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업계서 디지털 보험사들이 활발하게 영업을 펼치고 있지만 보험영업 구조의 특성상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아직은 자동차나 미니 보험 상품 위주이고 출범이나 전환이 비교적 초기 단계여서 시장 지배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적에 앞서 성장성과 구조적 개편 방향이 강조되는 시기이다. 이에 <IB토마토>는 디지털 보험사 보험영업 구조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교보생명의 디지털보험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교보라이프)은 보험영업의 구조적 한계에 갇혀 성장성이 저하되고 있다. 디지털 채널만 활용하는 만큼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보험료수익으로 인한 외형 성장도 요원하다. 보험업계에서나 교보생명 계열 내에서 존재감이 사실상 부재한 모습이다.
보험료수익 지난해부터 하락세…CM 단일 채널로 성장성 제한
10일 생명보험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교보라이프는 올 상반기 기준 총 수입보험료로 1629억원을 기록했다. 보험 종목별로는 일반계정이 1446억원, 특별계정이 183억원이다. 일반계정이 종신보험 등 보험 본연의 영역을 다루는 영업이라면 특별계정은 퇴직연금과 같이 특수 목적 포트폴리오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일반계정에서는 보장성보험이 123억원, 저축성보험이 1323억원으로 확인된다. 보장성보험은 사망담보 54억원과 사망담보 외 69억원으로 이뤄졌으며, 저축성보험은 연금보험 63억원과 연금보험 외 1260억원으로 나타난다. 특별계정은 연금저축(원리금보장형) 단일 종목에서 보험료수익을 거뒀고 퇴직연금이나 변액보험은 운용하고 있지 않다.
교보라이프는 출범한 지 10년이 됐지만 보험료수익이 여전히 저조하다. 최근 수입보험료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1458억원 △2020년 1834억원 △2021년 3915억원 △2022년 2692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한때 저축성보험으로 외형을 키웠지만 지난해부터는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기본적으로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사망이 담보인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이 포트폴리오 핵심이다. 최근에는 암·뇌·심장 관련 질환을 다루는 건강보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상품들은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과 달리 보험 가입을 위해 대면 영업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상품 구조부터 약관 등 복잡한 설명이 요구돼서다.
디지털 생명보험사 영업에 구조적 한계가 따르는 핵심 배경이다. 생명보험 22개 전사의 모집형태별 초회보험료 통계에 따르면 보험영업에서 대면 모집 비중은 무려 98.0%에 달한다. 나머지는 텔레마케팅(TM) 0.4%, 사이버마케팅(CM) 1.6%다.
교보라이프는 디지털 보험사인 만큼 영업 채널을 CM 단일 항목에 의존하고 있다. 올 상반기 초회보험료 1079억원도 CM 채널에서 발생했는데 일시납 형태가 1076억원, 월납이 3억원 정도다. 일시납은 사실상 저축성보험이고, 월납이 보장성보험으로 구분되는 만큼 보장성 신규 영업과 성장이 크게 부진한 모습이다.
보험업계서 사라진 존재감…교보생명 계열사 내 역할도 부재
교보라이프는 지난 10년간 적자 늪에 빠져 순이익 흑자를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양상은 △2019년 –151억원 △2020년 –132억원 △2021년 –159억원 △2022년 –141억원 등으로 나타난다. 출범 이후 매년 이 같은 손실을 기록하면서 결손금은 지난해 기준 1541억원까지 불어났다.
부진한 실적과 별개로 회사의 존재감도 희미해졌다. 보험업계는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을 도입했는데, 저축성보험이 보험영업수익에 잡히지 않게 되면서 보장성보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를 위해 대면 채널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금융은 생명보험 업계서 사실상 통용되지 않는 모양새다.
(사진=교보라이프플래닛)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교보생명과 계열사 입장에서도 교보라이프에 대한 중요도가 떨어진다. 교보생명 계열사는 △
교보증권(030610)(지분율 73.06%) △교보문고(100%) △교보악사자산운용(50.0%) △케이씨에이손해사정(100%) △교보자산신탁(100%) △교보정보통신(100%) △교보에이아이엠자산운용(100%) 등이 있다.
생명보험이 핵심이며 자산운용과 증권, 손해사정 정도로 구분된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퍼즐이 손해보험사 라이선스인 만큼 디지털 보험사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뒷전이다. 교보생명의 특별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보험영업 구조나 채널에서는 차별점을 내세울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상품으로 존재감을 내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품 측면에서 이러한 요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손해보험 영역이 아닌 생명보험 분야이기 때문에 이 역시 쉽지 않은 모습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본적으로 보험은 니즈(Needs)에 의해서 가입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가입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라면서 "외부의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에 설계사와 같은 대면 채널이 중요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플랫폼은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직접 찾아와야 하는 방식이라 사업 자체에서 성장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교보라이프는 출범 당시에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구나 정도로 평가됐다. 채널 측면에서 크게 고려되는 부분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교보라이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동안은 주계약 급부만 내놓는 비교적 단순한 상품을 판매했는데, 올해는 보장·분석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여러 가지 특약을 구성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라며 "고객들 반응을 보고 있는 상황이며, 채널 확대 방안도 지속적으로 고민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