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KDB생명 매각이 무산됐다. 오랜 매각 시도가 결국 불발되면서 산업은행에 안기게 됐다. 하지만 재매각을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대규모 자금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 국책사업 이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산업은행
'매각 불발'KDB생명, 자회사 편입 예정
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한다. 15년 전 투자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를 통해 매각을 추진했으나 주인을 찾지 못한 탓이다.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PEF)는 15년까지 존속할 수 있는데 오는 2월이 만기라 청산을 해야 한다.
KDB생명 주주는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KCV다.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는 KCV의 100% 자회사로, 두 곳이 보유한 지분은 98.26%다. 산업은행은 KCV의 지분 75.92%를 보유하고 있다. KCV는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설립한 사모펀드다. 이 외 지분은 국민연금과 코리안리 등이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금융지원과 자구책 덕분에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K-ICS 비율은 전 분기 대비 상승해 경과조치 적용 전 66.32%, 경과조치 적용 후 179.51%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K-ICS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보험업법 상에서는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경과조치 적용 전 비율이다.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경과조치 전 기준 K-ICS 비율을 100%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4600억원 내외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권고기준인 150%를 넘어서려면 약 1조1400억원의 추가적인 지급여력금액이 필요하다.
K-ICS 비율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산출한다. 경과조치란 K-ICS 비율을 새로 적용하면서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마련한 장치다. 보험사는 당국에 경과조치를 신청받아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는 등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 적기시정조치 유예는 최대 5년,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적용 경과조치는 최대 10년까지 경과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KDB생명이 자본적정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 당국이 경과 기간을 넉넉히 부여했으나, 매각을 위해서는 기간과는 별개로 서둘러 자본적정성을 개선해야 한다. KDB생명은 지난해에도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지난해 6월 2990억원을 KCV에 출자하면서 총 1조5000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국책은행 본업 차질 가능성도
산업은행은 대표적인 정책금융 기관이다. 산업은행이 국책사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본적정성을 갖춰야 한다.
산업은행의 지난해 3분기 BIS총자비율은 14.36%다.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더한 값인 총자본은 46조1280억원, 위험가중자산은 321조2143억원이다.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1조원의 금융지원을 한다면 산업은행의 BIS총자본비율은 14.05%로 하락한다.
다만 위험가중자산은 지속적으로 증가세에 있어 같은 규모의 금융지원을 하더라도 총자본비율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분을 보유 중인
HMM(011200),
한국전력(015760) 등의 주가도 변수다.
주가 변동성에 따른 총자본율의 변화 폭이 큰 상황에서 KDB생명에 대한 지속적인 금융 지원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본적정성 유지에 대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HMM의 지분 30.9% 매각과 올해 세운 국책은행으로서의 목표 이행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KDB생명 자회사 편입이 더욱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정책금융 기관으로서의 숙제도 늘어났다. 올해 정책금융 실행에 대한 정책금융기관 4개 기관(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직접투자 목표를 지난해 15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기관의 5대 중점분야에 대한 공급규모도 지난해보다 20조원 증가한 136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시설투자자금 공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인 55조원 중 24조8000억원을 산업은행이 지원한다. 노후 기계 교체와 핵심기술 국산화 등에 대한 설비투자 금융지원이 주요 내용이다.
대출 공급 규모가 증가할수록 위험가중자산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BIS비율에 악영향을 끼친다. 총자본비율의 경우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할수록 자본적정성은 하락하게 된다. 만약 KDB생명에 대한 금융지원으로 자본이 적어진 상태에서 대출 실행 규모를 늘린다면 총자본비율의 악화에도 속도가 붙는다. 이런 경우 산업은행은 자본적정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국책 과제 이행이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은 <IB토마토>에 "KDB생명에 대한 금융지원 여부와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자본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등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