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자본적지출(CAPEX) 규모도 늘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으로는 투자금을 조달하기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부족한 자금을 차입을 통해 조달하고 있어 재무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둔화 현상)으로 업황이 악화된 상태에서 이차전지 투자도 지속하고 있어 단기간 내에 실적 회복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롯데케미칼)
3년째 적자행진…1분기 영업이익률 –2.7%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로 3년째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7626억원, 지난해 3477억원, 올 1분기 13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262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적자 규모가 더욱 커졌다. 1분기 영업이익률도 –2.7%로 전년 동기(-0.5%)보다 더욱 악화됐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판가가 떨어진 것이 이익 규모가 감소한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금흐름도 악화됐다.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243억원을 기록했지만, 투자활동으로 6791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재무활동을 통해 6819억원을 유입했다. 지난 2022년부터 재무활동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하면서 현금흐름이 나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활동에서 얻은 현금과 은행 등에서 빌린 돈으로 생산설비 등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이후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6조3247억원) 규모가 전년(3조6658억원) 대비 2배 증가해 지난해 10조원을 넘어섰다. 올 1분기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10조9408억원에 달한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도 1분기 –1.3배를 기록했다. 2021년까지는 18배에 달하는 재무안전성을 자랑했지만 2022년부터 –5.1배까지 하락하더니 지난해 –0.9배를 기록해 이러한 흐름이 올 1분기까지 이어졌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영업이익만으로 은행 등에서 빌린 돈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마이너스(-)인 경우에는 영업을 통해 돈을 벌기는커녕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CAPEX 규모 증가…재무부담 ‘가중’
CAPEX 규모도 커졌다. CAPEX는 기업이 미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유무형의 자산 취득에 사용한 돈을 뜻한다. 롯데케미칼의 1분기 CAPEX는 69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4628억원)보다 2355억원 증가했다. CAPEX가 늘어나면서 1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의 적자 규모(-4740억원)도 전년 동기(-4066억원)보다 16.6% 커졌다. FCF가 적자라는 것은 영업활동만으로 필요한 투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뜻하며,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이차전지 소재 관련 투자와 석유화학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분을 인수, EV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설비를 신설하는 등 이차전지 소재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말 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지분 53.3%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1분기 동박 생산능력(CAPA)는 6만톤으로, 연말까지 CAPA를 8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석유화학부문의 경우 인도네시아에 NCC 신증설을 위해 1조37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국내에 9500억원 규모의 롯데GS화학 공장을 짓고 있다. 이중 60%인 5700억원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잔여 투자액은 3800억원 정도가 남은 상태다. 해당 공장은 올 하반기 준공될 예정으로 이르면 7월부터 첫 가동에 나선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현금유출을 수반하는 신규 및 경상 투자는 계획 조정을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할 예정이며 중요성이 낮거나 전망이 불확실한 사업은 철수나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차전지 투자에 대해서는 "현재 업황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에 이차전지 시장은 다시 열릴 것이고 성장할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투자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중국이 생산시설 증설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지만 이미 생산규모가 커져 초과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경기 불황 등으로 수요는 줄어 실적 개선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이어 “이차전지 사업의 경우, 기업들이 친환경차를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는데 캐즘으로 업황이 아직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해당 사업을 통해 단기간 내 유의미한 실적을 기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