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가계대출이 부쩍 늘어난 새마을금고가 건전성 관리에 나선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새마을금고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측은 대출 문턱을 높이고 부실 대출도 매각하고 있으나 건전성은 악화일로다. 연말까지 대출 등 경영 전반에 보수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가계대출 1조원 늘어나 관리방안 제출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원이다. 같은 달 은행업권 통틀어 3조9000억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규모가 크다. 상호금융업권 중 9월과 10월 두 달 연속 가계대출이 증가한 곳은 수협과 새마을금고뿐이다.
수협의 경우 두 달을 합해도 1000억원 규모지만 새마을금고의 경우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은행 주담대 옥죄기 효과가 새마을금고와 상호금융으로 수요가 이어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2금융권 중 가장 큰 규모로 가계대출을 늘린 만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금감원에 두 차례에 걸쳐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제출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5일 ▲수도권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취급 중단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신규 중도금 전건 중앙회 사전 검토 등 세 개의 방안을 제시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이외에도 중도금 대출 관련 사전 검토 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은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증가액의 70%가량이 집단대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집단대출이란 특정 집단에 속해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을 통해 실행되는 대출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자 등이 대상으로 입주 예정자의 중도금 납입 대출이 해당한다.
3개 방안뿐만 아니라 지난 11일 새마을금고는 가계대출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가계부채 점검 회의에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새마을금고가 내놓은 대책은 ▲주택담보대출 거치 기간 한시적 폐지 ▲대출 만기 축소 ▲집단 대출 대환 한시적 중단 등 3개다. 특히 지난 5일에 이어 주택담보대출과 집댄 대출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대출 거치기간이란 대출에 대한 원금이 아닌 이자만 내는 기간이다. 이번 조치로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해야 하며 지난 14일부터 시행 중이다.
부실채권 정리해도 수익 축소 불가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지켜보고 있는 이유는 경기 악순환에 대한 우려에서다. 가계 부채 증가가 차주의 상환 능력 저하와 금융권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내수 위축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은 지난 9월과 10월을 포함하더라도 연간 규모는 감소세다. 건전성 제고를 위해 꾸준히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013년 MG신용정보의 자회사로 MCI대부를 설립했다. 이후 새마을금고는 손자회사인 MCI대부를 통해 새마을금고의 부실채권을 매각하고 있다. 매각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연말까지 6조원 매각이 목표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주담대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을 늘렸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지속 감소했다. 올 1월~10월 가계부채는 지난해말에 비해 2조4000억원 줄어들었다. 지난 한 해에만 6조3000억원을 내다 팔면서 2년 연속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간 가계대출 규모 축소뿐만 아니라 기업대출도 규모도 줄이고 있다. 지난 6월 말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기업대출은 105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2조원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조원 축소된 규모다.
이처럼 새마을금고가 대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시키는 이유는 자산건전성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의 전체 연체율은 7.24%로 지난해 말 5.07% 대비 2.17%p 올랐다.
특히 기업 대출의 경우 하락 폭이 크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8.34%에서 연말 7.74%로 하락하면서 소폭 개선세를 보였다. 하지만 6개월 만에 11.15%로 오르면서 3.41%p까지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도 급증해 전체여신 중 9.08%가 부실여신이다. 새마을금고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개월 만에 연말 대비 3.53%p 올랐다.
건전성 악화 영향은 새마을금고의 수익 추이에 바로 드러난다. 새마을금고는 6월 말 누적기준 1조20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적자 규모가 1236억원에 그쳤던 것에 비해 1년 만에 8배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 860억원 흑자를 낸 데 반해 올해 순익을 기록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새마을금고가 대출 문턱을 높인 데다 대손충당금의 추가 전입 규모도 미지수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의 지난 상반기 대손충당금은 6조8544억원이다. 올해 들어서만 1조3086억원을 추가로 쌓았다.
건전성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자 새마을금고는 전담 자산관리회사 설립을 진행하는 한편 MCI대부에도 추가 출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내달 이사회를 열고 MCI대부에 대한 출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나, 아직 구체적 금액 등은 정해진 바가 없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부실채권 매각과 기업 대출 규모 축소를 비롯해 여신 건전성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고금리 수신 제한을 통해 이자 비용을 절감하고 건전한 대출 규모 증대 등 적정 수익을 확보하겠다”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