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피할 수 없는 외형 축소…체질 개선 '속도'
올해 실적 소폭 개선했지만…수년간 실적 급락 경험
통신·모듈 사업 등 수익성 악화에 매각 본격화
실리콘 커패시터 등 신사업에 자금 집중 투자 예고
공개 2024-11-26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2일 15: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삼성전기(009150)가 올해 전년 대비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여전히 전체 외형은 수년간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동시에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삼성전기)
 
통신·모듈 사업 정리…수익성 낮다고 ‘판단’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 3분기 매출은 7조8018억원, 영업이익은 62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매출 6조5925억원, 영업이익 5463억원) 대비 각각. 8.34%, 13.49% 증가했다. AI·전장·서버 등 시장 성장으로 AI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및 전장용 카메라 모듈과 서버용 반도체 패키지기판 등 고부가 제품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다만,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매출은 9조6750억원에서 8조9095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2021년 1조4869억원에서 지난해 6394억원으로 50% 이상 급감했다. 전반적으로 외형과 수익성이 축소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외형축소에 삼성전기는 비주력 사업 매각을 단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9월30일 이사회를 통해 통신 모듈 사업의 영업 정지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기는 2021년 말 한화솔루션에 통신 모듈 사업 일부를 매각한 지 약 2년 5개월 만에 관련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매각 당시 삼성전기는 와이파이 및 5G 밀리미터웨이브 유기기판 안테나 모듈 분야를 한화솔루션(009830)에 6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통신 모듈 외에도 비주력 사업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9년 이후 스마트폰 메인기판(HDI), 모바일 무선 충전 사업, 패널레벨패키지(PLP) 사업을 정리했으며, 올해 3월에는 블록딜을 통해 솔루엠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솔루엠은 삼성전기가 2015년 분사한 회사로, 파워 모듈 사업과 튜너 사업, 전자가격표시기(Electronic Shelf Label)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솔루엠 매각으로 약 1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으며, 이를 MLCC 등 주력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매각 자금 신사업 육성에 ‘집중 투자’
 
삼성전기는 비주력 사업 정리로 확보한 유동성을 신사업 육성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CES 2024에서 공개한 △실리콘 커패시터 △글라스 기판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소형 전고체 전지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등이 대표적인 신사업이다.
 
특히 실리콘 커패시터는 삼성전기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이는 고성능 반도체에 필요한 수동 부품으로,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고온·고주파 환경에서 강하며 노이즈를 제거하는 특성을 바탕으로 AI 가속기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올 4분기부터 실리콘 커패시터 양산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기가 신사업에 집중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비주력 사업 철수 과정에서 단기적인 손익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기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통신 모듈 사업 매출액은 259억원, 영업손실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비주력 사업 철수 과정에서 중단영업손익이 이미 매출에 반영돼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통신 모듈 사업은 이번 공시를 끝으로 완전히 정리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신사업의 실적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실리콘 커패시터의 경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 확대가 예상되지만, 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는 추가적인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항온(일정한 온도 유지) 기능을 지원하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카메라모듈 소프트웨어가 최근 '오토모티브 스파이스(A-SPICE)' 레벨 3(CL3) 인증을 획득했다. A-SPICE 레벨 3는 소프트웨어 프로세스가 조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명확히 관리되는 수준'을 의미하며 자동차 제조사가 요구하는 최고 등급에 해당한다.
 
전장용 카메라는 눈, 비 등 악천후와 고온, 고압, 초저온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동작해야 한다. 이번에 인증을 받은 소프트웨어는 전장용 카메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안정적인 주행을 지원한다. 삼성전기는 이 프로그램이 탑재된 전장용 카메라모듈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