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예가람저축은행의 재무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여신 건전성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악화되고 있는 수익성과 건전성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른 유동성 위기도 예상돼 최상위 지배기업인 태광그룹에까지 손을 벌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진=예가람저축은행
수익성 악화 지속…이자수익 감소 영향
19일 예가람저축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120억원이다. 2분기 적자 규모가 101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당기순손실이 16억원에서 104억원이 불어났다. 예가람저축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이자수익 감소 영향이 컸다. 영업비용을 아꼈음에도 적자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영업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은 6월 말 기준 757억793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865억2183만원에 비해 10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이자수익에서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대출채권 이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돈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충당금으로 묶인 돈이 늘었다. 6월 말 예가람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은 840억635만원이다. 지난 반기 711억원에서 100억원 넘게 증가했다. 특히 상반기에 전입된 대손충당금만 328억3005만원에 달한다. 전체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도 커졌다. 지난 2021년 말 4.3%에 불과하던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은 상반기 6.4%로 올랐다.
충당금이 증가한 것은 건전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가람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비롯한 건전성 지표는 일제히 하락했다. 예가람저축은행은 건전성 관리의 일환으로 대출을 줄였으나 효가가 없었다. 총여신이 줄었음에도 고정이하여신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예가람저축은행의 총여신은 1조3101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총여신인 1조4352억원에 비해 6개월 만에 1000억원 이상 규모를 줄였다. 그러나 총여신 감소세와는 다르게 고정이하여신은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말 759억원에 불구하던 고정이하여신은 1년 만에 1558억원으로 규모를 키웠고,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10억원 늘었다.
특히 고정이하여신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요주의여신도 지난해 말 2856억원에서 반년 만에 316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6월 말 기준 예가람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89%로 1년 전에 비해 7.23%p 상승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4.4%p 올라 악화 속도가 빠르다. 연체율도 지난해 상반기 4.13%에서 1년 새 8.32%로 2배 이상 악화됐다.
유동성 위기에 모회사 영향 가능성
건전성 악화에 가속이 붙은 것은 부동산 관련 여신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예가람저축은행은 브릿지론 1725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1139억원 등 총 2864억원 규모의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보유하고 있다. 예가람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익스포저 비율은 154%다. 이는 나이스신용평가가 평가한 저축은행 업권 평균 85.3%를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관련 충당금도 설정 비율을 10%로 설정해 관련 충당금만 286억원이다.
자기자본대비 부동산PF익스포저가 높은 데다 브릿지론의 비중이 본PF에 비해 금액이 커 위험성도 높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본PF로의 전환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가람저축은행이 보유한 부동산 관련 여신의 건전성도 빠르게 하락했다. 지난해 상반기 말 예가람저축은행의 부동산 업종에 내어준 대출 중 연체액은 135억원으로 연체율은 3.15%에 불과했다. 부동산PF와 건설업, 부동산업 중 가장 연체율이 높았던 부동산업의 연체율도 4.59%에 그쳤다.
반면 올해 예가람저축은행의 부동산 업종 연체율은 13.22%까지 치솟았다. 연체액도 514억원으로 증가했는데, 특히 건설업과 관련 연체율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올 6월 말 기준 예가람저축은행이 건설업에 실행한 대출 중 227억원이 연체돼 연체율은 21.99%를 기록했으며, 부동산업의 연체율도 뒤를 이어 13.39%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상승했다.
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되자 선제적으로 확보해 뒀던 유동성도 점차 하락하고 있다. 유동성비율은 저축은행의 지급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유동성비율은 3개월 내 단기조달자금에 대한 단기자금운용의 비율로 산출하며, 유동성비율이 높을수록 지급 능력이 좋다고 판단한다.
예가람저축은행의 유동성비율은 177.03%다. 지난해 상반기 545.54%에서 368.51%p 감소했다. 지난 1분기 대비 오르는 등 유동성비율 자체는 아직 양호한 편이나, 1년간의 하락 폭을 감안한다면 유동성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동성이 하락한다면 내년 초에는 확보한 유동성이 바닥날 가능성도 있다.
예가람저축은행은 고려저축은행의 자회사다. 상반기 기준 예가람저축은행의 주식 65.3%를 고려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화섬과 흥국생명보험이 각각 22.16%와 12.54%를 가지고 있다. 태광산업이 고려저축은행의 지분 20.2%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30.5%를 가지고 있어 결국 예가람저축은행의 최상위 지배기업은 태광그룹인 셈이다.
통상적으로 신용평가사는 모회사가 있는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측정할 경우 유상증자 등 금융지원 가능성을 신용등급에 반영한다. 저축은행의 유동성이 악화된다고 하더라도 유상증자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예가람저축은행의 경영 지표 악화로 유동성이 부족하게 된다면 최상위 지배기업인 태광그룹에 직접적으로 손을 벌려야 할 가능성도 있다.
<IB토마토>는 태광그룹 측에 예가람저축은행에 대한 유상증자 등 금융지원 가능성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