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상상인(038540)의 성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주요 계열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서다. 계열 저축은행은 매각을 진행 중인 데다 증권 계열사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성장 곡선은 둔화될 전망이다.
사진=상상인저축은행
금융 계열사 매출 의존도 '절대적'
3일 상상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지분을 보유한 종속기업은 6개다. 이중 절반인 3개가 금융 계열사로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상상인증권이 해당한다. 저축은행 자회사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이하 상상인계열 저축은행)은 상상인의 100% 자회사다. 반면 상상인증권은 상상인이 56.94%를, 나머지 지분은 계열사 대표들이 보유하고 있다.
상상인의 매출 대부분은 금융 계열사에서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상인의 매출액 비중은 상상인증권(2622억6464만원), 상상인저축은행(2241억2909만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1319억8934만원) 순이다. 금융 계열사에 이어 가장 매출이 큰 자회사는 케이에스인더스트리였으나, 지난해 3분기 말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4분기부터는 매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 3분기 매출 비중을 보면 금융 매출액이 6180억600만원으로 전체 91.99%를 차지한다. 정보통신과 조선 등을 합해도 총 매출 6719억2600만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2022년 금융 계열사 매출 비중이 73.08%인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20%p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2600억원을 웃도는 상상인증권 매출이 당시 510억원에 불과해서다.
차지하는 자산도 금융 계열사가 가장 크다. 같은 기간 상상인저축은행의 총자산은 2조7758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1조4693억원이다. 상상인증권도 2조원대의 자산을 보이나, 상상인선박기계를 비롯한 타 계열사의 자산은 크게 잡아도 500억원대에 불과하다. 심지어 6억원인 곳도 있다.
저축은행 매각에 증권사 신용등급 하락
금융 계열사인 저축은행 매각과 증권사의 성장 둔화가 겹쳐 상상인의 외형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매출 의존도가 큰 만큼 이들 자회사 실적에 따라 상상인의 당기 실적과 성장도 오르내린다.
특히 상상인의 근간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저축은행이 자회사에서 제외될 예정이라 더욱 클 전망이다. 법적 공방도 종지부를 찍으면서 상상인은 계열 저축은행을 놓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 및 주식처분명령에 대한 소송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6일 서울행정법원은 금융위가 상상인에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을 매각하라고 처분한 것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금융위는 유준원 상상인 대표가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아 대주주 자격 요건에 문제가 발생하자 유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두 저축은행의 지분 90%를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상호저축은행법 제 10조에 따르면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적격성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6개월 이내에 충족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발행 주식 10% 이외의 주식에 대해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번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간접 대주주도 대주주 적격성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매각 분위기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두 저축은행은 금융위의 매각 명령과는 별개로 매각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케이금융그룹이 이들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 계열사인 상상인증권도 성장에 발목이 잡혔다.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상상인증권의 등급을 BBB, 안정적 전망으로 평가해왔으나 지난해말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한 탓에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는 평가다.
상상인증권이 신용등급을 다시 끌어올리려면 영업순수익 커버리지 115% 이상 등 수익성을 유지하고, 자본적정성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 영업순수익 커버리지는 판관비 대비 영업순수익 비율을 뜻하며,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쓰인다.
상상인증권은 지난 2023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순손실 규모는 322억원으로, 영업순수익커버리지는 40.1%에 불과하다. 지난 2021년 157%에 비하면 4분의 1수준으로 하락했다.
상상인증권이 등급 전망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증권사의 경우 일반 회사채, 후순위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큰 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달 비용이 상승할 경우 재무 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상상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상인은 시너지이노베이션 인수를 진행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 영역 외에도 수익 다각화를 위해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라면서 “계열 저축은행도 좋은 인수자가 있으면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