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1위 수성한 LG엔솔…조 단위 모은 유암코롯데건설, 전량 미매각에 롯데손보, 조기상환 지연도하반기 들어 위축된 BBB급 채권…HL한라, 조달 선방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올해 회사채 시장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가 상승해 시장 변동성이 커졌고, 홈플러스 사태나
롯데손해보험(000400) 콜옵션 지연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요예측 흥행으로 부상하는 곳이 나왔고, 신용등급 BBB급에서 일부가 선방키도 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 올해도 수요예측 1위
지난해 수요예측 매수 주문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던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올해도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지난 2월 최초 신고 8000억원 모집에서 총 3조7450억원 규모의 주문을 받았다. 모집총액은 흥행 결과를 반영해 두 배인 1조6000억원으로 늘려 발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회사채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힌다. 앞서 2023년에는 매수 주문 4조7200억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5조6100억원으로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회사채 발행 신용등급은 AA0급이다. 당시 조달금리는 3.2%~3.4% 범위에서 결정됐다.
자금은 운영자금 3500억원, 채무상환 자금 1250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1조1250억원 등으로 사용했다. 타법인증권의 경우 북미 합작법인 투자를 위한 증자용이다. 북미 시장 내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합작법인의 건물·설비 투자 재원을 확충한다는 목적이다. 투자 예상 기간은 새해 말까지다.
(사진=유암코)
유암코, 조 단위 끌어모으며 '부상'
유암코는 올해 세 건의 공모사채를 발행했는데. 개별 건 모두 수요예측에서 조 단위 자금을 모으며 흥행했다. 내역을 보면 2월 2500억원 모집에 3조600억원, 7월 3000억원 모집에 2조1700억원, 10월 2200억원 모집에 2조1700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특히 지난 2월 건은 최초 모집액 대비 12배 달하는 주문이 들어왔다. 나머지 건도 7월과 10월 각각 7배, 10배 수준이다.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모집총액은 각각 ▲5000억원 ▲6000억원 ▲4000억원 등으로 늘려 발행했다.
유암코는 회사채 신용등급 AA(안정적) 급으로, 부실채권(NPL) 투자·관리 전문사다. 국내 6개 시중 금융기관의 공동 출자로 설립됐다. 총자산은 7.5조원 수준이지만, 은행권 아래서 NPL 공개매입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고금리 시기였던 2023년부터 NPL 영업을 더욱 확대하면서 자산을 빠르게 키웠다. 공모사채 조달도 영업자산을 늘리는 목적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와 매각 양상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유암코의 회사채 시장 노크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 전량 미매각…신용등급 강등 '타격'
롯데건설은 전량 미매각이 났다. 지난 6월 1100억원을 모집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의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했다. 만기 구조를 2년 이하로 짧게 구성하고, 공모희망금리를 5.4%~5.9%로 내세웠음에도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당시 롯데건설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됐던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034950) 모두 롯데건설 회사채 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내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줄었지만 현금흐름 대비 여전히 과중한 수준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순차입금이 늘고 부채비율도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재무 부담이 확대됐으며, 수익구조 역시 저하된 상태였다.
미매각 이후 발행은 1100억원 그대로 진행됐다. 추가 청약에서 200억원 주문을 받았고, 나머지 물량은 주관사와 인수사(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키움증권(039490) 등)가 떠안았다. 증권사는 이를 리테일(일반투자자) 판매로 소화한다.
(사진=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조기상환 지연 사태
롯데손해보험의 기발행 후순위채 조기상환이 미뤄지면서 채권 시장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지난 5월 롯데손해보험은 제8회차 후순위채 900억원의 콜옵션 행사를 이행하지 못했다. 보험사가 발행하는 후순위채는 통상 만기 구조가 10년인데, 시장 관례적으로 5년 되는 시점에서 상환한다.
보험업 감독 규정상 조기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한 것이 배경이다. 후순위채를 상환해도 K-ICS 비율이 기준치(당시 150%) 이상을 유지하거나 대체 조달이 확정된 경우에 가능한데, 미흡했다는 평가다.
시장의 신뢰성이 떨어지면 투자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투자 수요가 부진하게 된다. 채권을 발행하려면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롯데손해보험의 미상환 채권 가운데 콜 시점이 도래하는 다음 건은 2026년 12월 신종자본증권 400억원이다. 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점이 다행스러운 요인이다. 앞선 제8회차 건은 콜옵션 보류 상태다.
(사진=HL 디앤아이한라)
'BBB급'에서 선방한 HL디앤아이한라
HL디앤아이한라는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열위하지만 올해 두 건의 공모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1월에는 710억원 조달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두 배가 넘는 1560억원이 주문됐다. 모집총액은 100억원 늘려 81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600억원 모집에서 자금 2120억원이 몰렸다. 최초 신고금액 대비 3.5배가 넘는 수치다. 수요예측 흥행에 따라 최종 발행금액은 900억원으로 증액했다. 조달금리는 앞선 1월 건이 7.0%~7.2%, 6월 건은 6.0%~6.1%다.
특히 6월 건은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흥행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BBB급의 발행 양상은 연초에는 큰 성과를 보였다가 하반기부터 부진했는데, 홈플러스 사태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BBB급 가운데 일부는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