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3·4세 경영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경영권을 이어받을 차기 후계자들이 모두 글로벌과 신사업 등 비중이 높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양식품은 오너 3세인 전병우 상무를 필두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섰고, CJ제일제당은 오너 4세인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이 지난 2022년 10월부터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SPC 역시 허영인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사장이 글로벌 사업을 맡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각 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과 성장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SPC그룹은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과 차남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을 중심으로 형제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일흔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시장에선 향후 SPC를 이끌어갈 차기 승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승계구도가 장남인 허진수 사장을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왼쪽부터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사진=SPC)
정기 인사 없는 2024년…승계 향배에 관심 고조
26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올해 정기 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SPC는 매년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해왔지만 이번엔 임원 승진이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SPC 매년 11월 인사를 단행해 온 이후 지난해에는 2월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올해처럼 임원 인사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올 3월에는 경재형 SPC삼립 부사장 겸 영업본부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상황인 만큼 정기 인사 생략 이유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타 유통기업들이 오너3세 경영에 발맞춰 젊은 인재로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과 달리 이렇다 할 인사 소식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SPC의 향후 향배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올해 허영인 회장이 일흔넷의 나이가 되면서 시장에서는 SPC의 경영 승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허희수 부사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재판을 받게 되면서 향후 승계구도가 장남인 허진수 사장을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20년 4월에는 허 회장이 보유 중인 SPC삼립의 주식 절반에 달하는 40만주를 장남인 허 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장자승계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허 회장의 SPC삼립 지분율은 2020년 2분기 감사보고서 기준 9.27%에서 4.64%로 낮아졌다. 반면 허 사장의 지분율은 11.68%에서 16.31%로 늘어났다. 이후 지난해 9월 말까지 SPC삼립의 파리크라상(40.66%), 허진수 사장(16.31%), 허희수 부사장(11.94%), 허 회장(4.64%) 순으로 유지되고 있다. 파리크라상의 경우 2022년 말 기준 허 회장(63.31%), 허 사장(20.33%), 허 부사장(12.82%), 허 회장의 배우자인 이미향씨(3.54%) 순으로 높았다.
글로벌 허진수 VS 신사업 허희수 구도에 매출은 '긍정적'
실적 면에서는 두 형제가 모두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장남인 허 사장은 지난 2014년 파리크라상 글로벌 비즈니스유닛(BU)장을 맡은 이후 북미와 유럽 등 해외 거점에서 파리바게뜨 브랜드 확장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허 사장은 2019년 3월 중국에 SCP 텐진 공장을 준공하고 같은 해 4월에 싱가포르 주얼창이 입점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한 바 있으며, 2021년에는 합작법인(JV) 전략으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잇달아 진출했다.
허 사장이 사장으로 임명된 2021년 이후 글로벌 사업 매출액은 2020년 3120억원에서 2021년 4008억원으로 28.46% 성장한 이후, 지난 2022년 말에는 49.76%의 성장률을 보이며 6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장수 역시 2020년 409개에서 2021년 430개로 5.13%, 2022년에는 5.81% 증가한 455개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매장수가 530개로 16.48% 증가하면서 글로벌 매출액 역시 고성장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들어서도 SPC는 글로벌 매장수 확대에 집중하며 현재 550개의 매장을 출점한 상황이다.
허 부사장은 2018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재판을 받게 된 이후 3년 만인 2021년 11월 SPC그룹의 네트워크 시스템 관련 계열사인 섹타나인의 신규사업부 책임임원으로 선임됐다. 이후 디지털 기술 투자와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맡으며 2020년 984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21년 1784억원, 2022년 2118억원으로 연평균 50.01% 늘었다.
이후 2022년에는 베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고 있는 자회사 비알코리아 전략 총괄임원으로 선임되면서 섹터나인과 함께 비알코리아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비알코리아 역시 2021년 7507억원, 2022년 7917억원으로 5.46% 확대됐다. 최근에는 인공기술(AI)을 적용한 공간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를 오픈하는 등 AI를 활용해 배스킨라빈스 브랜드 혁신에 나서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허영인 회장이 건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승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SPC그룹 측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승계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