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신라·신세계면세점을 비롯해 기업들의 인천공항 탈출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선 여객수 연동 수수료로 인한 수익성 부담이 심화되면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객당 수수료를 낮춘 조건으로 입찰을 재개했지만, 업계가 요구해온 수준과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으로서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국내 면세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소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 구조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천공항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호텔신라)
낮아진 객당임대료에도 면세 기업과 간극 '그대로'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제1여객터미널과 탑승동, 제2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운영사업 모집공고를 올렸다. 화장품과 향수, 주류, 담배 등을 취급하는 매장을 1터미널에 12개, 탑승동에 2개, 2터미널에 매장 15개를 모집한다. 이번에 모집하는 매장의 사업권은 DF1과 DF2로, 객당임대료 최저수용금액은 각각 5031원, 4994원이다. 지난 2022년 모집 당시 DF1의 최저 객당임대료(5346원), DF2(5617원)으로 각각 5.89%, 11.09% 감소한 금액이다.
이는 최근 기업들이 비싼 임대료를 이유로 면세사업장을 이탈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세계(004170), 신라면세점(
호텔신라(008770))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갈등이 깊어진 바 있다. 앞서 호텔신라는 지난 2023년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DF1 임대료를 여객 1인당 8987원, 신세계 면세점은 DF2 임대료를 여객 1인당 9020원을 제시하면서 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감염증 풍토병화) 이후에도 고환율과 주요 소비자였던 중국인 관광객 소비 트렌드 변화로 면세기업들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저하됐다. 이 가운데 2023년 7월부터 여객수 연동 방식으로 임대료 책정기준이 고정 임차료 납입 방식에서 여객수 연동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신세계디에프와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사업을 시작한 이후 영업이익률은 감소세를 보였다. 2023년 5.2%를 기록하던 신세계디에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97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호텔신라의 TR사업도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75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운영 적자를 이유로 공사에 임대료를 40% 인하해달라는 내용의 조정 신청서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으나, 인천공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두 곳 모두 철수했다.
이번 재입찰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될 경우 실질적인 객당임대료는 최저가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8일 인천공항이 개최한 사업설명회에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국내 면세기업과 스위스 아볼타(Avolta·옛 듀프리)까지 참석한 상태다. 설명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의 본입찰 참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CDFG는 지난 2022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으나, 실제 운영권 획득에 실패한 바 있다.
(자료=인천국제공항공사)
인공, 임대료 변경 후 영업이익률 20%대로 회복
면세업계가 수익성 약화를 겪는 동안 인천공항의 매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면세점 수익을 핵심으로 하는 비항공수익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인천공항의 수익예산은 2023년 1조8110억원, 2024년 2조4183억원, 2025년 2조9294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익예산이란 미래의 특정 기간 동안 예상되는 모든 수입을 미리 계획하고 정리한 재정 계획이다. 실제 지난해 연결 매출액(수익)은 2조6325억원으로 수익예산을 상회했다.
이 중 비항공수익은 2023년 1조1140억원, 2024년 1조4007억원, 2025년 1조8710억원으로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수익예산에서 비항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년 평균 61.1%를 기록했다. 항공기 이착륙료, 계류장 사용료 등 항공기와 관련해 발생하는 항공수익 보다도 높은 매출기여도다.
이에 인천공항 입장에서도 면세점 사업 임대료를 낮추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인천공항은 임대수수료를 여객당 수수료 기반 임대료로 전환한 이후 2023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까지 5874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인천공항의 영업이익은 2023년 5325억원으로 흑자전환한 이후 지난해 741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대로 회복됐다.
향후 면세업계는 고환율과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변화 등으로 인해 업황 회복은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입찰을 진행하더라도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경우 면세기업들의 인천공항 면세 탈출 러시와 재입찰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CDFG와 같은 외국계 면세점이 입찰 후 임대료 문제가 불거질 경우 향후 정치적인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규선 동서울대학교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상황에 맞춰서 임대료를 감안해서 탄력적으로 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사회간접자본(SOC)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수익성 확보 중요하지만 관광객에게 좋은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의무인 만큼 유연성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