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카카오뱅크(323410)가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외화서비스가 내실은 챙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누적 고객 수와 이용 규모는 빠르게 불어났으나, 평균 잔액이 적어 활용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등 연계 서비스와의 확장성을 특장점으로 꼽으며 외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사진=카카오뱅크)
외형 성장 대비 내실 부족 '한계'
19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달러박스 누적 이용자가 107만명을 돌파했다. 출시 1년 만의 성과다. 달러박스는 카카오뱅크 대표 외화 서비스다. 입출금계좌를 보유한 만 19세 이상 고객이 개설할 수 있으며, 환전 수수료 없이 달러를 모으고 꺼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달러를 일상에 녹인다는 구상 하에 출시 당시부터 달러 선물 서비스와 행운의 2달러 카드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다. 여행을 할 때도 트래블월렛과 연결, 해외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달러박스 최대 보관 한도는 1만달러다. 1일 최대 입금액과 월 최대 입금액 한도는 각각 5000달러와 5만달러, 출금 한도는 1만달러까지다. 카카오뱅크는 달러박스 출시 당시 적극적인 이벤트도 진행했다. 달러박스를 만든 모든 고객에게 약 보름 동안 1달러를 제공했다. 덕분에 출시 이틀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하면서 고객 규모도 빠르게 키웠다.
달러박스가 이벤트와 기능성을 통해 고객을 끌어모은 데는 달러 투자 기능이 한몫했다. 카카오뱅크 자체 설문조사 결과, 달러박스 사용 이유 1위로 달러 투자가 꼽혔다. 누적 거래건수는 약 900만건, 거래액은 68억달러(9조3000억원)다. 달러 환전 우대율이 90%임을 감안하면 고객이 아낀 수수료는 100억원에 달한다. 다만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카카오뱅크 달러박스에 대한 수수료도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을 뿐, 은행은 거래에 따른 일정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자체적인 자금 운용 시스템을 통해 달러박스를 통해 조달한 외화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나 평균 조달 자금이 적어 사실상 달러박스 조달 외화 비중은 0%에 가깝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조달한 외화 자금은 총 7억원이다. 달러박스로 조달한 자금은 외화 예수금이나 차입금, 콜머니 등에 해당하지 않아 기타 외화자금으로 분류된다. 달러박스 출시 이후 지난해 3분기 기타 외화자금은 7억원으로 늘어났으나 연말 6억원으로 감소한 이후, 올해 7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말 외화 자금 조달 규모인 5억원과 비교해도 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조달자금 67조7637억원에 비해 미미한 규모다. 조달자금 대부분은 예수금이다. 상반기 평균 56조7795억원으로 전체 83.79%에 달한다. 이에 해당하는 이자금액은 6113억원으로 이자율 2.17%다.
달러박스의 이점도 있다. 달러박스는 환전 관련 서비스로 예금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 금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자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지만, 애초부터 잔액이 크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진다.
자금 운용 노렸지만 규모 작아 활용도 '뚝'
카카오뱅크는 달러박스를 출시할 당시 자금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투자금융 자산을 꾸준히 늘려 수익을 내고 있다.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투자금융자산은 25조2000억원이다. 지난 1분기 대비 4조1000억원 증가했으며, 지난해 2분기에 비하면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원화 운용 자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가증권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원화 유가증권은 18조4872억원으로 운용 자금의 27.28%에 달한다. 이 외에도 원화콜론이 1079억원, 외화 증권이 1130억원, 외화콜론이 17억원 규모로 뒤를 이었다.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남에 따라 투자금융자산 수익도 1810억원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달러박스에 들인 돈 대비 수익 여부다. 달러박스는 지난해 출시 당시 외화 생태계를 꾸릴 생각이었으나, 출시 이후 확장성이 한계에 직면했다. 최근 달러 선물하기로 카카오톡 친구에게 달러를 선물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으나,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있다. 출시 이후 트래블월렛, 신한은행과 손을 잡았으나, 이후 눈에 띄는 실적은 없었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보인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선보인 토스뱅크의 외화통장 서비스는 한 통장으로 17개국 통화를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카오뱅크도 트래블월렛을 통해 여러 국가 통화로 환전이 가능하지만, 카카오뱅크 내에서는 달러에 그친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꼽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외환시장 변동성 상승으로 달루 투자 수요가 소폭 감소됐으나, 상반기까지 거래량과 개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조달한 외화 자금을 운용해 비이자수익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라면서 "앞으로 달러박스 서비스를 고도화해 고객 편의를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