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이례적 강세…레포펀드와 금리 인하 '합작'
여전채 스프레드 역전, 레포펀드 투자 몰려
기준금리 하락 흐름 속 강세 지속 전망
공개 2025-03-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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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여신전문금융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인 여전채가 이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기관의 레포펀드 자금 집행 수혜를 받으면서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됐다. 같은 등급 회사채 스프레드와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여전채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국고채 금리와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양상은 기준금리 인하 흐름을 기반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레포펀드 힘입어 여전체 '강세'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2월 크레딧물 시장에서는 여전채가 회사채를 압도했다. 지난해 말에서 2월 초 기준 캐피탈채(AA-등급, 3년물) 스프레드가 15.1bp 줄어들 때 같은 등급 회사채는 9.5bp 떨어지는 데 그쳤다.
 
 
여전채 강세는 공급보다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연초에는 기관의 자금 집행이 증가하는 ‘연초 효과’가 수요를 끌어올린다. 수요가 많아지면 공급자가 발행금리를 내릴 수 있게 되고 국고채와 간격이 좁아지면서 스프레드가 축소된다. 여전채 발행에 우호적인 여건이다.
 
여전채 스프레드가 강하게 축소된 결과, 여전채와 회사채 스프레드에서 이례적인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살펴보면 여전채 스프레드는 53.5bp였으며 회사채 스프레드는 58.0bp였다. 발행금리로 따지면 ▲국고채 2.595% ▲여전채 3.130% ▲회사채 3.175%다.
 
통상 여전채 스프레드는 회사채보다 높게 형성된다. 여신전문금융사는 자금 조달을 여신을 통해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월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경상적인 수급 측면에서 공급이 많은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채가 회사채보다 강했던 배경에는 레포펀드 투자가 있다. 레포펀드는 특정한 채권을 담보로 잡고, 이를 기반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단기 자금(여전채)에 다시 투자하는 형태다. 레버리지 과정에서 조달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로 한다. 여전채 금리에서 RP 매도 차입금리를 차감한 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레포펀드가 여전채를 많이 담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발행금리가 높아서다. 여신전문금융사는 신용등급 분포 범위가 넓다. 카드사의 경우 AA+부터 AA-까지로 우수한 편이다. 반면 캐피탈사는 AA-도 있지만 A+, A-, BBB까지 형성된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발행금리를 다른 크레딧 섹터보다 높여야 한다. 같은 신용등급 내에서도 여전채 금리는 타 섹터보다 높다. 여전채 선택으로 높은 이자율을 가져가면 레포펀드의 수익률 스프레드를 그만큼 더 벌릴 수 있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금리 인하가 불쏘시개로
 
레포펀드 투자 확대에는 금리 인하와 맞물려 가속화됐다. 레포펀드 조달 수단인 RP는 단기 금리라 기준금리 변동에 즉각 반응한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하됐는데, 이 영향이 컸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레포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선 조달에 쓰이는 차입금리가 낮아지는 셈이다.
 
여전채 금리 하락과 속도를 비교했을 때 역마진 우려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이후 양상은 여전채 금리가 하락하는 것보다 RP 금리가 더 빠르고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근 RP 금리는 기준금리와 유사한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여전채와 RP 금리 차이가 양수(+)이고 그 수치가 더 커지는 흐름이다.
 
기준금리는 지난달에 이어 올해 두 차례 정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레포펀드의 여전채 투자는 1분기를 넘어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고채 3년물이 신규로 발행되는 6월 전까지는 여전채 스프레드 축소 여력이 남아있다. 
 
김은기 삼성증권(016360) 글로벌채권팀 연구위원은 “기관 간 레포 매입증권 잔량을 보면 지난해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라면서 “5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다는 점에서 4월에도 레포펀드 설정이 증가해 여전채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프레드 양상은 회사채 강세로 다시 돌아설 전망이다. 여전채와 회사채 스프레드 역전은 이례적이고 일시적인 성격이 크다. 장기적으로 회사채가 상대적 강세를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크레딧 연구위원은 “지난달 여전채 발행 물량이 많지 않아 대기 중인 레포펀드 자금이 상당한 가운데 금리 인하로 가격 부담이 해소되면서 발행과 유통 동반 강세가 예상된다”라면서 “다만 카드채와 캐피탈채 모두 회사채보다 등급 민평이 낮아 상대적인 가격 매력이 약화된 상태라 향후 강세 폭은 회사채 대비 작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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