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KDB산업은행이 정부 출자로 자본적정성 우려를 해소했다. 재무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책금융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배당 유보 등을 통한 산업은행의 근본적인 이익잉여금 확보 방안은 물음표다. 지분 100% 갖고 있는 정부 사정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본점. (사진=산업은행)산업은행
정부 출자로 자본적정성 우려 해소
1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산업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3.88%다. 지난해 말 13.7% 대비 0.18%p 상승했다. 지난 3월 이뤄진 기획재정부의 현물출자 덕분이다.
당시 기재부는 산업은행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식 등 보유 공기업 주식 2조원을 현물출자했다. 지난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로 산업은행 자본적정성 확보가 목적이다.
기재부 덕에 자본적정성을 챙긴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정책금융 역할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제조시설,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국고채 금리 수준의 대출을 17조원 규모로 실시할 수 있게 특별 프로그램을 신설키로 했다. 특히 100조원 규모의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기획해 첨단전략 산업에 정책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본적정성 우려 해소가 쓸 수 있는 자금이 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물출자라 당장 자금을 집행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국책은행에 행하는 출자는 일반적으로 현금출자와 현물출자로 나뉜다. 정부의 여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BIS비율 개선효과를 비롯한 여러 이점으로 현금을 선호한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부 배당을 통해 자본적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쓸 수 있는 돈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다”라고 밝혔다.
시장의 예상보다 BIS비율이 적은 폭으로 오른 점도 아쉽다.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없는 상태에서의 예측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301조2369억원에서 1분기 317조7417억원으로 증가했다.
재무구조 안정 필요…시기는 요원
산업은행은 1분기 정부의 지원 덕에 자본적정성을 개선했으나, 근본적 수익 방안 강화는 여전히 과제다.
한국전력(015760)과 같은 현물출자 공기업의 주식과
HMM(011200) 등 구조조정기업 출자전환 주식 비중이 자본과 자산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는 10년째 30조원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 자본금은 26조원이 소진돼 올해 예정된 증가금액 4000억원과 산업지원을 위한 증자예정액을 감안하면 한도는 2조원이 채 남지 않게 된다. 산업은행이 산은법 개정을 통해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가장 시급하게 꼽는 이유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11일 열린 간담회에서 안정적인 재무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익잉여금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이익잉여금은 9조9005억원에서 올해 1분기 9조9986억원으로 크게 증가해 보통주자본 확대에 기여했다.
강석훈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산은 자체적으로 이익잉여금을 늘려 자본사이즈를 빌드업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산은법 개정을 통한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 ▲배당 유보 ▲현물배당 등을 꼽았다. 특히 산업은행은 현재 이자나 수수료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과 글로벌 IB등을 통한 수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약 3년간의 배당을 유보할 경우 1조5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쌓아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용도 기준으로 약 15조원의 대출 여력이 생길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금융기관으로 꼽히는 독일의 정책금융 기관 KfW와 같은 형태로 순이익을 내부에 보유한다면 현금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지난해 정부 배당금은 8781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3년간 배당 총액은 1조8759억원에 달한다.
3년 배당 유보의 효과는 확실할 것으로 예상되나, 시기가 요원하다. 국책은행 특성상 기재부의 입김이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 현재 정부와의 협의 단계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수입도 감소하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
기재부에 따르면 4월 국세 수입은 4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조2000억원 감소했다. 산업은행의 배당 유보가 실시될 시기를 점칠 수 없는 이유다.
또 산업은행은 글로벌IB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내부 이익잉여금 확보 방안으로 꼽았으나,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지면서 세계 경제 부양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1분기 수익성도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됐다. 산업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931억원으로 절반에 가까운 4983억원이 감소했으며, 명목 순이자마진도 0.34%로 같은 기간 0.6%에서 0.26%p 하락했다.
강 회장은 "당행의 자본금 확보를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라면서 "정부, 국회와의 논의의 장을 만들어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