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씨셀, R&D 승부수 던졌지만…자금력 '쩔쩔'
주력 파이프라인 호주 임상 자진 철회…AB-201·CD5 등 중심 강화
텅빈 현금 곳간에 현금창출력 후퇴까지
600억원 육박하는 단기차입부채도 '걸림돌'
공개 2024-11-26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2일 15:5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지씨셀(144510)이 연구개발(R&D)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 키워드를 내놓았지만 투자 비용을 뒷받침할 기초체력이 고갈되는 모양새다. 최근 현금 곳간이 빠르게 말라 버린 가운데, 올해는 현금창출력까지 악화되면서다. 특히 600억원을 육박하는 단기차입부채도 투자 재원 확보에 걸림돌이 됐다. 이에 지씨셀은 재무부담 해소에 노력하고, 'AB-201'과 'CD5'를 중심으로 R&D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씨셀 전경.(사진=지씨셀)
 
AB-201 호주 임상 자진 취하…'치료 환경 변화'
 
22일 지씨셀에 따르면 지난 11일 주력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AB-201(CAR-NK 세포치료 후보물질)의 호주 임상 1상을 자진 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에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승인을 신청한지 6개월 만이다.
 
AB-201은 고형암 타깃의 동종 CAR-NK 세포치료 후보물질로, 호주와 국내에서의 임상 진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호주 임상 1상을 기획했던 시점과 달리 최근 치료 환경이 변화했고, 이에 임상 시험 환자를 모집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진 취하를 결정했다.
 
이미 출시한 경쟁 제품도 임상 시험 취하에 영향을 미쳤다. AB-201의 동종 경쟁 제품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 등이 꼽히는데,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주를 비롯한 40여 개 국가에서 시판이 되고 있다. 시장에 나온 제품이 있다 보니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씨셀은 향후 AB-201의 국내 임상 시험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국내에서 AB-201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에 대한 IND 승인을 얻은 바 있다. 특히 국내 기업 중에서 타인의 세포를 이용한 동종 CAR-NK 세포치료제 최초로 인체 투여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시에 주력 파이프라인 CD5 강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CD5는 T세포 림프종 치료제 후보물질이며, CD5를 표적하는 재발성·불응성 NK·T세포 림프종 CAR-NK 세포치료제 'GCC2005'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치료제는 현재 국내 6개 병원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개발한 제품이 없는 만큼, 퍼스트인클라스(First-In-Class) 의약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R&D 투자 강화해야 하는데…유동성 '복병'
 
문제는 R&D 투자를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지씨셀의 유동성 자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지씨셀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3억원이다. 지난 2022년말에는 474억원의 자금력을 갖췄지만, 지난해말(126억원) 급감한 데 이어 올해 더 줄었다.
 
유동비율로 봐도 적정 수준에 못 미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씨셀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65.11%에 그친다. 지난해말(83.17%)보다 낮아졌으며, 적정 기준인 200% 초과에 준하지 못한 수치다.
 
지씨셀은 매년 연구개발비로 수백억원을 투자해왔다. 지씨셀은 지난 2021년 연구개발비(율)로 192억원(11.4%)를 쏟았고, 이후 2022년(321억원, 13.6%)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289억원(15.4%) 수준으로 소폭 줄였다. 올해 3분기까지는 179억원(13.6%)을 사용해 직전연도 동기(212억원, 15.73%)보다 규모를 줄이긴 했으나, 이미 200억원에 육박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의료 파업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로 돌아섰고, 이에 현금창출력도 후퇴했다. 지씨셀은 지난 2022년 영업이익 443억원을 달성했지만, 지난해 41억원까지 이익 규모가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는 3억5154만원의 수익성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영업손실 107억원이 발생했다.
 
부진한 수익성으로 인해 탄탄하던 현금창출력에도 금이 갔다. 당기순손익으로 시작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음수(-)로 전환하면서다. 지난 2022년에는 영업활동으로 664억원의 현금이 유입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유입 폭이 작아졌고, 올해 3분기까지는 영업활동으로 5억6825만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지씨셀은 향후 외부자금 조달 등을 통해 유동성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차입금이 숙제로 남는다. 올해 3분기말 기준 지씨셀이 1년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부채는 약 633억원으로, 유동성 자금의 11배에 달하는 규모다.
 
통상 다수의 기업들은 차입금의 기간 연장을 통해 이자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당장의 자금 유출을 막는다. 다만, 지씨셀은 올해 3분기까지 36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했고, 직전연도 동기(25억원)보다 커졌다.
 
지씨셀은 정부 과제 협약과 외부자금 조달 등을 통해 유동성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최근 가격 인상을 실행한 주력 제품인 이뮨셀엘씨주와 기술이전(License Out, L/0) 수익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룬다는 입장이다.
 
지씨셀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술이전 등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다 보니 내년부터는 양호한 현금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차입금의 경우 장기적으로 계획을 갖고 해소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정부 과제 협약과 외부 자금 확보 등을 통해 유동성 제고를 이뤄 활발한 R&D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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