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늘었고 영업이익은 2346억원으로 49%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은 958억원으로 전년도 456억원과 비교해 2배가량 늘었다. 자회사인 리뉴어스와 리뉴원의 실적 부진이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특히 리뉴원은 자회사 중 가장 큰 적자를 기록하면서 향후 매각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리뉴어스와 리뉴원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각각 305억원, 989억원이다. 이 때문에 SK에코플랜트의 단기차입금은 1조원 이상 늘어난 2조3134억원에 달했다. 차입금의존도는 38.8%, 금융부채비율은 56.1%까지 오르며 이자부담도 963억원으로 커졌다.
재무구조 개선 시급…상장 전까지 매각 '압박'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순손실 규모는 2000억원을 넘겨 재무안정성도 덩달아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SK에코플랜트는 매각가로 최대 2조원을 희망하고 있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최근 SK는 매각가가 5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SK오션플랜트도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부와 묶어 매각할 계획을 밝혔다. SK에코플랜트의 사업은 크게 환경, 에너지, 건설 부문으로 구성돼 있는데, 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다.
SK에코플랜트가 줄줄이 주요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이유엔 사업 재편이라는 명목도 있지만,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SK에코플랜트는 앞서 2022년 프리IPO로 조달한 1조원의 자금 중 6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에 발행일로부터 4년 뒤인 2026년 7월까지 상장해야 한다는 옵션이 붙어있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이자 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어 매각에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SK에코플랜트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단편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2020년 리뉴어스 지분 75%를 어펄마캐피털로부터 인수하며 1조500억원을 투입했고, 리뉴원에는 8256억원을 들였기 때문이다. 리뉴원은 SK에코플랜트가 2021년부터 2022년 사이에 인수한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자회사 8곳을 인수한 이후 합병시킨 회사다. SK오션플랜트와 묶어 2조원 안팎으로 매각한다면 SK에코플랜트가 상장을 위해 급하게 팔았다는 평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내에서 향후 남은 '빅딜'로는 알짜 계열사인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이 꼽힌다. SK는 SK실트론 지분 70.6% 매각을 위해 최근 다수의 PEF와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몸값은 5조원대로, 이번 매각이 성사될 시 약 3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따로 사들인 SK실트론 지분 29.4%는 이번 매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핵심 자산 매각은 SK그룹이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고, AI 및 반도체 등 핵심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고 AI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SK스페셜티 매각 사례를 반추해보면 다소 손해보는 장사를 하더라도 매각하려는 전략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