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가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전방산업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전기차 동박 부문의 변동성이 커지자 보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계획 중이었던 투자를 미루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하이브리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고부가 제품으로 동박 사업 다변화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사상 최대 분기 매출 기록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2분기 매출액은 2627억원,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동박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흑자를 냈다. 매출 1982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6%, 99.6% 증가한 수준이다. 순이익은 8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북미 판매량이 같은 기간 243%나 급증하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했고, ESS와 하이브리드용 동박의 상반기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50%가량 늘어난 까닭이다. 일본 하이브리드 동박 매출도 40% 이상 커졌다.
다만 회사는 전기차 캐즘에 따라 투자 속도조절에 들어간다. 당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말레이시아 5, 6공장 증설에 230억원, 스페인 공장에 18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각각 350억원, 250억원으로 낮췄다.
투자기간도 변경됐다. 총 56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들어갈 스페인 투자계획을 기존 2025년에서 오는 2027년 6월로 약 1년 6개월 미뤘다. 해당 공장은 연산 3만톤의 전지박 생산능력(CAPA)을 갖추게 된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올 연말까지 총 60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었지만, 2028년 말로 연기했다.
하지만 이미 기계적 준공을 마친 말레이시아 5, 6 공장은 현재 양산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 내년 1분기부터는 본격 가동·판매에 돌입한다.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되면 회사는 연산 6만톤 수준의 CAPA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단일 사이트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이다. 계획된 말레이시아 7, 8 공장도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본적지출(CAPEX)은 기존 대로 2조5000억원 수준을 유지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회사 보유자금과 보조금, 미국에너지국(DOE) 대출 및 공적수출신용기관(ECA) 차입 등으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 시기가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하이엔드 시장 개화시기가 2026년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2027년에는 CAPA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부가 제품으로 사업 다화
회사는 하반기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약세와 미국 대선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동박 포트폴리오 또한 기존 전기차용에서 ESS와 하이브리드, AI 반도체 등으로 다각화한다. 회사는 ESS와 하이브리드 동박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신규 수주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AI 가속기용 초극저조도(HVLP) 4세대 제품 공급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시장에서 AI 가속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네트워크용 동박은 HVLP3세대 이하 모델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 상반기 업계 최초로 차세대 AI가속기용 HVLP 4세대의 국내 고객사 최종 품질 검증을 통과했다. 3분기 북미 고객사 검증을 거치면 내년부터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는 또 회로박을 생산하는 국내 익산공장을 고부가 하이엔드 동박을 개발하는 '마더 플랜트' 겸 AI 가속기 생산 기지로 전환할 방침이다. 익산 공장은 기존 하이엔드·초하이엔드 고부가 동박을 개발하는 마더 플랜트 역할을 지속하되, AI 가속기용으로 시설 보강을 진행해 빠른 시간 내에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8월과 10월 전고체 전해질,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파일럿(시범 생산) 플랜트를 완공해 시제품 생산에 돌입한다. 실리콘 음극재는 내부 연구개발(R&D)을 준비 중이고 지난해 지분을 투자한 프랑스 엔와이어즈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측은 "중국산 저가 동박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동박에 대한 관세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서도 관세를 높여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