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롯데쇼핑(023530)이 운영하는 롯데백화점이 오는 2030년까지 국내와 해외 쇼핑몰 사업에 약 7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올 상반기 말 기준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3조원을 밑도는 가운데 유통업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어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롯데쇼핑은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진=롯데쇼핑)
신규 쇼핑몰 증축·기존 점포 리뉴얼로 집객력 확대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2030년까지 국내와 해외 쇼핑몰 사업에 약 7조원을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미래형 쇼핑몰을 만들어 중장기 성장에 나선다는 포부다. 이번에 발표한 투자금액은 부지 매입, 쇼핑몰 조성 및 개발 등의 기투자금을 포함해 오는 2030년까지 국내와 해외의 쇼핑몰사업에 소요되는 전체 투자 비용이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2030년까지 국내 쇼핑몰 수를 13개로 늘리고, 이를 통해 매출 6조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롯데쇼핑 측은 롯데월드몰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통해 복합 쇼핑몰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 오픈한 월드몰은 롯데백화점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이후 K-패션, 글로벌 F&B, 팝업 등을 유치하며 매년 25%씩 성장을 이어왔다. 연간 방문객수는 5500만명에 이른다. 지난달 1000만 누적 방문객을 동원한 베트남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개점 약 4개월만에 초단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 연말에는 3000억원 달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성과를 보이면서 롯데쇼핑은 본격적으로 쇼핑몰 사업에 집중해 나가는 모습이다. 업체 측은 2030년까지 국내 백화점은 매년 2% 성장하는데 그치는 반면, 쇼핑몰은 17%의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세계나 현대백화점 등 경쟁사들도 스타필드와 커넥트현대 등 쇼핑몰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온라인으로 소비트렌드가 옮겨가고 있지만, 여전히 신선식품 등 제품을 선택할 때 오프라인만의 경쟁력이 남아있는 만큼 체험형 콘텐츠 등을 통한 집객력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동일 세종대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롯데백화점이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구성 요인을 구현하게 되면서 집객력 확대를 통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라며 "지역 점포들을 리뉴얼함으로써 지역 점포들의 집객력을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부실한 건전성에 기업가치 저평가…투자부담 우려
문제는 재무건전성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재무구조 개선 방안 제시 부족 등을 저평가 원인으로 꼽았다. 경쟁사들이 신사업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 확대에 집중해온 것과 달리 롯데쇼핑은 최근 5년간 저효율 마트와 슈퍼 등의 점포를 구조조정하면서 매출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8년 연결기준 17조8208억원에 이르던 매출액은 2019년 17조6220억원, 2020년 16조1844억원, 2021년 15조5736억원, 2022년 15조4760억원, 2023년 14조5559억원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매출액도 6조9411억원으로 직전연도(7조1838억원) 대비 3.38% 감소했다.
여기에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 등이 제기되면서,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은 31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1조8670억원에 머물렀다.
이마트(139480)(1조8202억원) 대비 높았지만
GS리테일(007070)(2조2619억원)과
BGF리테일(282330)(1조9997억원) 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시총이 가장 높은 GS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액이 11조6125억원으로 롯데쇼핑 보다 약 20.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이에 롯데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2026년까지 영업이익을 1조원에서 8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21년 2076억원, 2022년 3862억원, 2023년 5084억원으로 지속 확대됐지만, 같은기간 이자부담이 확대되면서 당기순손실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세전계속사업이익 1840억원이 유입되면서 1692억원 순이익을 얻었지만,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68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다시 적자전환했다. 올 상반기 금융비용은 312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883억원) 대비 8.36% 늘었다.
상황이 이렇자 이자보상배율은 2019년 이후 1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금융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볼 수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기타금융자산을 포함한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9969억원으로 전체 투자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가운데 매출 증대 등을 위한 백화점·할인점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만 오는 2026년까지 백화점에 1조3178억원, 할인점(마트)에 2098억원으로 총 1조527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의 14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에 롯데쇼핑은 보유점포 매각, 롯데월드타워 관련 지분 매각 등 보유자산 활용을 통해 재무부담 확대를 통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들어서도 259억원 규모의 점포와 부지를 매각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업종료 승인·부동산 매각 결정 등에 따라 슈퍼사업부 3개점 204억원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하고, 올 상반기 2개점 103억원을 매각했다. 아울러 백화점 주차장 부지 등 부동산 매각 결정 등에 따라 158억원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했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현재 롯데쇼핑의 수익성은 점차 개선되고 있고 향후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단순히 차입금만을 증가시켜 투자비를 감당하지는 않을 예정"이라며 "자산 매각은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