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선박 엔진 제조사인 HD현대마린엔진(이하 마린엔진)이 올해 지난해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HD한국조선해양(009540)에 인수된 이후 자산 매각 등 재무 건전성 개선 작업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사업 개편이 완성되면 60%에 못 미치는 가동률이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 등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엔진(사진=HD한국조선해양)
수익 늘었지만 가동률은 저조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린엔진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2272억원, 영업이익은 241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 3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1645억원)은 38.1%, 영업이익(119억원)은 102.5% 증가했다.
다만, 가동률은 업계 내에서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마린엔진의 가동률은 57.7%를 기록했다. 총 생산 능력 105만BHP(가동 마력) 중 생산 실적은 60만6000BHP에 머물렀다. 보유하고 있는 설비의 생산 능력을 온전히 사용하지 않아 매출과 수익성 극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회사가 한국조선해양 산하에 편입되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피티제이호 유한회사로부터 마린엔진(당시 사명 STX엔진) 주식 652만4174주(지분율 22.85%)를 391억원에 사들였다. 계열사 HD현대중공업이 엔진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형 선박 엔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짜인 까닭에 중소형 선박 엔진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 때문이었다.
인수 후 한국조선해양은 마린엔진의 사업 재구성 및 재무 건전성 강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순위로 이러한 작업들이 이뤄진 까닭에 가동률 확대 등은 추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 안정화 작업은 지난해 4분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마린엔진은 지난해 4분기 유휴 공장 등 자산 매각에 나서는 등 경영 안정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마린엔진의 경영 정상화 결과 및 사업 포트폴리오 계획은 올해 1분기 이후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동률이 낮았던 탓에 조선업계 회복의 수혜를 온전히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화엔진 등 동종업계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8.5%로 100%에 육박했다. 이에 한화엔진의 수익성은 지난해 533억원으로 직전 연도 3분기(86억원)보다 519.8%나 뛰었다.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수익성도 배가되는 모습이다.
이에 마린엔진이 빠르게 가동률을 높여야 수익성이 대폭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린엔진이 2022년이 되어서야 결손금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마린엔진은 회사 안정화 작업을 거친 후 가동률을 끌어올려 수익성 확대해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가동률 확대 시 수익성 한 단계 상승 예상
마린엔진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주로 중국 조선소와 국내 중견 조선소 등에서 나온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 회사 매출 비중이 30%, 케이조선 16%, 대한조선이 8.7%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도 중국과 중견 조선소를 중심으로 신규 수주를 받았고, 주요 매출 구성은 3분기와 유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재정비가 마무리되면 마린엔진은 HD현대 계열 조선소에서도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삼호중공업과 HD현대미포와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및 초대형 선박에 집중하는 HD현대중공업과 달리 두 회사는 중대형 선박을 건조하기 때문에 마린엔진과 사업적으로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수주 잔고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마린엔진이 두 회사에 엔진을 공급하면, 큰 폭의 수익성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호중공업은 총 71억달러의 신규 선박 수주를 따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초 연간 신규 수주 목표치였던 32억달러의 2배 이상에 달한다. 미포조선도 지난해 목표였던 31억달러의 2배에 가까운 61억달러 수준의 신규 수주를 따냈다.
관련 업계도 마린엔진이 삼호중공업과 미포조선에 엔진 공급을 시작하면 가동률이 상승하고, 매출과 수익성이 증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DS투자증권은 HD현대 계열 조선소와의 시너지와 중국 조선업계의 엔진 부족 상황 등을 근거로 마린엔진의 수주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HD한국조선해양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마린엔진은 그룹 내 조선소와의 시너지 효과 창출 추진하기 위해 내실 다지기 작업이 진행 중이며, 곧 계획이 수립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